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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Aug 27. 2024

잠깐이면 차 한 잔 할 수 있는데

내일로 미루고 살았던 그 일을 할 수 있는 오늘은 없다

부부가 맞벌이를 해도 살림을 꾸려가는 게 힘들다. 그러다 보니 아침밥 챙겨 먹는 것도 쉽지 않다. 쌀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밥상을 차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아침밥을 먹고 집을 나서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침을 거르고 하루 두 끼만 먹는 게 건강에 좋다는 얘기도 있다. 그렇지만 아침밥을 거르는 집이면 저녁을 같이 먹는다는 보장도 없다.


훗날 좀 더 행복하게 살려고 집에서 밥을 먹지 못하면서 일한다. 가족은 있지만 식구는 없는 집에는 대화도 없다. 집에서 잠만 자는 가족들은 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지내는지 알지 못한다.


그렇게 열심히 일 해서 생활이 풍요롭게 되어도 그때는 가족이 없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장성해서 곁에 없고 부부는 각방 살이로 따로 살듯 지낸다. 집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 건 배 보다 마음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차를 마시는 자리에 좋은 차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니다. 찻자리에 꼭 있어야 하는 건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다. 찻자리는 좋은 차를 마시려 하기보다 좋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어야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집에서 밥을 챙기는 게 어렵다면 잠깐이라도 차 한 잔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늦은 시간에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숙차가 있으니까. 머그잔에 담아 건네는 따뜻한 차 한 잔으로 짧지만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누구라도 배가 고픈 게 아니라 마음이 고달프지 않을까? 바쁘다는 핑계로, 일에 지쳐서 말할 기운도 없다며 식구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여력이 없다고 하면 안 된다. 내일로 미루었던 일을 또 내일로 미루고 있다면 내가 바라는 오늘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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