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민지 엄마는 핑크색 티셔츠와 면바지를 민지에게 입으라고 주었어요.
“이건 바지라서 싫어. 그리고 얘는 공주 옷이 아니잖아.”
민지는 엄마가 골라 놓은 옷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 옷장에서 옷을 꺼내기 시작합니다.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출근을 해야 하는 민지 엄마는 흘러가는 시간을 보며 속이 탑니다.
“그럼, 민지가 옷 골라. 늦었으니까 빨리.”
“마음에 드는 옷이 없어. 앙~~~.공주 옷 어디 갔어?”
“공주 옷을 빨래통에 있어. 오늘 저녁에 빨 테니까 공주 옷은 내일 입고 가자. 오늘은 공주님 같은 핑크색 옷 어때? 빨리 이거 입고 가자. 엄마 늦어.”
매일 아침 민지네 집 상황입니다.
민지 어머니께서 민지와 옷 전쟁을 치르느라 매일 아침 시간이 두렵다고 하시네요.
공주 옷뿐만 아니라 아이가 옷을 고집하는 상황들은 다양합니다.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가려고 고집을 피울 때도 있고, 상황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가려고 떼를 쓸 때도 있습니다.
성인들이 보기에 아이가 고집을 피우기 시작한다고 보이는 시기가 있습니다.
그 시기는 보통 3세 정도부터 시작이 되는데요, 아이들의 발달상으로 이 시기부터 아이들은 ‘자아’라는 것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모든 것을 다 해주었던 엄마와 나를 동일시하다가 이제는 엄마와 나는 다른 사람이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대로 엄마와 다르게 행동을 하고 표현을 하고 싶어 하는 시기가 됩니다.
옷에 대해서도 엄마가 입혀주는 옷만 입다가 내가 조금 더 예뻐 보이는 옷, 내가 조금 더 좋아하는 옷이 생기기 시작하는 시기가 된 것이죠.
자아가 생기며 자신의 주장이 생기는 시기로, 발달상으로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입니다.
아이들의 발달적 특징 중 하나는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주변에서 뭐라 말하든 아이는 자신의 입장에서만 보고, 생각을 합니다.
타인의 입장을 생각한다는 것은 발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지요.
그렇다 보니 엄마가 좋다고 골라놓은 옷보다 내가 보기에 멋지고 예쁘고, 내가 느끼기에 좋다고 느껴지는 옷이 좋은 옷이라 생각을 합니다.
이때,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특징 때문에 타인의 시선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고르기도 하고, 상황과 맞지 않는 옷을 고르기도 하기 때문에 아이의 선택에 창피함은 부모의 몫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기억을 소환으로 찾기도 하지만,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으면 잘 찾지 않습니다.
아침에 아이가 옷을 고르는 시간을 줄이고, 엄마와 옷 때문에 실랑이를 벌이는 시간을 줄이고 싶다면 아이의 눈에 많은 옷이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절에 맞지 않는 옷, 평상시에 입기에 불편해 보이는 옷 들은 아이의 옷장에서 꺼내어 보이지 않는 곳에 정리를 해두세요.
아이의 옷장에 옷이 정리되면 아이도 옷을 고르는 데 시간이 줄고, 계절과 상황에 맞지 않는 옷을 고를 확률도 줄어듭니다.
아침에 옷을 고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아이와 전날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다음 날 입을 옷을 먼저 골라두세요.
이때는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1번에서 옷장을 정리해 두었다면, 아이도 옷을 고르기가 수월해지겠죠.
아이와 옷장을 함께 보며, 내일 입을 옷을 골라보세요.
옷을 고르면서 내일 체육이 있는 날인지, 비가 오는 날인지 등 상황을 이야기하며 옷을 특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면 아이가 상황과 날씨에 맞는 옷을 고를 확률이 높아집니다.
아이가 고른 옷은 입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예쁘게 옷걸이에 걸어두거나 잘 개켜서 두면 아이가 선택을 번복하는 일도 줄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이 참 쉽지 않습니다.
아이의 선택이 부모의 창피함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지요.
“얘가 이 옷을 입으면 선생님이 날 뭘로 생각할까?”
“이 옷을 입고 가면 내일 아이가 불편해하지 않을까?”
“내일 물감놀이 있다고 했는데, 이것 입고 가면 옷이 지저분해질 텐데. 이거 비싼 옷인데...”
등등 엄마의 마음에서도 여러 가지 갈등 상황이 생깁니다.
이때는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 주되, 여벌옷을 준비해서 담임선생님께 부탁을 드려보세요.
선생님들은 이런 상황을 많이 보고 겪었기 때문에 다 이해하고 계십니다.
“너 이 옷 왜 이래? 이거 별로 안 예뻐.
라는 친구들의 한 마디 말 한마디로 그 옷을 다시 안 입고 싶어 할 수도 있고요,
너무 더웠거나 불편했던 경험을 하면 그 옷을 또 고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이의 선택이 엄마의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엄마의 마음을 내려놓고, 주변에 도움을 부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발달상 자기중심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해지는 시기에는 엄마의 생각을 아이에게 강요하며 아이와 잦은 다툼이 생긴다면 아이와 엄마의 마음속에 행복한 감정이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아이도 어느 정도는 스스로 겪어보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좀 더 나은 상황을 탐색하게 되고, 타인의 시선에 대한 신경도 쓰게 됩니다.
결국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시가 평생 가지는 않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지요.
아이가 자기의 고집대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면서 ‘이건 안되네.’, ‘이건 나에게 별로 좋지 않네.’라고 느끼는 시간들도 필요합니다.
스스로 결정하고 경험해 본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자신에게 잘 맞는 방법을 더 잘 찾아가는 아이가 된다는 것을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위에서 말한 3가지의 꿀팁으로 아이와 아침에 벌이는 옷 전쟁 시간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