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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도 좋아

by 행복마중 윤정란

아침에 눈을 뜨는데 머리가 묵직하다.

어제 아이의 학원 스케줄을 조정하느라 신경을 쓰고, 아이의 일정이 좀 무리한 듯해서 내내 신경이 쓰였던 것 같다.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어느 정도 결정을 내렸는데, 선생님과 통화하며 내가 맘대로 일정을 바꾸어버렸다. 전화를 끊고 나서의 찝찝함. 아이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아이 기분이 안 좋다. 그 일정을 따라갈 수 없을 것 같다고 한다. 어찌하면 좋을까 걱정하며 잠들었더니 아침에도 머리가 묵직하다.


솔직히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계획을 내 맘대로 틀어버렸으니까. 어떻게 달래 볼까 하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본다. 머리가 무거우니 몸까지 무거워진다. 다행히 오늘은 중요한 일정이 없는 날이라 집에 있을 수 있는 날이다.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할 겸 청소를 시작했다. 매일 아침에 루틴처럼 하는 집 정리에 오늘은 화장실 청소까지. 화장실이 반짝이는 것을 보니 마음이 개운해진다. 청소를 하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한다. 아이를 어떻게 달래줄까, 어떻게 방향을 잡으면 좋을까를.

청소하며 둥둥 떠다니는 내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도 좋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 듯한 느낌이다.


사람마다 고민이 있을 때 해결하는 방법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친구를 만나 이야기하며 고민을 해결하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혼자서 곱씹으며 고민을 해결하는 사람도 있다.

평소에는 사람들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만, 고민이 생겼을 때 나는 동굴 속에 들어가는 것처럼 집에서 혼자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아한다. 혼자 청소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집 근처를 걸으면서 생각 정리를 하기도 하고, 책을 보면서 책 속에 푹 빠지는 것을 좋아한다. 혼자의 시간을 보내며 생각도 정리하고 에너지도 채워지면 다시 사람들을 만난다.


오늘은 집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어 행복했다. 마음을 정리할 즈음, 아이도 학원 끝나고 오는데, 얼굴이 밝다. 원래 계획했던 대로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일정을 다시 조율했다고 한다. 나의 조바심이, 걱정이 아이를 힘들게 했나 보다. 오히려 아들이 상황정리를 더 잘하고 와서 이제는 아들 일로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마음이다.

아이의 편안한 모습에 행복하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아이 모습에 또 대견하면서도 기쁘다.

묵직한 마음으로 시작했던 하루가 가벼운 마음으로 마무리되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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