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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

by 행복마중 윤정란

올해 고3인 아들이 하기 초에 학원을 마치고 늦은 시간 집에 들어오는 모습이 너무 힘들어 보였다.

이 시기는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기에. 이 시기뿐만 아니라 인생은 부모라도 대신 살아줄 수 없기에 오롯이 아들이 혼자 견뎌야 한다는 걸 안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짠한 내 마음을 어찌할 수 없다.


문득, 나의 고3 시절이 떠오른다.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독서실까지 다녀오면 12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왔었다. 그때마다 골목길이 위험하다고 매일 엄마는 버스 정류장에 마중 나와 계셨다. 핸드폰도 없던 시절인데, 내가 언제 도착할지 알고 언제부터 엄마는 정류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버스에서 내려, 서 있는 엄마를 보면 그렇게 마음이 편안해질 수가 없었다. 집에 걸어가는 동안 미주알고주알 엄마에게 얘기했던 그 시간 덕분에 내가 고3을 잘 버텼던 것 같았다.


축 쳐진 아들의 어깨, 터덜터덜 걷는 걸음걸이.

아들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엄마의 마중이 떠올랐다.

나도 엄마처럼 이제 아들이 올 시간이 되면 버스 정류장으로 마중 나간다. 혹시나 아들이 싫어할 수도 있어 물어보니 맘대로 하라는 것 보니까 좋은가보다.

말 수가 적은 아들이지만, 집에 걸어오는 동안 생각난 이야기들을 하는 걸 보니 마음이 놓인다. 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잠시 행복감에 잠기듯이, 아들은 나에게 이야기하며 잠시라도 피로를 풀고 편안한 마음이 들기를.

오늘도 아들을 기다리며 아들이 조금이라도 힘을 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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