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부터 사고 싶던 옷이 하나 있다.
얇은 카디건이다.
소재는 얇고 허리길이는 너무 길지 않은 것으로 적당한 가격의 옷을 사고 싶었다.
날씨가 덥지만, 대중교통의 에어컨 앞에서는 춥다고 느껴지고, 저녁에도 반팔만 입기에는 쌀쌀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볍고 부피가 작아 가지고 다니기 편한 카디건을 원했다.
외출할 일이 있을 때마다 옷가게를 지나가게 되면 들러서 원하는 카디건이 있나 보곤 했지만 마음에 딱 드는 것이 없었다.
며칠 전 남편과 집 근처 외출을 했다가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했다. 살까 고민하다가 가격이 걸린다. 만 원 정도만 가격이 낮으면 바로 샀을 텐데. 며칠 동안 이 옷이 계속 아른거린다. 편안하게 잘 입을 수 있을 것 같기에.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구매하기로!
오늘 낮에 혼자 외출을 했다.
외출한 김에 카디건도 사고, 근처의 카페에도 들렀다. 오늘까지 아이스라테가 1,000원이라고 해서.
집에 커피가 다 떨어져서 커피다운 커피를 못 마시고 있던 찰나에 좋은 기회다 싶어서 카페에 들러 라테를 주문했다. 시원하고 맛있게 마시며 오늘 쓸 글의 글감들을 정리한다.
나의 소비에 대해서 생각도 해본다.
유행에 민감했던 시기에는 사람들이 다 갖고 있는 것은 나도 가지고 있어야 할 것만 같았다. 어떻게든지 사려고 발버둥을 쳤으니까. 특히 가방은.
어느 날부터 다 똑같은 가방을 들고 다는 것이 식상해졌다. 나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엄청 패셔너블한 것도 아니다. 아주 아주 평범한, 눈에 띄지 않는 패션을 좋아한다.
가격보다도, 유행보다도, 내가 편하게 즐겨 입을 수 있는 옷과 가방들이 좋아지고, 사람들이 뭐라 하든 내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는 것이 좋아졌다. 집 안의 물건들도, 옷과 가방, 액세서리들도. 그렇게 나의 소비 패턴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나에게 꼭 필요한 것만 사니, 소비를 해도 마음이 즐겁다.
그 물건을 보고 있으면 내가 왜 그 결정을 했는지도 떠오르고, 잘 사용하니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좋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반찬이 없으니까, 피곤해서라면서 외식을 하기도 하지만, 외식을 할 때면 정말 먹고 싶은 것을 맛있게 먹고 싶은 마음이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 카페를 가기보다, 그곳의 커피가 그리워서 가고, 그곳의 분위기를 내 마음에 담기 위해 가고 싶어진다.
나의 소비 패턴이 달라졌다.
그냥이 아니라, 이유가 있는 소비.
완벽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이유 있는 소비를 하면서 소비할 때의 나의 만족과 행복감도 함께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