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떠올리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편적으로 엄마의 손맛인 집밥과 포근함이 떠오를 것 같다. 나 역시 엄마를 떠올리면 엄마가 해주시던 음식들이 떠오르곤 한다. 그중에서도 여름에는 엄마의 냉면이 떠오른다,
매년 여름이 되면 냉면에 넣을 양념장과 새콤한 무무침이 늘 냉장고에 있었다. 닭고기 육수를 내서 시원하게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얼음 동동 띄워서 만들어 주던 엄마의 냉면이 참 좋았다. 시장이나 냉면집에서 나는 감칠맛은 없어도 엄마만의 손맛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동안 엄마의 냉면을 못 먹었다. 엄마의 몸이 아프기도 했고, 자주 친정에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냉면 다대기와 무무침을 해뒀다고 2주 전부터 엄마에게 연락이 왔는데, 친정에 가질 못했다.
결국 오늘 아침에 엄마가 집으로 오셨다. 딸이 혹시라도 제대로 못 챙겨 먹고 다닐까 싶은 마음에 음식들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날씨도 더워져서 그냥 걷는 것도 힘드실 텐데, 자식이 뭐라고.
엄마, 아빠의 모습을 뵈니 죄송하면서도 마음이 안 좋다. 반면, 채워진 냉장고를 보는 것만으로도 당분간 반찬 걱정 안 해도 되겠다는 생각에 배가 불러진다. 내 마음은 참으로 간사하다. 자식에게 아무리 잘해줘도 자식은 이런 존재인가 보다.
엄마 덕분에 오랜만에 저녁으로 시원한 엄마표 냉면을 먹었다. 남편이 잘 먹는 모습에 내가 괜히 뿌듯해진다. 엄마표 냉면에 오랜만에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
엄마의 음식이 부담스러웠던 적도 있다.
집에서 밥을 먹는 횟수가 적다 보니 엄마가 해주신 양을 다 먹지 못하고 상해서 버려야 할 때가 많아서였다. 간편하게 외식하고 싶은 마음도 컸던 것 같다.
그런데 나이 들수록 엄마의 음식이 더 그리워진다. 엄마가 가끔씩 해주시는 반찬들이 그렇게 소중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엄마는 이제 음식 하는 것도 힘들어하시는데 말이다.
이제는 내가 음식을 해드려야 하는데, 음식에는 워낙에 자신이 없다 보니 엄마 앞에서는 부끄러워진다.
그래도 연습하고 익숙해지면서 엄마, 아빠께 내 음식을 가져다 드릴 날을 아직까지도 상상만 하고 있다.
음식이란 참 신기한 존재이다.
배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정과 사랑, 추억이 양념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아들이 커서 결혼하거나 따로 살게 되면, 나도 우리 엄마처럼 아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해다 주지 않을까? 그러면서 아들이 며칠은 잘 먹겠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은 안심이 되지 않을까?
나에게 반찬을 잔뜩 들려주는 엄마의 표정에서 이런 마음이 느껴진다. 그래서 뿌리칠 수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맛있게 버리지 않고 잘 먹는 일. 그리고 엄마께 감사의 마음 표현하기이다.
올여름 엄마 덕분에 시원하게 큰돈 들이지 않고 냉면을 먹고 싶을 때마다 먹게 되었다. 먹을 게 마땅치 않을 때 나의 식사가 되어 줄 엄마표 냉면 양념이 냉장고에 들어있으니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