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란 도시에 대해

9개월차, 서울에서 일주일의 6~7할만 지내는 남자의 어설픈 서울평가

by 조깡

* 이번 글의 제목에 영감을 준 저의 가장 친한 친구 장세원 님에게 감사 드립니다.

* 저의 개인적인 느낀점, 평가 입니다. 특정 지역,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작성하는 글이 아님을 먼저 말씀 드립니다.


나는 부산에서 대학을 나와 부산에서 일을 시작했다. 회사의 본사가 부산경남 지방에 있었고, 입사 당시에는 마케팅이나 기타 회사의 핵심 조직은 전부 본사에 있었다. 서울엔 영업을 위한 영업본부만 별도로 존재하고 있었다. 그 당시에도 회사가 점점 성장하고 있어 팀장님으로 부터 언제나 ’서울 갈 수도 있으니 준비하라‘ 라는 얘기를 들었었다. 하지만 1~2년이 지나도 전혀 기약 없는 얘기였고, 5년이 지나도 서울은 언제나 ‘옮겨 갈 수 있는 도시’ 였다. 그러는 시간 동안 나는 거처를 마련하고 동반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다.


팀 전체를 옮기기전에 우리 팀의 극소수 인원은 서울에서 채용하거나 이주하여 근무하고 있었지만 대부분 본사에 근무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회사생활 하고 행복한 신혼생활을 꾸려가던 어느 날, 팀장이 팀원들을 불러 모아서 대뜸 ‘곧 팀 전체가 서울로 올라갈 것이다, 이동을 준비하라’ 라는 얘기를 해주었다. 당연히 이주 지원책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그렇게 2~3개월 뒤 옮기는 것이 확정이 되고, 서울 이주에 따른 비용과 관련한 회사와 팀원들간의 밀당은 계속되었다. 결론적으로 팀장님도 올라가는 건이었기에, 어느정도 회사에 강력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되었고 월세를 보전할 수 있는 수준의 비용을 지원 받기로 하였다.


그렇게 나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녀야하는 사람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부서 이동 없이 본사에 남으려면 어떻게든 남을 수 있었다. 와이프도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었고, 그렇다고 주 5일 주말부부는 완강히 반대하고 있는 처지였다. 하지만 반대로 회사에서는 나를 본사에 남겨둘 생각은 크게 없었던 것 같다. 그러한 상황 때문에 회사에 몇차례 내 사정을 설명하였고, 아직 본사에서 해야할 일도 많이 남아있기에 2일 부산 출장 / 3일 서울 출근의 근무형태로 협의를 보았다.


지방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서울에서의 커리어’, ‘서울에서의 직장생활’에 대한 로망 아닌 로망, 한번 쯤은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 말이다. 나는 특히나 기획, 마케팅 직무를 하고 있었기에 서울에서 근무할 경우 마주할 수 있는 수 많은 정보와 기회들에 대해 궁금한게 많았다. 본사에 있을 때는 공장 사무실에 틀어박혀 전화로만 수도권 업체와 소통하고, 직접 대면하거나 미팅하려고 하면 출장을 다녀와야했다. 한달에 두 번 정도는 꾸준히 출장을 갔었지만 그래도 거리가 떨어져있다보니 당연히 만남의 빈도와 기회는 적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서울로의 발령’은 와이프에게 미안한 마음도 정말 크지만 그 당시에는 나에게 궁금증의 해소를 위한 이온음료 같았고, 정보의 바다로의 초대와 같았다.


그렇게 서울에 처음으로 내 거처를 마련하기 위헤 원룸을 보러 다니고, 방을 구해 아주 간단하게라도 살림살이를 꾸렸다. 대부분은 원룸에 포함된 옵션으로 해결하고, 침대는 마침 신혼집으로 들어가 매트리스가 필요없어진 친구에게 공짜로 받아서 마련할 수 있었다. 마치 인 서울 대학에 입학하여 입학을 앞둔 신입생이나, 서울 모처의 큰 회사에 합격하여 첫 사회생활을 앞둔 초년생 같은 느낌이었다. 새로운 출발인 것 같았다. 그렇게 22년 6월부터 내 서울 생활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언제나 상상과 현실은 꽤나 괴리가 있는 법.


내가 서울 생활을 시작하며 겪은 애로사항들을 먼저 얘기해볼까 한다.


첫 번째로, 나의 근무 일정에 의해 서울에 체류하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보니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게 크게 없었다. 서울에 상경하는 날은 부산에서 새벽 5시 첫차를 타고 상경하기에, 퇴근하면 사실 피곤해서 뭔가를 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리고 금요일의 경우는 또 퇴근 후 저녁차를 타고 부산을 가야했기에 실질적으로 내가 서울에서 온전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은 많아야 이틀 정도 였다. 그 이틀의 시간은 주변 사람을 만나기에도 급급했다. 서울사무소에 근무하는 친한 동료들, 서울에 정착한 고향 친구들, 여러 루트로 알게된 지인들. 그렇다고 서울에 있는 매일 약속을 잡을 순 없지 않는가? 아직까지 다 못만난 것 같다 ^^ 그러다보니 생각했던 어떤 다양한 구경 거리들, 할 거리들이 나에게는 전혀 와닿지 않았다. 그나마 서울임을 느낄 수 있었던 건 지금 집이 한강과 생각보다는 가까워 퇴근 후 러닝으로 한강을 뛸 때 정도? 열심히 뛰어 저 멀리 보이는 남산과 반포대교 분수쇼를 볼 때가 그나마 ‘아 내가 서울에 있구나’ 라는 걸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두 번째로, 떠나온 사람은 남겨진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나는 서울이라는 낯설다면 낯선 곳에 혼자 올라와서 생활하기에 이리저리 정신 없을 수 있지만, 집에 혼자 남겨진 와이프는 같이 지내다 혼자가 되었을 때의 상실감이 컸으리라. 그렇기에 퇴근하고 공연, 전시 등을 혼자 보러 가기에는 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막상 그렇게 몇번 다녀오면 와이프와 다투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고... 내가 여기서 누군가를 만나거나 무언가를 할 때 와이프는 혼자 집에 누워 폰을 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이것 저것 해봐야겠다는 마음을 줄어들게 만들었다. 내가 못한 이유를 와이프 핑계를 대는 것이 아니라 내 나름 와이프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노력했던 것이라 얘기하고 싶다.


세 번째로, 생각보다 혼자사는 것이 쉽지 않다. 퇴근하는 순간부터 ‘저녁에 뭐 먹지’ ‘뭐 하지’ 등 고민이 시작되고, 내가 일주일 내내 상주하는 공간이 아니기에 밥을 해먹기도 사실 여의치는 않았고, 반찬을 사두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매번 집에 갈 때 샐러드 사가기 일쑤였고 그러니 내 생활이 얼마나 재미가 없었겠는가. 막상 집에 들어가면 청소도 하고 이것 저것 하느라 시간이 금방 가긴 하지만, 집에 들어가기 전에는 들어가기가 싫을 정도이니....


이러한 이유로 생각보다 서울에서의 삶은 그렇게 윤택하거나 재밌지 않았다. 오히려 체력적인 부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꽤나 컸기 때문에 초반에는 와이프와 자주 다투거나, 내가 너무 예민해져있어 주변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도 줬던 것 같다.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어느 정도 체력적인 부담도 익숙해졌고, 생활패턴 자체도 익숙해지면서 스트레스는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 내가 서울 살면서 서울이란 도시에 대해 느꼈던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서울이라는 도시는 치열함 그 자체다. 타는 것, 먹는 것, 마시는 것, 보는 것, 하는 것 그 어느 것도 치열하지 않은 것이 없다. ‘무한 경쟁’의 표본이라고 얘기해도 좋을 만큼 치열하다. 천만이 넘는 인구에 또 수도권에 거주하는 거의 천만에 가까운 인구의 1/3 정도가 서울로 출근을 하기 위해 이동한다. 그러니까 치열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여기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계속 살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그렇게 치열하다보니, 흔히 사람들이 얘기하는 ’서울사람은 깍쟁이‘ 라는 표현이 왜 생겨났는지 알 것 같다. 서울 사람은 깍쟁이라는 표현보다, 수도권의 환경이 그렇게 만들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앞서 얘기한 치열함을 생각해보면 서울이라는 곳이 너무 치열하기에 내가 갖지 않으면 무조건 남이 갖는 구조다. 지하철을 예로 들어 얘기해주면, 부산에서는 사실 출퇴근 시간의 만원 지하철이라도 좌석이 필요할 것 같은 사람이 보이면 눈치껏 양보 혹은 앉지 않거나 츤데레 아저씨들은 그 사람을 불러서라도 앉힌다.(요즘은 다 그런건 아닌 것 같다)


근데 서울은 그런거 없다. 내가 주저 하는 순간 남이 앉는다. 서울 사람들이 양보하는 미덕이나 정이 없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니 오해는 마시길. 내가 지금 못 앉으면 콩나물 시루 같이 빽빽한 지하철을 30분 이상 서서 가야한다. 부산은 사실 지금 못 앉아도 앉아서 갈 기회가 생길 가능성이 서울 보다는 훨씬 높고, 서울-경기 같은 광역 출퇴근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에 조금 참으면 내리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하지만 서울은 그게 아니지 않는가?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일단 내 것을 챙기고 봐야하는 것 같다. 이러한 환경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어쩌면 그것이 당연한 것 일수도 있다. 오히려 지방에 가서 느끼는 헐렁함이 불안하거나 어색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서울에는 ‘타인’이 너무 많다. 내가 어떤 사람을 마주쳤을 때 그 사람을 다시 마주하거나 나와 연관된 사람일 확률이 거의 로또 확률 수준으로 낮은 것 같다. 그러다보니 사실 너무 많은 ‘타인’에게 내가 관심을 둘 필요가 없지 않는가? 내가 아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피곤해 죽겠고, 출퇴근 대중교통도 피곤해 죽겠는데 내가 쌩판 모르는 남까지 신경쓰기엔 삶이 너무 지친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남에게 무관심한 것 처럼 보이고, 냉소적인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 같다. 막상 알게 되고 관계를 쌓게 되면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관계가 형성되기 전에는 철저한 타인이다. 그러다보니 나와 타인의 경계가 명확한 편인 것 같다. 완전한 내 편이 되기전까지는 그 사람을 위해 나를 희생하고 싶은 생각도, 그 사람 때문에 내가 어떠한 영향을 받고 싶은 생각도 없어보인다. 없다기보다는 극도로 기피하는 것 같다. 사실 이런 경계, 냉소적인 것들이 지방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서 서울로 올라온 친구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나는 다행히도 부산경남에 기반을 둔 회사였기에, 조직문화나 어떠한 조직 구성원간의 공감대에서도 지역색이 좀 많이 묻어있는 편이라 서울 올라와서도 조직 내에서 힘들다는 생각은 크게 없었지만, 서울이 본사인 회사에서 근무하며 서울 발령으로 올라온 친구들은 대부분 귀향을 고민하고 있다.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선 그어놓고 울타리 안으로 넣어줄 생각을 잘 안한단다. 뒤통수 맞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모든 분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위에서 얘기한 ‘타인’에 대한 경계? 냉소적? 인 태도가 처음 맞이하는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은가보다.


이러다보니 드는 생각은, 내가 차라리 대학을 서울에서 나왔거나 직장생활을 서울에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나도 저들 처럼 변해갔을지? 아니면 지금 느끼는 것과 똑같이 느끼면서 고향으로 내려갔을지? 예전 같았으면 내가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더 많은 기회들을 통해 내가 좀 더 잘 되었거나 더 좋은 삶을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많았다면 요즘은 딱히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부산 내려왔을 때 약간 촌빨 날리는 것 같고, 서울보다 어딘가 한 세발짝 정도 느린 것 같지만 여기저기 느껴지는 여유로움, 내 고향에 대한 포근함, 익숙함이 더 좋은 것 같다.


서울, 가진 자에게는 더 없이 넉넉한 곳. 하고자 하는 자에게는 더 없이 많은 기회가 있는 곳.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돈이 모이고 트렌드가 가장 빠른 곳.

하지만 그 반대의 어두움도 존재하는 곳. 그만큼 치열한 곳. 서울은 나에게 그런 곳이다.


회사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가더라도 “서울에서 직장 생활 한번 해봤으니 됬다.” 라고, 후회 없이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내가 요즘 제일 좋아하는 우리 동네 야경과 함께


그럼 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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