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Nao

Hej [헤이]


스웨덴 사람들이 만나면 아이와 어른, 점원과 손님 할 것 없이 모두 Hej[헤이] 하고 인사한다. 발음 덕분에 저절로 얼굴에 방긋 미소를 짓게 된다. 인사가 아니라 친한 친구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하다.

푸른 바탕에 노란 스칸디나비아 십자가가 그려진 스웨덴 국기의 색을 따서 로고를 만든 가구 브랜드, 이케아(IKEA) 덕분에 한국에도 알려진 인사말이다.

스웨덴에 도착하고 문자로만 보았던 Hej를 실제로 들었다. 이제껏 써 보지 못한 언어로 인사를 나누면 비로소 실감이 난다. 새로운 땅에 도착했구나!


스웨덴 나무와 사람들은 꼿꼿하고 높다. 나무와 사람도 같이 살면 서로 닮는 것일까? 사람들 따라 스웨덴에서는 모든 사물이 높다. 공항 안내 카운터가 높고, 의자와 테이블이 높다. 심지어 화장실의 변기도 높다. 낯선 나라에 가면 쉬운 일에도 서툴고 언어를 몰라 말문이 막히는데, 거기다 몸집도 상대적으로 작아지니 정말 아이가 된 것 같았다.


모든 것이 길쭉길쭉하지만 건물들은 낮았다. 덕분에 칠흑 같은 하늘이 훤히 보였다. 겨울에는 저녁 6시면 가게들이 하나 둘 문을 닫아 상업 지구는 인기척 하나 없는 텅 빈 거리가 된다. 불빛을 따라 주택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니 어둠 속에서 창문만 동동 환해서 의도치 않게 남의 집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온기가 집 밖으로까지 전해진다. 공중이 아파트로, 상가의 간판으로 뒤덮인 한국 도시의 풍경에 눈이 익다 스웨덴의 거리를 보니 동화 속으로 들어온 듯했다. 이웃한 집들은 색도 형태도 서로 약속한 것처럼 잘 어울렸다. 도시가 이렇게 예쁠 수 있구나, 첫날부터 이곳에 반해 버렸다.


먼발치에서 스웨덴에 대해 주워들은 이야기들은 알쏭달쏭함만 키울 뿐이었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키워드에 단골 사례로 소개되는 국가이지만, 패스트 패션을 이끄는 의류 브랜드 H&M이 설립된 곳. 느긋함과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삶의 방식을 자랑하지만, 누구보다 빠르게 첨단 기술을 일상생활에 도입하는 곳. 어느 누구도 다른 누구보다 특별하지 않다는 ‘얀테의 법칙’ 제1항의 정신을 가르치지만, 노벨상의 주인공을 선정하고 수여하는 곳.



아직은 이상하고 아름답기만 한 나라인 스웨덴. 겨울부터 여름까지 직접 눈보라를 뚫고, 호수에 뛰어들고, 식료품점을 매일 같이 드나들고, 새로운 친구들과 만나다 보면, 찬 안개가 걷히고 이곳이 조금은 더 선명하게 보이지 않을까?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