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있어도 좋은 스웨덴의 주거 공간
스웨덴의 집들은 참 예쁘다. 따뜻하고 포근한 색감의 외벽, 아기자기한 창문, 단정한 지붕, 집 한 채의 모든 요소가 조화롭다. 스웨덴의 집들은 이웃하는 집들과도 색감과 형태가 어울려 이들이 모여 만들어진 동네는 마치 정성껏 그린 동화책의 한 페이지 같다.
겨울에 긴 긴 밤을 주로 집 안에서 보내야 하는 스웨덴에서는 집의 내부 또한 중요하다. 이케아의 본고장인 스웨덴의 사람들은 인테리어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인다. 따뜻하고, 편안하고, 온종일 있어도 지겹지 않은 그런 좋은 집을 열심히 가꾼다.
1950년대만 해도 스웨덴에는 한국처럼 아파트형 주택들이 많았다. 인구가 급증하면서 주택 문제, 도시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으로 북유럽에서 적극적으로 고층 아파트를 건설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층 아파트는 도시 빈민의 거주 공간이라는 이미지도 붙게 되었다.
한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단지형 고층 아파트가 보편적인 거주 공간이고, 아파트에 대한 선호와 수요도 높다. 반면, 스웨덴에서는 건축계에서 건물의 층고를 두고 진지한 논쟁이 진행되었다. 고층 아파트는 "좋은 집"이 될 수 없다는 사람들은 한 건물에 많은 세대가 살 경우 유아 인구 대비 놀이터 면적이 좁아 아이들을 보호하기에 좋지 않고, 주택 근처에 불가피하게 주차장으로 사용해야 하는 면적이 넓어져 소음 공해 등의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주장했다. 그리고 인구가 밀집하여 생활하다 보면 쓰레기 문제도 생기기 마련이고, 전력 공급이 한꺼번에 이루어져 정전 위험도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층수나 각도에 따라 채광 문제가 발생하는 집도 생길 수 있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이 중 몇 가지 문제는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아파트와 함께 도시 공간을 조성해 온 한국의 사례들이 보여주기도 한다. 아파트 단지로부터 관리와 보호를 받고, 단지 내 상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생활 방식을 더 편안하다 느낄 수도 있다.
스웨덴에서는 집의 시설에 문제가 생기면, 관리인이나 다른 업체를 부르지 않고 스스로 해결한다. 스웨덴에서는 그게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이 안락해지게끔 도시의 시스템도 같이 변화했다.
좋은 집이 모여 좋은 도시를 만들며, 안락한 가정이 모여 좋은 사회를 만든다
1900년대 중반을 넘어가며 스웨덴에서는 소책자와 라디오로 좋은 집의 기준이 퍼져 나갔다. 결과적으로 현재 스웨덴 사람들이 선호하는 집들은 주택이다.
스웨덴의 도시 경관 속에는 내가 더 높고 멋있다고 으스대는 건물이 없다. 모든 집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예쁘다.
스웨덴의 동화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집의 특성 중 하나는 주택의 파사드, 표면이 평면적이라는 것이다. 유럽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모든 집들에 모두 발코니, 테라스가 붙어 있고, 혹은 통창으로 이루어져 있다. 스웨덴에서는 추운 겨울 때문에 창문이 작고 귀엽다. 또한, 창문 밖으로 나온 테라스나 발코니도 많이 없다. 이러한 열 보존형 구조의 주택들은 지붕과 창문만 그려넣으면 끝나는 우리의 관념적 집의 모습을 닮았다.
스웨덴 집들의 심플한 디자인은 단지 기후 때문만은 아니다. 처음에 스웨덴에서 Swedish grace, 스웨덴만의 미학적 기준을 찾기 시작한 시기에는 신고전주의적인 양식을 추구했다. 그래서 어떤 집들에 그리스 신전 같은 곳에 붙어 있을 만한 장식들이 붙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다 1930년대 이후에는 질 높은 재료로 효율적으로 만들어진 합리적인 형태가 진정 아름답다 여기는 기능주의가 부상했다. 미니멀리즘과 기능을 추구하는 디자인사 흐름 덕에 스웨덴의 집은 심플한 아름다움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 형태의 단조로움을 상쇄하는 데는 집들의 외벽 색감이 한몫한다. 스웨덴 집들은 마치 옆집과 상의라도 한 듯 모두 다르지만, 채도 명도 면에서 조화를 이룬다.
스웨덴 집들의 또 하나의 매력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것이다. 몇 백 년 되어 보이는 문짝을 달고 세월이 느껴지는 중후한 외관을 가지고 있지만, 문은 모두 자동문에, 전자 키패드를 사용한다. 스웨덴은 현금이 거의 사라진 나라로, 의외로 새로운 기술이 효율적이라 여겨지면 누구보다 빠르게 기존의 것을 대체한다.
한편, 유럽 국가 답게 여전히 열쇠를 사용하고, 일반 쓰레기 배출구가 한국의 옛날옛적 아파트에서 볼 수 있는 더스트 슈트다. 무조건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사람들의 삶을 더 안락하게 만드는 방식일지 고민한 것이다.
집 앞에 세워둔 자전거를 타고
이웃과 인사를 나누고
환한 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즐기기
집 앞 마다 있는 식료품점에서 장을 보며
저녁이 되면 은은한 조명들로 집 안을 밝히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여름이 오면 텃밭을 가꾸고
집 근처 호수에서 수영하기
스웨덴 사람들의 주거 공간이 만들어내는 그들의 삶의 방식은 그 겉모습 만큼이나 내게 동화 같은 풍경이었다. 물론 스웨덴에 있는 모든 집들이 이렇게 꿈 같은 공간인 것은 아니며, 앞서 언급했듯 처음부터 좋은 집들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스웨덴의 안락한 거주 공간들은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노력과 더불어 천천히, 신중히, 삶의 터전을 일궈낼 수 있게 한 역사적 배경이 만들어낸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