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 땅굴 속으로!

스웨덴 대중교통 이용기

by Nao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의 지하철역은 동굴을 닮았다.

박쥐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지하 통로를 지나 전철 플랫폼에 도착하면 저 멀리 땅굴 속에서 반짝이는 열차가 들어온다.

터널 속 철도라는 뜻의 스톡홀름 지하철, ‘stockholms tunnelbana’의 노선은 빨강 라인, 파랑 라인, 초록 라인 세 종류뿐이다. 그러나 이 열차에 오르면 스톡홀름 안에 있는 곳 어디든 여행할 수 있다.

스톡홀름에 똑같이 생긴 지하철역은 없었다. 스톡홀름의 T-Centralen 역에서는 공사 중인 일꾼들이 그려져 있고, Tekniska Högskolan 역은 푸른 바다가, Solna는 붉은 지옥이, stadion 역은 평화로운 하늘과 무지개로 칠해져 있다.

실은 1950년대부터 스웨덴에서 예술가들과 함께 테마 하나씩을 골라 지하철역을 디자인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그래서 스웨덴의 지하철 역은 세상에서 가장 긴 미술관이라 불리기도 한다.

땅굴을 빠져나온 지하철은 바다 위를 달린다. 스톡홀름은 여러 섬으로 이루어진 도시다. 지하철들은 다리를 건너 여러 섬으로 뻗어나간다. 정말 tunnelbana로는 스톡홀름의 어디든 갈 수 있다.

tunnelbana 전철의 출입문에는 개를 데리고 탈 수 있는지 칸인지, 유모차를 둘 수 있는 칸인지 등의 정보가 픽토그램으로 눈에 잘 띄게 그려져 있다. 사람들이 미리 자신이 탈 수 있는 칸을 고를 수 있게 하는 세심한 배려다.

그리고 다양한 픽토그램만큼이나 좌석도 다양하다. 의자 옆에 유모차를 세워둘 수 있는 좌석, 마주 보고 앉는 4인용 좌석, 한국처럼 벽면에 일렬로 달린 좌석. 잠깐 머무르는 공간이지만 승객은 어떤 자리에 어떻게 앉아 이동할지 고를 수 있다.

4인용 좌석에 어린 학생들이 여럿이 둘러앉아 놀고, 유모차를 가지고 탄 부모들이 대화를 나누고, 강아지들이 서로의 냄새를 맡고, 지하철도 공원이나 광장처럼 일상을 보내는 평범한 공간처럼 보였다.


파리의 metro는 안내 음악 방송부터 통통 튀고 발랄한 파리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승객들도 개성이 넘쳐서 언제라도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 같다. 역에는 영화나 전시, 공연 포스터가 잔뜩 붙어 있어 예술 도시로서의 위상을 보여준다. 파리 metro의 입구는 생명체를 닮은 유려한 곡선으로 만들어졌다.

지하철을 처음 도입한 런던의 tube 혹은 underground는 지하철의 원형을 보여준다. 이름처럼 원통의 튜브처럼 생긴 차체는 내부가 좁고 천장도 낮다. 해진 좌석 쿠션은 영국 전철의 깊은 역사를 보여준다. 밴드의 도시이기도 한 런던은 지하철역에서도 언제나 버스킹 하는 연주자의 음악이 울려 퍼지고 있다.

스톡홀름의 tunnel bana는 거의 항상 깨끗하고, 고요하고, 평화롭다.


Nästa, T-centralen (다음 역은 T센트럴입니다)

지하철 안내 방송도 차분하고 나직하다. 한국의 지하철에는 늘 광고와 환승 안내 음악이 시끌벅적하게 울려 퍼지는 반면 스웨덴의 안내 방송은 시크하다. 어느 때는 내부가 너무 적막해 아주 소곤소곤 대화해야 할 것 같은 때도 있다.

지하철의 승객들은 대부분 가만히 앉아있거나, 이어폰으로 무언가를 듣거나, 창밖을 보거나, 책을 읽는다. 지하철이 사람으로 꽉꽉 들어찬 경우는 거의 없어 바쁜 사람들에게 잠시 쉴 틈을 주는 수 있는 공간이 된다.

간혹 정적을 깨는 지하철 악사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그 마저도 참 점잖다. 그는 지하철에 들어와서 한 곡 정도 악기로 연주하다가 말없이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 버린다. 관객들도 그냥 말없이 그가 들어오고 연주하고 나가는 것을 구경한다.

tunnel bana의 지하철 역 이름들도 길지 않고 단순하다. 한국 지하철 역은 광고 목적으로 지명 옆에 다른 브랜드나 장소명이 붙어 있어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 스웨덴의 역 이름은 대부분 한 단어 혹은 두 단어로 이루어져 있다.

역 곳곳에 있는 안내 표지판도 그림을 통해 단순하지만 명료하게 만들어져 큰 규모임에도 길을 찾아가기 크게 어렵지 않다.

많은 스웨덴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열심히 이용한다. 열차를 타고 다니는 대학 교수도 많아 열차 지연 문제로 지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스톡홀름은 수도임에도 빽빽한 대도시의 풍경이 아닌데, 낮은 인구 밀도와 더불어 도로 위에 자동차들이 많지 않은 것도 이유다.

스톡홀름은 교통 체증을 막고 대기질을 개선하고자 도로 위 자동차에 부과하는 세금인 congestion tax를 받는다. 주중에 이용 구간과 시간대에 따라 요금이 조금씩 달라지고, 그 금액은 한국 돈으로 15,000원 정도로, 한국의 남산에서 받는 혼잡 통행료가 2,000원인 것에 비해 높은 편이다.

버스는 주로 도시 외곽이나 교외 지역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도심의 땅 위에서 사람들을 운반하는 대중교통으로는 한국과 달리 버스보다는 트램이 사용되는 편이다.

스톡홀름 바깥의 지역이나 다른 섬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을 위한 열차 pendaltåg과 통근용 페리인 pendalboat도 있다. 출퇴근 길에는 사람들이 꽤 많다.

스톡홀름은 대중교통 앱으로 SL이라는 것을 사용한다. 교통수단이 바뀔 때마다 표를 따로 끊을 필요 없이 SL 티켓 하나로 버스, 지하철, 트램, 통근 열차와 페리를 모두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연령대 별로 티켓값이 다르고, 7세 이하의 아동은 보호자와 함께 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SL 애플리케이션

스웨덴에서는 보행자 신호등 버튼을 눌러야 초록불이 들어온다. 이 보행자 신호등은 친절하다. 횡단보도가 어떤 모양인지, 자전거용 길이 있는지 등을 눈과 손으로 미리 알 수 있게 만들어졌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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