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식료품점, 스웨덴 음식들
스웨덴도 여느 북유럽 국가들처럼 외식물가가 높은 편이다. 한국의 외식비가 점점 오르는 탓에 스웨덴 레스토랑들이 놀랄 만큼 비싸다는 인상을 받지는 않지만, 스웨덴에는 간편하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식당이 거의 없다는 것이 한국과 조금 다르다. 배달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는 편도 아니다.
점심시간이 되면 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데우러 간다. 그렇기에 스웨덴에 사는 학생으로서 먹고사는 이야기는 맛집 탐방이나 배달 주문이 아닌 "장보고 요리하기"의 연속이다. 등굣길, 출근길에는 한 손으로 과일이나 빵을 먹으며 자전거를 타는 스웨덴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니.. 장 보러 가자!
식료품점 입구에서부터 알록달록 젤리들이 반긴다. 한국에서도 유행한 스웨디시 젤리는 천연 재료들로 단맛을 내려고 노력해서 젤리치고는 비교적 건강을 해치지 않는 편이라고 한다. 계산대 근처는 스웨덴의 국민 초콜릿 브랜드 마라보 Marabou가 차지하고 있다.
더 깊숙이 들어가니 스웨덴 맥주들이 보인다. 편의점에서 쉽게 맥주, 소주, 와인까지 주류 쇼핑이 가능한 한국과 달리 스웨덴에서는 일정 도수 이상의 술을 아무 데서나 구할 수 없다. 술을 사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관리하는 주류 상점에 따로 가야 한다. 식료품점에는 2.2도, 2.8도 낮은 도수의 맥주들만 있다.
아침 식사로 빵, 요구르트, 치즈, 대구알 튜브, 그리고 꿀만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유럽 답게 빵의 종류가 가지각색이며, 크바리 kvarg라는 단단한 요거트와 코티지치즈를 쉽게 볼 수 있다. 빵에 짜 먹는 대구알 절임은 생선알이 공기와 닿으면 쉽게 상하기 때문에 공기가 내부로 통하지 않도록 단단한 알루미늄 튜브 용기 속에 들어있다. 가장 유명한 튜브인 칼레스 Kalles 오리지널, 포장에 그려진 소년은 제조사 CEO의 아들이라고 한다. 고체 꿀 Solid honey 은 액체 꿀을 몇 달 방치해 두어 응고시킨 것으로 액체꿀보다 색이 연해 레몬 커드 같기도 하다.
스웨덴 식료품점은 가짓수도, 지점도 많다. 스웨덴의 대표적인 식료품점은 ICA, Coop, Willys, Hemköp 이 있고 이중 스웨덴 식료품 매장 기업인 ICA의 로고가 가장 많이 보인다. ICA 매장은 취급하는 물품에 따라 네 가지로 분류된다.
ICA Supermarket
대개 주택 단지 앞이나 출퇴근 길에 있어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친근한 식료품점이다. 나 또한 기숙사 바로 앞에 있어 가장 자주 가 본 ICA다. ICA의 식품 코너에는 비건 음식 코너가 따로 있다. 대체육으로 만든 미트볼, 소시지, 비건 치즈와 우유 등 할랄푸드를 찾는 사람들에게 꽤 넓은 선택지를 준다. 세일도 자주 하고 부활절 같은 기념일이 다가오면 맞춤형 상품들이 발 빠르게 진열대에 오른다.
Maxi ICA Stormarknad
식료품 외에 주방용품, 욕실용품, 학용품, 아기용품, 정원용품 등 거의 모든 것을 판매한다. 한국의 대형마트들과 가장 유사하다. 약국과 화장품가게 사이 어딘가에 있는 상점인 Apotek 도 이 안에 있다.
ICA Kvantum
ICA Supermarket보다 다양한 상품을 팔지만
Maxi ICA와 달리 식료품에 집중했다. 이곳에서는 로컬 푸드, 다양한 신선 식품, 특별식, 알레르기 대체 음식, 유기농 음식, 지역 특산물 등을 볼 수 있다. 스톡홀름이나 예테보리 등 큰 도시에 주로 분포한다.
ICA Nära
편의점처럼 작은 식료품점이다. 마트가 희박한 지방 작은 마을에 하나씩 있다. 매장 크기가 작고 상품 가짓수도 적지만 시골 가면 동네에 하나씩 있는 작은 슈퍼처럼 즐거움을 주는 소중한 슈퍼마켓이다. 도수가 낮은 맥주 정도만 파는 다른 ICA와 달리 술 대리점으로도 기능하고 경마 서비스도 제공한다.
스웨덴은 먹거리로 소문난 나라가 아니다. 스웨덴 사람들도 스웨덴 음식보다는 아시아 음식이나 이탈리아 음식을 즐겨 먹는다고 한다. 특히 스시와 케밥 레스토랑을 길거리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그나마 스웨덴 음식으로 알려진 미트볼 köttbullar 또한 튀르키예에서 들여온 음식이라고 한다. 대신 으깬 감자, 완두콩, 링곤베리잼과 함께 먹는 것이 스웨덴식 미트볼의 특징이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한 소박한 가정식이다.
스웨덴에서 기원한 음식 중에는 레크스메르고스 räksmörgås 라 부르는 새우샌드위치가 있다. 오픈 샌드위치 형태에 새우, 캐비어, 삶은 달걀, 야채가 잔뜩 올려져 있고 밑에 깔린 빵에 버터향이 진하다. 샌드위치 케이크라고도 부른다.
그 대신 스웨덴은 디저트가 다채로운 나라다. 친숙한 시나몬빵부터 겨울에만 나오는 셈라까지.
시나몬이 들어간 페이스트리, 시나몬빵 Kanelbulle은 거의 모든 카페에서 볼 수 있다.
셈라 semla는 아몬드 페이스트와 두툼한 생크림이 빵 사이에 들어있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 스웨덴 사람들이 셈라를 떠나보내며 맛있게 먹는 날인 Semla Tuesday가 있다.
디저트에는 마지팬(아몬드 설탕 반죽)이 자주 사용된다 조그마한 연두색 디저트 펀치롤 punschrulle 은 안에 펀치 리큐어, 전통적으로는 아락이라는 술로 향을 냈고, 겉이 마지팬으로 감싸져 있다.
프린세스케이크 prinsesstarta는 휘핑크림이 가득한 케이크 위에 연두색 마지팬을 덮은 디저트다. 원래 이름은 그린케이크였지만 스웨덴 공주들이 이것을 너무 좋아해서 이름이 프린세스 케이크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고기 대신 오트밀, 코코아 가루를 동글동글 뭉치고 코코넛 가루를 두르면 미트볼이 아닌 쇼클라드볼이 된다. 요리하기 간편해서 역시 스웨덴 가정에서 자주 만들어 먹는 디저트라고 한다. 실용성을 추구하는 스웨덴 사람들의 성향이 음식에서도 나타난다.
장을 보러 가기가 귀찮다면, 스웨덴의 버거 브랜드 MAX 버거에서 신메뉴를 맛보러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