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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주인 Jun 12. 2024

재혼가정에서 '입양'의 의미

싱글대디와 미스, 재혼가정 연대기<13>

친양자 입양 중단 후폭풍(전편:아들의 입양 반대, 가정이 깨질뻔)이 지나가고 우리 집은 평화가 찾아왔다. 아이는 군대를 갔고 어학연수를 다녀왔고 여자친구가 생겼다. 가고자 했던 국가의 교환학생에도 합격했다. 아이는 더없이 잘 성장하고 있었다. 조금 더 어른이 돼가고 있었다.


나이가 지나 불가능한 친양자입양 대신 일반입양을 생각하고 있었다. 말할 때가 됐다.


"아들, 나중에 취업 같은 좋은 일이 있을 때 엄마한테 일반입양을 '서프라이즈' 하면 어떨까?"

아내는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그날 이후 마음에 상처가 생겼다. 그걸 풀어주고 싶었다.


"안 그래도 미안했는데 엄마가 좋아할까요? 그럼 빨리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교환학생 가기 전에 할게요"


그렇게 우리 부자의 입양작전은 시작됐다. 교환학생까지는 3달 정도 남아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별 어려움이 없을 줄 알았다. 아들이 성인이지만 일반입양 역시 친생모의 동의가 필요하다. 아들이 친생모를 만나 입양서류에 도장을 받아오기로 했다. 우리는 친생모가 당연히 동의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친생모의 권리는 변하는 게 없으니까. 우린 너무 순진했다.


친생모를 만나고 온 날. 아이 표정이 좋지 않았다


"왜? 안 찍어 준대?"


"네..."


"무슨 이유로?"


"뭐라 뭐라 이야기했는데 설명을 못하겠어요. 이해도 안 되고요. 너무 엄마(친생모)가 흥분해서 저는 이야기도 잘 못했어요"


"그럼 아빠가 한 번 만나 볼까?"


"네, 저는 설득 못할 것 같아요. 아빠가 좀 해주세요. 만날 때 사람 없는 곳에서 꼭 만나시구요. 흥분해서 소리치면 사람들이 쳐다봐요"


친생모와 연락 안 한 지 10년 가까이 됐다. 만남을 피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었는 상황, 아들에게 친생모의 전화번호를 받았다. 만나는 게 내키지는 않았지만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아들을 잘 성장시켰고 일반입양은 아들에게 좋은 거니까.




'가족이니까 당연' '엄마 서프라이즈' 같은 감정적인 부분만 이야기했지만 입양에는 아이에게 이야기 안 한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나와 아내는 9살 차.

나중에 혼자 남을 아내를 생각해야 한다.  많지 않은 재산이지만 아내에게 증여를 생각하고 있다. 또 언젠가 그 재산이 아내에서 아들로 넘어가기를 원한다.

그래서 입양이라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아내와 아이가 법적인 관계가 안되면 아내 의도와 상관없이 유류분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아이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기에 본인의 권리는 그대로 살아 있는 친생모가 일반입양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친생모가 친양자입양과 일반입양을 헷갈려서 그럴 거다 생각하며 10년 만에 불편한 만남을 가졌다.


하지만 그녀는 역시 나의 상상력 넘어섰다.

"나중에 아들에게 증여할 건데 혹시 아들이 사고가 면 그 돈이 새엄마한테 가잖아. 그래서 입양 동의 못해줘"


'아들의 사고?' 미친x 같았다. 어찌 그런 말을 입에 올릴 수 있을까?


너무 어의 없고 화가 났지만 참았다. 내 감정보다는 아들에게 필요한 입양동의를 받아야 하니까.

당신 아들에게 입양이 왜 필요한지, 입양하면 뭐가 좋은지, 친양자입양과 일반입양의 차이를 설명했다.

"아들이 결혼해 아이를 놓은후 당신이 증여하면 절대 새엄마에게 재산 가는일이 없다"는 이야기까지 했지만

 "엄마가 둘인 게 싫다"며 동의하지 않았다. 이게 본심인듯 했다.

그럼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하니 본인도 알아보겠다고 했다. 나는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친생모에게 장문의 문자가 왔다. 아이를 잘 키워줘서 고맙다. 입양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고 알아보겠다. 그리고 아들 사고를 가정한 해서는 안될 말들...


그런데 그 뒤로 연락이 없었다. 문자를 보내면 알아보고 있다는 답만 되풀이 됐다. 그러다 한 달이 지났다.

'아이가 얼마 후 교환학생을 가니까, 시간 끌기를 하고 있나?' 정말 피하고 싶었지만 소송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에게 친생모와 오고 간 문자를 보여줬다.

"아들, 이제 더 기다리는 게 의미가 없어 보이네. 남은 방법이 소송밖에는 없는데 어떻게 할까?"


"지금 가족이 좋아요, 그리고 나를 위한 아빠의 판단을 믿어요"

아들은 소송에 동의했다.


난 지인들과 인터넷을 뒤져 가사이혼전문변호사들과 상담했고 '부모의 동의를 갈음하는 심판 청구'를 해야 하며 승소확률이 높다는 확인을 받았다.

민법 제871조 제1항
양자가 될 사람이 성년인 경우에는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만, 부모의 소재를 알 수 없는 등의 사유로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그러지 아니하다.

민법 제871조 제2항
가정법원은 부모가 정당한 이유 없이 동의를 거부하는 경우에 양부모가 될 사람이나 양자가 될 사람의 청구에 따라 부모의 동의를 갈음하는 심판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가정법원은 부모를 심문하여야 한다.


그런데 잘 못 알고 있는 게 있었다. 내가 소송을 제기하고 아들은 문서로 의사표현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아들이 직접 '원고'가 돼야 했다. 아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다시 의사를 물었다.


"아빠, 내가 원고가 되면 엄마(친생모)와 관계가 완전히 끝날 거예요, 마지막으로 설득해 볼게요. 그래도 안되면 소송가요"


얼마 후 아이는 친생모의 동의 도장을 받아왔다.

아들이 어떻게 동의를 받았는지 궁금했지만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 아들에게도 힘든 시간이었테니까.


교환학생 떠나기 이틀 전, 우리 가족은 구청에 입양서류를 제출했다. 며칠 후 가족관계증명원에는 완전체 가족이 등재됐다.




"아내가 증여, 상속을 결정할 수 있어야 아들이 잘할 텐데 왜 입양해서 선택권을 포기해?"

주변에 상의하면 이런 의견이 꽤 있었다. 난 이 말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돈에 엮인 관계는 비즈니스다.

가족은 이런 게 아니다.

기쁜 일에 같이 기뻐하고 슬픈 일에 같이 슬퍼하는. 세상이 모두 등 돌려도 같은 편에 서 주는 게 가족이다. 나의 이런 생각이 아들에 그 자식에 전해졌으면 한다.


하나 더 이야기할 게 있다.

증여, 상속 이야기를 했지만 내가 돈이 많아서 그렇다는 게 아니다. 외벌이 봉급쟁이가 있어본 들 얼마나 있겠는가? 그냥 열심히 벌고 절약하고 투자하고 있을 뿐이다. 그 결실을 아내에게 자식에게 또 그 자식에게 자연스럽게 흘러 보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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