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만에 쓴 <싱글대디와 미스, 재혼가정 연대기>
뒷심부족!
내가 또 그랬다. 연재 후반부로 갈수록 시동이 꺼질 듯 말 듯 겔겔 거렸던 글쓰기가 결국 멈췄다. 지난 6월 19일 발행일날 '이번 한번만 건너뛰자'라고 했던 게 3개월이 지나버렸다.
처음 1,2주는 압박감이 많았지만 글감이 안 나오는데 억지로 쓰는 것보다 좋은 글감이 나오면 쓰는 게 더 좋다고 자기 합리화했다. 시간이 더 지나니 압박감도 희미해졌다. 무겁게 다가오던 '독자들이 기다린다'는 브런치의 알람도 가볍게 넘길 줄 아는 '이상한 여유'가 생겨버렸다. 한번 꺼진 시동은 다시 켜지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이번 글쓰기만 그랬던 게 아니었다
30년 넘게 담배를 핀 나는 일명 만갑형님(핀 담배가 만갑이 넘는다)이다. 여러 번 금연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몇 달을 끊었다가도 '이번 한 번만'에 흡연자로 되돌아갔다. 겨우겨우 흡연 스위치를 꺼놨는데 딱 한대에 스위치가 켜지는 거다.
다이어트도 그랬고 영어공부도 그랬다.
왜 나는 끈기가 없는 걸까? 뒷심이 부족한 걸까?
이런 생각을 하다 하나의 변명거리를 찾았다. 기쁘게도.
난 같은 회사에서 25년째 근무하고 있다. 어느 정도 인정도 받고 있다. 이 정도면 끈기 있는 게 아닐까?
문제는 글쓰기, 금연, 다이어트, 영어공부 같은 것은 이 끈기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끈기의 작동여부는 강제성과 자발성의 차이라 결론 내렸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고민이 더 깊어졌다.
나는 조기은퇴를 강하게 생각하고 있다. 목표 시점도 2년 하고도 4달밖에 남지 않았다. 즉 2년 후면 그나마 나의 끈기를 지탱해 줬던 회사의 강제성이 사라진다는 거다. 지금의 나라면 이것 조금, 저것 조금, 간만 보다가 방향을 잃을지도 모르겠다. 시간주인을 꿈꿨던 내가, 넘쳐나는 시간에 표류하는...
난 은퇴 후 시간을 더 재미있고 가치 있게 보내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다. 글쓰기를 통해 나와 더 대화하면서 성장하고 싶다. 감사하게도 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 하지만 이런 거창한 생각도 '이번 한번만'에 던져버리는 게 나라는 존재임을 안다.
변화가 필요하다.
'이번 한번만' 생각이 날 때마다 '더'를 붙여야 한다.
핑계 대고 건너뛰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이번 한번만 더' 하는 사람으로 나를 바꿔야 한다.
<싱글대디와 미스, 재혼가정 연대기>도 '이번 한번만 더' 하고 마무리를 지을 생각이다.
실제로 나의 재혼가정도 곧 엔딩이다. 해피엔딩.
잘 자라준 아이는 취업준비에 한창이고 곧 사회인이 된다. 우리 부부도 행복했지만 힘들었던 시즌1 인생에서 자유롭고 평안한 시즌2 인생으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재혼가정 선택을 고민중이거나 이미 어려운 길을 가고 있는 분들에게 나의 이야기가 희망이 됐으면 한다.
다음 주 수요일 찾아뵙겠습니다. (이러면 저도 발을 못 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