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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주인 May 29. 2024

내 글이 가족에게 피해가 된다면?

싱글대디와 미스, 재혼가정 연대기<11>

"가족은 건드리는 게 아니랬는데... 우리 가족 이야기를 써도 될까?"


브런치 시작하기 앞서 고민이 있었다.

브런치에서야 익명으로 글을 쓰면 되지만 혹시나 혹시나 출판까지 하게 된다면 가족에게 피해가 갈까 걱정되었다.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로또보다 낮겠지만 그래도 난 출판이 꿈이니까.


아내에게 소심하게 고민을 털어놨다.

"그게 뭐 대수라고, 근데 진짜 글 쓸 거야? 작가가 되고 싶은 거야? 평소에 책도 잘 안 읽던 사람이, 나이가 드니 사람이 변하기도 하네." 

아내는 글을 쓰겠다는 내가 믿기지 않은 듯했다. 일단 통과.


멀리 있는 아들과도 통화했다. 아들 반응은 전혀 예상이 안돼 살짝 긴장됐다.

"아빠, 지금까지 나한테는 일단 시작하고 고민해, 실행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이야기해 놓고 뭘 그런 고민을 해요. 일단 시작하고 나중에 정말 책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오면 그때 고민해요." 아들은 MZ였다. 쿨했다.


나도 한때 무대뽀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극소심좌'가 된듯하다. 이게 다 호르몬 탓이다. 영화 300을 제일 좋아하던 내가 지금은 TV드라마만 봐도 눈물이 뚜루루 흐른다. 내가 변했다. 그러니 책도 안 읽던 내가 글을 쓰려고 하는 거지. 


10회까지는 우리 가족 이야기로 채웠다. 너무 개인적인 부분은 수위조절을 했지만 최대한 사실 위주로 써나갔다. 하지만 연재가 이어질수록 고민이 더 커진다.

재혼가족의 이야기라 필연적으로 본가, 처가로 글감이 확대되어야 하는데 쓰기가 망설여진다. 본가, 처가와 많은 삐걱거림이 있었고 아직도 해결이 안돼 시간에 넘겨둔 것도 있다. 아내와 시어머니와 있었던 일들, 나와 장모님, 처가식구들과 있었던 일들, 이런 내용들을 그분들이 보시게 되는 게 두렵다. 가족이 보기 두려운 글을 쓰는 게 맞나? 


그렇다고 거짓을 쓸 수도 없고 이것 빼고 저것 빼고 나니 쓸 수 있는 내용이 없다. 딜레마다.

브런치 다른 작가님은 어떻게 하나, 이글저글 찾아보았지만 '케바케'다. 용감하신 분들도 많지만 나는 그 결정이 쉽지 않다.


내가 글을 쓰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가?
독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가?
가족이 불편해진다면 이기적인 글쓰기가 아닐까?


처음 시작할 땐 글이 쭉쭉 써질 줄 알았다. 많은 사건사고들이 있었고 재혼가정만 겪을 수 있는 아픔과 기쁨이 넘쳐났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이 연재를 끝까지 끌고 갈 수 있을까 고민스럽다.


없던 운빨이 터졌다.  <요즘 뜨는 브런치북>에 노출되면서 몇만 명이 봐주는 호사를 누렸다.

라이크 알림, 구독자 알림...

처음엔 너무 좋았다. 회사에서 퇴물이 된 내가 쓰임이 있다고 응원하는 것 같았다. 잠결에도 알림이 기분 좋게 속삭였다. 하지만 지금은 반반이다. 좋은 거 반, 압박 반.


연재 마무리 하신 작가님들 참 대단하다.

그분들도 내가 겪은 과정을 겪었을까?

나만 똥볼을 차고 있는 걸까?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오늘 연재는 옆길로 샜다.

수, 일 일주일 두 번 연재는 작전상 후퇴다.

 




썼다 지웠다 반복했던 본가와 처가 이야기는 지워버렸다. 글로 쓰지는 못하지만 꼭 알려드리고 싶은 게 있다.

시댁과 처가, 재혼가족에서 '가족의 확대'는 '감정소모의 확대'로 튀는 일이 많다. 나의 선한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것만 명심하자.

부부는 '원팀'이어야 한다. 

남편과 본가, 아내와 처가가 팀을 먹는다면 두 번째 이혼으로 부모님을 한 번 더 슬프게 할 것이다. 

부모님을 슬프게 하는 건 한 번으로도 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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