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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Jul 01. 2021

유교국가 여성들의 정실자리 쟁탈 이유

본 글은 2021년 10월 20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창작지원금과 텀블벅 펀딩의 후원금으로 (도)아이필드에서 <표류사회: 한국의 여성 인식사>라는 책으로 발간되었습니다. 책에는 더욱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합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세기의 까탈남, 인류의 큰 스승이 되다 |

한 남자가 있었다. 천 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한 인재였지만 너무 엄격하고 완고해서 아무도 함께 일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사적인 지도를 받고자 밥만 축내는 학생들만 득실거렸다. 게다가 그는 자기를 알아주는 나라가 없다며 평생 70여 나라를 돌며 식객 생활을 했다. 그가 얼마나 완고했는지 하루 세 번 먹는 식사마저 남들은 따라하지 못할 고집이 있었다. 

일단 모든 음식과 술은 반드시 홈 메이드여야만 했다. 특히 고기 포, 고기 젓갈이 없으면 식사를 안 할 정도였고, 술도 좋아했는데 역시 시장에서 사 온 것은 절대 먹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아내는 이 모든 걸 집에서 직접 만들어야 했다. 밥은 늘 하얀 백미밥, 반찬과 과일은 반드시 제철 식품이어야 했는데 조금이라도 색이 바래거나 냄새가 좋지 않으면 먹지 않았다. 또 모양이 반듯하지 않거나 요리에 어울리는 소스가 없으면 수저를 내려놓았다. 게다가 항상 예쁘게 손질된 생강이 있어야만 했다. 그는 고기와 술을 좋아했지만 그조차도 많이 먹지는 않았다. 

그에겐 이렇게 까탈스러운 비위를 다 맞춰 주며 힘겹게 아들까지 키워낸 아내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여자와 아이는 기르기 어렵다’며 남편 뜻에 순종하며 조용히 집안일에 매진하기를 요구했고, 결국 그의 아내는 집을 나가 버렸다. 그는 훗날 전 세계적인 인물이 되었지만 그의 아내는 이름조차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다. 전 세계적인 인물이 된 까탈남, 그는 대체 누구였을까? 망해버린 주나라의 사상을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한 유교의 종주(宗主), ‘공자’였다.        

    


|이혼한 아내는 자식의 어머니가 될 수 없다 |

힘들게 살았던 아내는 공자보다 빨리 죽었다. 아들인 백어는 어머니의 부고를 받고 가슴이 미어져 삼년상을 치르고자 했다. 백어가 일 년째 곡을 하던 어느 날, 아버지인 공자가 지나다 그 모습을 보고는 “아! 거 참 심하네”라고 한마디를 툭 던지고 갔다. 그 말을 들은 백어는 ‘이혼한 아내는 자식의 어머니로 인정하지 않겠다’라는 아버지의 의중을 눈치 채고 곧 곡을 멈추었다. 훗날 백어 역시 이혼을 했는데 백어의 아내는 서씨와 재혼을 했다가 타국에서 죽었다. 백어의 아들 자사(공자의 손자)는 어머니의 부고를 전해 듣자 집에 사당을 차리고 곡을 했다. 부모가 돌아가시면 삼년상을 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에 있던 문인이 따져 물었다. 


“서씨와 재혼해서 서씨 집안의 어머니가 되셨는데 왜 공씨 집안에서 곡을 하는 것입니까?” 


그 말에 자사는 “제가 잘못했습니다”라며 집 안의 사당을 치우고 대신 다른 곳에서 어머니를 위한 곡을 했다. 아버지인 백어는 이 일을 전해 듣고 딱히 뭐라 하지 않았다. 훗날 공자의 손자인 자사 역시 아내를 쫓아냈는데 아내의 부고를 듣고는 아들에게 상을 치르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자 제자들이 물었다. 


“옛날에 선생님의 아버지께서는 쫓겨난 어머니의 상을 치르게 해주셨잖아요?”

“그랬지.”

“그런데 왜 선생님께서는 아드님이 쫓겨난 어머니의 상을 치르지 못하게 하시나요?”

“내 아내 되는 사람이 내 아들의 엄마가 될 수 있는 거지. 내 아내가 되지 못하면 내 아들의 엄마도 될 수 없는 거라네.”     


이로부터 공자를 따르는 유학자의 아내들은 남편의 ‘정실부인’ 자리를 지키며 ‘아들’ 낳는 것을 인생의 중요한 숙제로 삼게 되었다. 정실부인 자리에서 쫓겨나면 아들과의 인연도 끊어졌기 때문이다. 곧 진짜 혈연보다도 명분적인 인간관계가 더 중요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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