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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Jul 01. 2021

여성을 집 안에 가둔 공자

본 글은 2021년 10월 20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창작지원금과 텀블벅 펀딩의 후원금으로 (도)아이필드에서 <표류사회: 한국의 여성 인식사>라는 책으로 발간되었습니다. 책에는 더욱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합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종법과 정명사상,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신분과 역할에 충실하라 |


“하늘에 열 개의 간지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열 가지 등급이 있다. 이러한 까닭에 아랫것들은 자기 윗분을 섬기고, 가장 높은 사람은 신께 제사 지낸다.”                                 『좌전』, 「소공7년」     


예는 하류층인 서민에게까지 내려가지 않고, 형벌은 상류층인 대부에게까지 올라가지 않는다. 『예기』, 「곡례 상」

      

공자가 살고 있는 춘추전국시대는 혼란스러웠고 신분제도도 불안정했다. 공자는 이런 상황을 법도가 무너졌다고 생각해 주나라 사상을 통해 신분질서를 다시 바로잡고자 했다. 오늘날도 그렇지만, 권력자들은 기존의 신분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공자의 정명(正名)사상은 오랜 시간동안 수많은 위정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정명사상이란 타고난 신분과 이름에 걸맞는 삶을 살라는 의미이다. 공자는 이를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어버이는 어버이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고 표현했다. 자신의 직분에 맞는 내실 있는 덕을 갖추라는 일견 좋은 말이지만, 그 시대의 신분과 직분이란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는 것이었다. 결국 타고난 운명을 거스르지 말고 순응하며 살라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사람이 역할을 만들지 않고, 역할이 사람을 묶어 버리는 것이 바로 공자의 정명론이었고, 그러한 바탕 위에서 세워진 것이 유교였다.           


| 여성을 집 안에 가둔 공자 |

공자에게 여성은 신분과 계층과 상관없이 통제되어야 하는 존재였다. 부계 중심의 질서를 유지하려면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여자와 소인은 기르기가 어려우니 가까이하면 불손해지고, 거리를 두면 원망한다.     - 『논어』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부인은 남편에게 복종해야 하는 사람이다. 때문에 자기 생각과 판단대로 일을 처리하면 안된다.…여자의 가르침과 명령이 안채 문을 넘어서면 안 되며, 하는 일은 음식 마련하는 데서 그쳐야 할 뿐이다. 여자는 안채 안에서만 하루를 마치고, (친인척 상사라도) 먼 곳의 초상에는 가지 말아야 하고, 행동을 독자적으로 해선 안 된다.   -『소학』, 「명륜」         


때문에 공자는 여성을 주체적인 존재로 보지 않았다. 일례로, 주나라 무왕이 “내게는 잘 다스리는 신하 열 사람이 있도다”라는 말을 했다는 기록이 있었다. 이 글귀에 대해 공자는 “그중에 부인이 끼어 있었으니 (신하는) 아홉 사람만 있었을 뿐이다”라고 굳이 덧붙였다.

공자는 말년에 고대의 전적들을 모아 육경(六經)을 지었다. 그중에 아름답고, 교훈이 있고, 도리에 맞고, 후대 사람들이 배울 점이 있다고 판단한 것들을 주제별로 모은 『시경』이란 책이 있었다. 공자의 가치관이 생생히 녹아 있는 『시경』에 나오는 여성에 관한 훈계는 다음과 같았다.


지혜로운 지아비는 나라를 세우나 지혜로운 부인은 나라를 망친다네.

아름답고 지혜로운 부인이여 올빼미와 솔개 같은 짓을 하는구나.

부인의 말 많음이여. 재앙으로 가는 계단이로다. 

어지러움은 하늘이 내려 주시는 게 아니라 부인으로부터 생겨난다네.

가르쳐도 안 되고 깨우쳐도 안 되는 것이 바로 여자와 내시라네.  

부인은 공적인 일을 하지 말고 한가롭게 베를 짜고 옷이나 지어야 한다네. -『시경』, 「대아」  

   

아들을 낳으면 침상에 누이고 화려한 옷을 입혀 구슬을 쥐여 주어라. 

딸을 낳으면 침상 밑 맨바닥에 눕히고 수수한 홑옷을 입혀 실패를 쥐여 주어라. -『시경』, 「소아」     


실제로 공자의 큰 제자인 증자는 부모님 밥상에 적당히 익힌 나물을 낸 아내를 집에서 쫒아내 버렸다. 옆 사람들이 그게 아내를 내쫓을 일이냐고 한마디 하자 증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나물을 푹~ 삶으라고 명했다네. 내 명령하나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더 큰 일은 어떻겠나?” 



앞에서 우리는 여성들이 재상이 되어 나랏일을 하고, 장군이 되어 군사활동을 하는 상나라의 문화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런 상나라의 여성 존중 문화를 여화론으로 비판하며 상을 멸망시킨 주나라를 보았다.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는 주나라 무왕의 여화론은 공자에 의해 더욱 발전하여 마침내 여성들은 집 안에만 가둬둬야 한다는 믿음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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