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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Jun 30. 2021

동양 가부장제의 시작 : 주나라 왕실의 종법 제도

본 글은 2021년 10월 20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창작지원금과 텀블벅 펀딩의 후원금으로 (도)아이필드에서 <표류사회: 한국의 여성 인식사>라는 책으로 발간되었습니다. 책에는 더욱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합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사회와 가족문화에 뿌리내린 서열문화 |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문화를 보면 정말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알 수 없는 서열과 차별의 문화가 깊숙이 자리해 있다. 사회 전반에 양성평등이란 표어가 자주 보이고, 유치원생들도 양성평등 교육을 받는 시대인데 현실과는 참으로 괴리된다. 그것은 특히 결혼을 하면서 더욱 두드러진다. 남편은 거실에 아내는 부엌에, 사위는 백년손님 며느리는 백년일꾼, 친정에선 부족한 딸을 보낸다며 사돈 앞에 낮아지고, 시댁에선 새아기가 들어왔으니 시댁 문화에 빨리 익숙해지길 기대한다. 촌수 계산과 호칭 문제부터 집안 일정이나 반찬 취향까지 대개 남편을 기준으로 맞춰가고, 친정에 큰 선물이라도 사 가면 친정 부모님은 괜시리 사돈께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곤 한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이 오래된 관습들은 3천 년 전 주나라의 사회질서인 종법에 뿌리를 둔 것이다. 종법 사상은 철저한 비교와 분별을 바탕 삼아 ‘서열화·차별화’를 도리이자 정의로 정의한다. 그러한 종법 사상이 사회질서뿐 아니라 가족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 현재의 가부장적 사회질서와 가족문화이다. 때문에 가부장 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려면 종법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  주나라와 함께 등장한 동양 가부장제의 핵심 : 종법 제도 |


지금으로부터 약 3천 년 전, 중국 한족의 뿌리 국가라 알려진 주나라의 무왕은 자신이 하늘의 명령[天命]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결국 모계중심 국가였던 동이족의 상나라와 싸워 승리했다. 그렇게 주 천자는 선택받은 하늘의 대행자가 되었고 천하는 주 천자의 소유가 되었다. 


천자는 넓은 영토를 효과적으로 다스리기 위해 제후와 대신을 임명해야 했다. 

그럼 고대에 사람을 뽑아 쓰는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주나라의 인재 발탁 기준은 바로 ‘혈연·지연·성별’이었다. 

천자와 혈연적으로 가까운가 먼가[친소(親疏)], 그 혈연은 적통인가 비적통인가[적서(嫡庶)], 직계인가 방계인가[대종소종(大宗小宗)], 연장자인가 연소자인가[장유(長幼)], 얼마나 친하고 도움이 됐는가[공신(功臣)], 남자인가 여자인가를 세세히 따져 신분과 지위를 정하고 서열화했다. 즉, 로얄패밀리와 금수저 가문의 적처 아들 및 지연들은 지배계급이 되고, 나머지는 그들에게 종속되어 순종해야 했다. 종법은 이처럼 권력과 명예와 재산을 정하는 문제였기에 그 구분은 세밀하고 엄정해야 했다. 그래서 아주 작은 것까지도 종법에 맞춰 세밀히 비교하고 엄격하게 서열을 매겼다. 서열은 곧 차별이란 결과로 이어지고 차별은 곧 신분제인 봉건 질서를 유지하는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윗물은 흘러 아랫물이 되듯, 사람을 '학연 지연 성별'로 등급 매기고 서열화하는 지배 문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동양 전체에 퍼져 갔다. 그렇게 오늘날까지 사회적 골칫거리로 남은 혈연, 지연, 학연, 성차별문화의 뿌리가 된 주나라의 ‘인간 서열화문화’, 그것이 바로 주나라 종법 제도의 실체였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날까지 전해 오는 동양 가부장제의 토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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