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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Jul 12. 2021

신라가 남다른 점

| 신라의 풍백 신앙 | 


그렇다면 신라는 삼국의 다른 나라들과 무엇이 가장 달랐을까? 

우선 신라의 시조 신화와 국가 제사가 부여 계통의 고구려나 백제와는 완전히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경상대 송병욱 교수는 이에 대해 환웅의 두 여인이었던 웅녀 계통과 풍백 계통의 차이라는 의미 있는 주장을 제시했다. 토착민이었던 웅녀는 환웅에게 완전히 교화되어 단군을 낳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환웅과 함께 온 풍백은 환웅과 함께 360가지의 일을 주관했다. 그리고 신라는 실제로 풍백 여신을 국가 신앙의 중심으로 삼았다. 그래서 농사가 시작되는 입춘이면 풍백 여신에게 제사를 지냈고, 입하에는 우사에게 제사를 지냈다. 재밌게도 사마천이 『사기』에서 황제 헌원이었다고 주장한 운사는 제사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었다. 오늘날의 추석과 비슷한 ‘입추 후 지내는 제사’에 신라인들은 운사 대신 농사를 담당하는 별, 영성(靈星)에게 제사를 올렸다.      

바람은 어딘가로부터 날아와 아련한 향기를 전해 주고는 곧 스쳐가 버리는 신비함이다.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지만, 그 바람을 타고 나는 것이 바로 깃털 달린 새이다. 새를 숭상한 소호 금천의 후손임을 자처한 신라에는 새와 바람의 흔적이 많다. 심지어는 죽은 후에도 새처럼 날아오르길 희망하며 장례식에 큰 새의 깃털을 사용하기도 했다.      

 360가지 새들의 왕인 봉황이자 바람의 여신이며, 환웅과 함께 360여 가지 인간사를 주관하던 풍백! 신라인들은 풍백이 농사와 생명을 주관한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매년 입춘이면 풍백에게 국가적인 제사를 올리는 것으로 한 해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풍백을 숭상하며 그 정신을 따르고자 했던 신라 사람들의 주체적인 여성상은 오늘날에도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한다. 



| 신라의 왕들은 왜 성씨가 다를까? |


신라를 가지고 연상 게임을 해 보면 어떤 키워드들이 생각날까? 

경주, 박혁거세, 불국사, 첨성대, 선덕여왕…. 더불어 학창 시절 한국사 시간에 열심히 외운 ‘박·석·김’의 신라 왕실 계보가 생각날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외운 덕에 나름 익숙해진 박·석·김이지만 생각해 보면 낯설고 특이한 일이기도 하다. 991년이나 되는 신라사 속에 ‘박·석·김’이라는 왕의 성씨는 여덟 차례나 교체되었다. 유교식으로 따져 보자면 역성혁명이고 부계 중심 종법의 눈으로 보자면 왕실의 대가 끊긴, 일종의 멸문지화였다. 유교를 수입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왕의 성씨가 바뀌는 것은 곧 왕조의 교체를 의미했다. 왕조의 교체는 곧 망국이자 창업이다. 때문에 조선 초기, 고려 왕족인 왕씨 후손들은 전멸되다시피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신라의 낯섦은 비단 왕실 계보만의 문제가 아니다. 신라의 문화는 까면 깔수록 독특하고 신기해서 유교식 패러다임으로 보자면 당황스럽기 그지 없다.천동설을 믿던 이들이 지동설을 이해할 수 없었듯, 신라의 패러다임은 동양 삼국을 지배한 유교와는 본질부터가 달랐다. 그렇기에 신라를 알아갈수록 느껴지는 곤혹스러움은 그만큼 유교식으로 생각하는 데 익숙하다는 반증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신라의 독특한 왕위 계승 문화, 여왕이 셋이나 나올 수 있었던 까닭, 그리고 천년을 유지할 수 있었던 생기발랄한 신라 문화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신라의 낯선 모습 속에서 오래전 잃어버린 우리의 본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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