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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상에 음식을 배열하는 원칙

by 소정
이 글은 <표류사회: 한국의 여성 인식사>라는 책자로 제작될 예정입니다. 현재 책자 제작을 위해 텀블벅에서 펀딩이 진행 중입니다. 일제 식민사관과 산업화시대의 폐단으로 왜곡된 현재의 전통문화/가족문화의 원형을 밝히고, 당당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갔던 한국 역사 속 여성문화와 양성조화의 문화를 밝히는 데 앞장서는 책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책에는 이보다 더 알차고 많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
https://tum.bg/3TZQII


제사상은 조화로운 소우주를 상징한다.

때문에 각 음식의 성질과 덕을 음과 양, 존비, 동서남북에 맞추어 배열한다. 이러한 원칙에 맞춰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주변 제철 음식을 올리면 된다.

제수는 양에 속하는 것(하늘이 낳은 것)은 홀수로, 음에 속하는 것은 짝수로 올렸다. 양은 하늘이 낳은 것으로 동물류(어육)이고, 음은 땅이 낳은 것으로 과일, 채소, 나물류이다. 즉, 고기류는 1종, 3종, 5종 등 홀수로 올리고, 과일, 채소, 나물 등은 2종, 4종, 6종 등 짝수로 올린다.


각 지역과 계절에 맞는 제철 음식을 올리는 것이 원칙으로 요즘처럼 ‘반드시 올려야만 하는 품목’이란 없었다. 제사 상차림은 천지자연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형상하며 꾸미면 되었다.


성질과 색상이 양에 속하는 것은 동쪽, 음에 속하는 것은 서쪽, 같은 종류라도 귀할수록 북쪽으로, 흔할수록 남쪽으로 배치한다. 왼쪽은 양이고 오른쪽은 음인데, 살아 있는 자는 양(왼쪽)을 귀하게 여기고, 신은 음(오른쪽)을 귀하게 여긴다. 그러므로 제사상에서는 귀한 것일수록 더 음의 방위에 놓는다.


육류는 홀수로 과일과 채소는 짝수로 올렸다. 움직이는 동물은 하늘이 낳은 양으로 보고, 땅에 붙어사는 식물은 땅이 기른 음으로 보았다. 때문에 음에 속하는 과일은 짝수로 올린다.


예서에 기록된 제물의 종류가 많은데, 그것은 모두 다 사용하라는 것이 아니다. 지역과 계절에 따라 나오는 종류가 다르므로 그중 적절한 것을 상황에 맞게 올리라는 일종의 예시(example)이다. 의식은 간단히 하고, 선비들은 돼지고기 정도를 쓰면 된다. 제수와 찬품은 간단한 제철 음식을 사용하고 평소의 찬으로 대체해도 상관없다. 이처럼 쉽고 간단히 지낼 수 있어야 공경하는 자세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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