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달라지고 상황이 변하면 예법은 본질을 지키는 방향으로 유연하게 변해야 한다.
공자가 지었다는 『주역』 「계사전」에 이런 말이 있다.
“궁극에 이르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오래 간다.”(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무엇이든 한 방향으로 계속 가다 보면 끝내 궁해지는 순간이 온다. 그러면 변해야 한다. 변할 때가 됐는데 변하지 않고 한 방향을 고집하면 오래가지 못해 망해 버린다. 유교가 말하고자 하는 예의 본질도 이런 것이다.
예의 본질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로 시중지도(時中之道: 상황과 때에 걸맞은 중용의 도)와 시의적절(時宜適切)이란 말이 있다. 특히 ‘시중’(時中)은 예학자들이 예의 옳고 그름을 논박할 때 가장 중요한 잣대이자 근거였다. 시대에 맞지 않는 예법은 곧 본질을 잃은 ‘죽은 예법’이기에 고수해야 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더 이상 장남 중심의 가문문화나 대가족 중심의 시대를 살고 있지 않다. 때문에 명절 제사는 장남과 큰며느리가 주축이 돼야 한다거나 번잡하고 음식만 가득한 제사를 고수해야 할 필요도 없다. 이미 삶의 모습과 시대적 요구가 변했기에 옛 시대의 왜곡되고 변질된 형식을 지켜 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의례와 문화가 처음 변할 때는 당황스럽고 불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몇 번 반복되다 보면 곧 익숙해지고 편안해진다.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풍속과 의례는 바뀔 수 있다.
가족이 함께하며 명절의 본질을 지키는 ‘모두가 행복한 명절’, 나의 뿌리를 잊지 않으려는 ‘의미가 있는 제사’…. 이제 잘못된 것들을 털어내고 새로운 풍속을 다 함께 만들어 가기를 기원해 본다.
이 글은 <표류사회: 한국의 여성 인식사>라는 책자로 제작될 예정입니다. 현재 책자 제작을 위해 텀블벅에서 펀딩이 진행 중입니다. 일제 식민사관과 산업화시대의 폐단으로 왜곡된 현재의 전통문화/가족문화의 원형을 밝히고, 당당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갔던 한국 역사 속 여성문화와 양성조화의 문화를 밝히는 데 앞장서는 책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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