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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질된 오늘날의『주자가례』식 제사

by 소정
본 글은 2021년 10월 20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창작지원금과 텀블벅 펀딩의 후원금으로 (도)아이필드에서 <표류사회: 한국의 여성 인식사>라는 책으로 발간되었습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1) 원래 제사의 원칙상 남녀의 역할과 무게가 동등했다. 그래서 초헌(初獻)은 주인이 아헌(亞獻)은 주부가 술잔을 올렸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남자만 참여하고 여자는 부엌에서 일만 하며 제사상 근처에 얼씬거리면 안 되는 존재로 전락했다.


(2) 제사상 차림은 현주(玄酒: 정안수), 제철 음식, 조리하지 않은 날음식이 기본이었다. 그러나 가문의 위세를 과시하기 하거나 예법의 본의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음식을 쌓거나 번잡스럽고 복잡해졌다.


(3) 명절 차례는 이름대로 차와 명절 음식 정도만 간단히 올리는 제사였다. 하지만 기제사(忌祭祀)처럼 음식을 쌓는 제사로 변질되었다. 제사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각 제사의 의미를 잘 모르니 그냥 모든 제사에 음식을 쌓게 되었다.


(4) 음식 준비 과정에는 남자와 여자 모두 역할이 있었다. 하지만 조선 후기 예의 본질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집안들이 남존여비 의식을 제사에 적용하면서 여자만 음식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퍼져 나가게 되었다.


(5) 제사는 자손들의 기억과 마음을 모아 추모하며, 돌아가신 분을 ‘올바른 조상신으로 모시고’(돌아가신 선조의 기가 잘 흩어져서 자손들의 마음속에 올바른 상태의 존재로 남는 것을 조상신이 되었다고 표현), 자손에겐 죽음의 슬픔을 받아들이고 좋은 기억으로 승화시키며(그래서 제사를 길례(吉禮)라 한다), 자손을 화합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후대에 귀신이 와서 먹고 간다고 믿어 제사상에 음식을 과하게 쌓아 놓는 등 미신적인 기복 행위로 변질되었다.


(6) 예는 때와 장소에 맞는 변형이 핵심이다. 즉, 시의적절함과 권도(權道: 목적 달성을 위하여 그때그때의 형편에 따라 임기응변으로 일을 처리하는 방도)가 중요하다. 하지만 홍동백서 등 과거에 정해진 방식만 고수하려 하였다.


이 글은 <표류사회: 한국의 여성 인식사>라는 책자로 제작될 예정입니다. 현재 책자 제작을 위해 텀블벅에서 펀딩이 진행 중입니다. 일제 식민사관과 산업화시대의 폐단으로 왜곡된 현재의 전통문화/가족문화의 원형을 밝히고, 당당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갔던 한국 역사 속 여성문화와 양성조화의 문화를 밝히는 데 앞장서는 책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https://tum.bg/3TZQ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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