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사진으로 시작해 보겠다.
방충망과 샷시 사이에 사마귀가 외로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내 생에 갈색 사마귀는 처음 본다.
생애 처음 보는 곤충을 내 집에서 무료 관람하다니, 영광이다.
저렇게 큰 사마귀가 도통 어디에서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샷시와 방충망 사이에는 저 큰 몸통이 들어갈 틈이 아무리 찾아봐도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집 안으로 들어오게 된 걸까.
일단 밖으로 나가게 해야겠기에 저 모퉁이에 사마귀가 왔을 때, 방충망을 살살 연다. 그런데 웬 걸, 탈출구를 만들어줬는데 사마귀는 방충망이 움직이자 오히려 반대쪽으로 도망간다. 야생의 본능에 따라 탈출구를 못 알아보는 건가?? 세모난 머리가 무서웠는데 갑자기 아둔해 보이기 시작하며 약간 불쌍해진다.
몇 시간이 흘러 사마귀가 다시 방충망 끝 쪽으로 왔을 때 방충망을 살살 열었다. 또 반대쪽으로 도망갈까 봐 정말 안정감 있게 살살 열어본다. 진동이 느껴지지 않도록….. 그런데 이 녀석. 그냥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불과 2센티미터 옆에 탈출구가 있는데 알아보지 못하고 계속 그 자리만 맴돈다. 아휴, 넌 탈출하기 글렀다. 같이 살아야 하는 건가? 세상에나.
그렇게 방충망을 열어주고 사마귀는 탈출하지 못하고를 반복한 지 3일이 지났다. 이 녀석 덕분에 작은 방 환기를 3일이나 못 시켰다. 결단을 내야 했다. 그러나 도무지 저 고대생물처럼 생긴 세모 얼굴 갈색 생명체를 내 손으로 잡아 날려줄 용기가 나지 않는다. 저 날카로운 앞발로 나를 찍어버릴 것만 같다.
그런데 마침 오늘 가구배달 아저씨가 오기로 한 게 떠올랐다. 그래! 아저씨께 부탁을 해보는 거야!!
희망이 생겼다.
아저씨가 가구를 들여놓아 주시고 나서
부탁을 해본다..
“저…죄송한데 혹시 사마귀 살려주실 수 있나요..?”
아저씨는 그게 무슨 말이냐는 표정과 함께 약간 호기심 어린 얼굴을 하셨다.
“아!! 저기 작은 방에 사마귀가 갇혀 있어요…”
아저씨는 사마귀를 보시더니 웃으시며 흔쾌히 날려 보내주셨다. 정말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그렇게 박력 있게 사마귀를 잡아서 방충망 밖으로 던지셨다. 내가 3일 동안 못해낸 일을 아저씨는 1초 만에 해결하셨다. 박수가 절로 나왔다.
어랏, 그런데 이 녀석.
방충망 바깥쪽 바로 옆 벽에 붙었다.
마치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며 어리둥절해하며 상황파악 중인 것 같다.
이 녀석은 언제부터 갇혀있었던 걸까.
내가 이사 오고 나서는 방충망을 연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도대체 언제 들어온 걸까.
설마 이사오기 전부터…?
그렇다면 너무 오랜 시간 동안 갇혀있었는데.
그래서 저렇게 갈색으로 찌들어간 건 아니겠지?
조금 있다 다시 가보니 사마귀는 사라지고 없었다.
잘 가! 너의 집으로!
우리 제발 각자의 집에서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