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주우 Aug 27. 2024

침대에 누웠는데 누가 자꾸 나를 문다

살면서 벌레 때문에 힘든 적은 별로 없었다. 도시는 항상 방역이 잘 되어 있고 벌레가 나와봐야 모기나 날파리 같은 것들이었다. 아니면 가끔 화장실에서 볼 수 있는 발이 백 개쯤 달린 집 벌레 정도? 그러나 이 녀석은 일 년에 한 번 만날까 말까이기에 에프킬라를 뿌리면 그만이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가 날파리 때문에 힘들다고 했을 때, 나는 그 정돈 괜찮지 않냐고 했다. 즉, 나는 이 정도의 벌레 출몰은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는 사람의 유형이었다.


시골로 이사 와서 거리의 똥냄새 등 여러 가지 놀라운 것들 중에 벌레의 출몰은 상위 랭킹을 차지한다. 땅바닥에 각종 작은 벌레들이 떼죽음 상태로 드러누워 있거나 살아서 움직이고 있을 때, 나는 이 많은 벌레들이 도대체 어디서 들어온 것일까 통탄스러웠다! 어떤 날은 귀뚜라미가 버젓이 거실에 앉아있었다. 이 큰 아이는 도대체 어떻게 들어온 것일까. 미세방충망으로 교체를 할까 생각 중이었는데 그게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집에 내가 발견하지 못한 구멍이 뚫렸을지도 모른다. 엄청난 하자다. 다른 입주민들도 벌레가 너무 많다고 했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으므로 검색을 해 본다.


‘시골집 벌레’


너무 방대한 내용이 나온다. 해결책을 찾기 힘들다. 다시 검색을 해 본다.


’ 신축 벌레‘


그러자 물구멍을 막으라는 정보가 나온다. 다이소에서 단 돈 천 원이면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희망을 가지고 다이소에서 천 원주고 스티커를 사서 물구멍을 막았다. 그러자 더 이상 귀뚜라미처럼 몸집이 큰 것들은 안 들어오고, 각종 날파리의 수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려고 침대에 누우면 다리와 팔이 가렵다. 마치 벌레가 물고 도망가는 것처럼.

침대시트를 본다.

으악!!!!! 벌레다!!!!!

머리맡에도 느껴진다.

으악!!!!!! 벌레다!!!!


자려고 누을 때 집 안의 모든 불을 끄고

침대의 헤드등만 켜서 폰을 한다. 그러자 집 안 곳곳에 숨어있던 벌레들이 빛을 향해서 일제히 내 침대로 모여든 것이었다.  이건 생존의 문제다! 징그럽단 생각을 할 틈도 없이 벌레들을 멋지게 다 잡아 죽이며 생각했다.


1. 빛을 차단해야 몰려들지 않는다

2. 그러면 자기 전에 침대 헤드등을 켜면 안 된다.

3. 헤드등을 안 켜면 눈 아파서 폰을 하기 힘들다.

4. 자기 전에 폰을 안 보면 된다.


평소의 루틴:

1. 자기 전에 폰을 보다가 늦게 잔다.

2. 다음 날 피곤해서 늦게 잔 걸 후회한다.

3. 오늘부턴 폰을 안 보고 자야지 다짐한다.

4. 그러나 망각하고 또 폰을 보고 잔다.

5. 무한반복……



오, 그렇다면 벌레 때문에 이제 자기 전에 강제로 폰을 안 보게 되었잖아?

이거 완전 럭키비키잔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