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와의 사투가 계속되자
저녁 시간에 아예 창문을 모두 닫았다.
창문을 닫으면 날벌레들이 못 들어오는 게 너무나 당연하지만,
닫고 나니 똥냄새도 안 나고 벌레들도 없다!
드디어 평화를 찾은 나의 집이다.
침대 시트 위에 더 이상 벌레가 안 들어온다. 오예!!
다음 날 창문을 열고 창문틀을 봤는데 여기에도 죽은 날벌레들이 없다.
아파트에서 방역을 시작한 건가? 문을 닫아도 방충망 쪽 창문틀에는 벌레들이 장렬히 전사한 모습으로 있었는데 그마저도 깨끗하다.
오, 이제 벌레가 좀 덜한가 보다.
그렇다면 창문을 열고 시원한 밤바람 좀 쐬어볼까?
저녁이 되어 거실 쪽 새시를 방충망만 남기고 열어놨다. 침실도 모두 열었다.
이젠 우리 집은 날벌레가 안 들어오니까 여름밤 시원한 공기의 감성에 취해볼까나.
콧노래를 부르며 할 일을 하고 씻은 후 침대로 갔다.
그런데!!!!
내 새하얀 새 시트 위에 조그만 날벌레들이 가득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 벌레들이 행동이 둔해서 바로 잡힌다. 거의 반 죽음 상태로 있는 것일까? 이토록 잘 잡히는 것도 신기하다. 이렇게 아둔한 생명체에게 점령당한 내 침대는 불쌍해 보였다.
잡다 보니 휴지로 잡을 정도가 아니었다. 돌돌이를 꺼냈다. 돌돌이로 다 굴려서 붙여버렸다.
돌돌이 스티커를 떼었다 또 굴리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어떤 벌레는 돌돌이에 붙자마자 사망하고 어떤 애들은 얇고 짧은 다리를 버둥댔다. 나에겐 생존이 걸린 문제라 징그러울 겨를이 없었다. 내 오늘 단 한 마리도 남겨두지 않으리라는 결심으로 구석구석 벌레들을 찾았다.
그런데 계속 날벌레가 들어온다. 도대체 어디에서 자꾸 들어오는 걸까.
거실로 가본다. 거실 천장 형광등 주변에 벌레들이 붙어있다. 오호라, 여기에도 숨어 있었구나!
의자를 밟고 올라가서 돌돌이를 밀어댄다. 집 안의 날벌레들을 약 100마리 가까이 잡고 나서야 나는 평온하게 잠들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날벌레가 그토록 많았던 이유를 알았다.
아침에 거실 새시를 여는데 세상에나....
엄청난 양의 날벌레들이 창틀에서 죽어 있었다. 이 정도면 떼죽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창틀엔 벌레들의 시체가 가득했다. 내 생에 또 이토록 많은 날벌레 떼죽음은 처음 본다. 그것도 우리 집에서! 출근하면서 분석을 해봤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1. 벌레는 밤이 되면 빛으로 모여든다.
2. 어젯밤, 거실과 침실의 창문을 열어놓았고 거실의 형광등은 켜져 있었다.
3. 벌레는 우리 집 거실을 향해 방충망을 굳이 뚫고 들어왔다.
4. 그 벌레들은 거실에서 실컷 놀고 있었을 것이다.
5. 잘 시간쯤에 거실 불을 끄고 침실 불을 켰다. 그리고 나는 샤워를 하러 갔다.
6. 거실에 있던 벌레들이 침실의 빛을 향해 모여들었다.
7. 내 침대 시트가 아늑했는지 거기에 많이 정착했다.
결론: 밤에 창문을 열려면 형광등 불을 켜면 안 된다
그날 밤, 간접등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어 실험을 해 보았다.
백색 등을 켜지 않고 주황색 간접등을 켜보았는데 확실히 벌레가 덜 들어왔다.
시원한 여름밤의 공기를 느끼고 싶었는데 간접등까지 더하니 운치 있잖아!
감성까지 더할 수 있어서 럭키비키잔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