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네 Oct 24. 2024

2-1. 아가, 내 아가.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 이동, 두개골 뚜껑 닫기 전


 불과 일주일 전에 고향집에 내려와 엄마, 아빠와 같이 영화보고 올라갔었다.
 수술 후 혼수상태였던 딸이 눈을 뜬 건 꼭 5일 만이었다. 그렇게 중환자실에 며칠간 더 있다가 상태가 호전되어 일반병실로 옮긴 참이다.
 딸은 며칠전과는 많이 달랐다. 눈에 초점이 부족하고, 말은 귀를 바싹 갖다대고 들어야 할 만큼 작고 어눌하다. 대화도 거의 할 수 없어 인지상태가 어느정도인지도 확실히 가늠이 안된다. 오른쪽 몸은 전혀 쓸 수 없다.
 머리의 수술흔적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크게 속썩인적 한 번 없던 아이인데, 무슨 잘못이 있다고..

  아가, 내 소중한 아가.

 많이 무섭고 힘들지? 엄마가 혼자 집에 가서 자서 미안해. 중증환자를 케어하는덴 숙련된 간병인이 나을거라고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셔서 그랬어.

그런데 엄마는 우리 아가가 너무 보고싶어.




 모두가 잠든 깊은 밤, 대학병원 병동의 커튼이 조용히 열린다. 큰 수술을 치룬 자식을 병원에 두고 집에 온 것이 못내 밟혀 잠을 못 이루던 엄마는, 기어코 한밤 중에 딸이 있는 병실에 찾아오고야 말았다.
 
 잠들어있을거라 생각했던 딸이 팔을 번쩍 뻗어온다.
 "왜 안자고 깨있어. 밤이 깊었는데."
 딸은 모기같이 작은 목소리로 연실 속삭인다.
 "엄마,  미안해. 미안해.."

 어눌하고 느릿한 발음으로 '미안해' 반복하며 울먹인다. 말을 잘 못해도 제 상황을 알고있는걸까.


 가여운 내 새끼. 인생 이제 막 꽃 피우려 하고 있었는데.

 찬란히 빛나 충만해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기꺼웠는데,

그저 어여뻤는데.

 엄마가 너를 다시 일으켜 세울게. 그때까지 엄마가 함께 있을게.




 자정이 넘은 시각, 모두가 잠든 6인실 병실 커튼 안에서 모녀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숨죽여 흐느꼈다.

이전 03화 2. 기다릴 테니까 천천히 우리 곁으로 와줘, 언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