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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소박하지만 노을이 아름다운 오슬로

화려하진 않아도 노르웨이의 수도입니다

by 문현준

짧았던 핀세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오슬로로 가는 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숙소 주변을 돌아보며 열차를 기다린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떠나는 날 가장 맑개 갠 하늘이 나와 부모님을 배웅한다. 멀리 보이는 빙하와 바로 앞의 자전거 대여소를 보며, 언젠가 핀세에 다시 오기를 바래본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시간 맞춰 도착한 열차에 오른다.


열차는 핀세에서 오슬로까지 간다




오슬로로 향하는 열차는 핀세부터 시작해서 점점 낮은 지대로 간다. 핀세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나무가 보이기 시작하고, 호수와 강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부모님과 함께 창 밖을 열심히 구경하고 사진을 찍는다. 중간중간 멋진 풍경들이 나오는데, 지도를 보면서 나중에 다시 올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내가 마치 핀세에 부모님과 왔던 것처럼, 인상깊은 풍경을 보기 위해 먼 훗날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슬로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본 밖의 풍경




한국에서 쉽게 보기 힘든 자연의 모습들




고도가 낮아지면서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중간에 아침 식사 시간에 챙겨온 샌드위치도 먹으면서, 그렇게 몇 시간을 달리고 나면 오슬로에 도착한다. 부모님과 함께 열차에서 내려 캐리어를 끌며 다른 여행자들과 함께 오슬로 중앙역으로 향한다. 노르웨이에 도착하고 나서 이렇게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부모님은 열심히 주위를 구경하고 나는 열심히 길을 찾는다.




원래 오슬로에서 숙박하기로 한 곳이 기차역 바로 옆에 있는 곳이었으나 아주 조금 걸어간 곳에 있는 숙소로 변경했다. 1박이었던 오슬로 숙박을 2박으로 바꾸게 되면서 숙소도 바꾸게 되었는데, 가격이 놀라울 정도로 합리적이면서 후기도 긍정적이기에 가게 되었다. 운 좋게 일찍 체크인을 할 수 있어서 짐을 가져다 두고 바로 구경을 나온다.




오슬로 왕궁까지 이어지는 번화가의 대로변




부모님과 함께 어디를 갈까 하다가, 유명한 그림이 있는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미술관에 가기로 한다. 사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정말 명확한 목적이 있지 않는한 가면 지칠 확률이 높다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하지만 오슬로에서 한번 쉬어가는 느낌으로 여행을 하게 되었으니 한번 가 보는 것도 좋겠다 싶다.




맨 처음에 오슬로에서 지하철 표를 구매하고 어떤 개찰구도 없이 바로 지하철을 탈 수 있는 것을 보고 신기하게 느꼈었다. 이젠 그 신기함을 부모님도 느낀다. 표 도장은 어디다 찍냐는 부모님에게 여긴 그냥 표만 갖고 있으면 된다 라고 말한 뒤 같이 전철을 타고 국립미술관으로 간다.




맨 처음 내가 절규 그림이 보고 싶어서 뭉크 박물관에 갔을 때 절규 그림은 국립미술관에 있고 뭉크박물관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부모님과 함께할 때는 똑같은 실수는 하지 않아도 된다.




미술관을 둘러보며 문화생활을 즐기는 시간




한국 사람들이라면 교과서에서 한번쯤은 봤을 유명한 그 그림




박물관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나서 밖에 나오니, 갑자기 날씨가 흐려져 비가 온다. 비가 조금 오는 가운데 우산 쓰는 사람들이 반, 그냥 다니는 사람들이 반이다. 번화가의 상점들과 기념품 판매소를 구경하면서 천천히 걸어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박물관에 들어가기 전에는 비교적 맑았던 날씨가, 갑자기 흐려져 비가 온다




이정도 비는 비도 아니라는 듯 그냥 걸어다니는 오슬로의 사람들




어디를 갈까 하다가 가볍게 돌아보기 좋은 곳을 가야겠다는 생각에, 오슬로 남쪽에 있는 아케르스후스 요새를 가 보기로 한다. 항구 쪽에 있는 아케르스후스 요새는 약간 높은 곳에 있어서 올라가면 오슬로 전경과 함께 바다를 둘러볼 수 있다. 높고 낮은 평지에 드문드문 건물이 흩어져 있는 오슬로의 모습과 함께, 저 멀리 바다까지 볼 수 있다.




분명히 아까까지만 해도 흐렸던 날씨가 요새에 올라가 주위를 둘러볼 때쯤이 되니 날씨가 맑아져서 약하게나마 볕이 보이기 시작한다. 전망이 조금 나아진 것 같아서 다행이다. 한적한 산책로를 돌아보며 평화로운 시간을 즐긴다.




아케르스후스 요새에서는 오슬로 옆 바다를 볼 수 있다




행사가 열리고 있는지 시끌벅적한 장소 너머로, 높은 건물 없는 오슬로의 전경이 펼쳐진다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 않는 덩치 큰 갈매기




한적한 산책로는 돌아보기 좋았다




어느새 비는 완전히 멈추고 구름만을 남겼다




밖에서 찍어 본 아케르스후스 요새의 모습




조용하고 평화로운 오슬로 시내




저녁은 오슬로 중앙역 상점가에 있는 음식점에서 먹기로 했다. 내가 맨 처음 오슬로에 왔을때 모든 돈을 끌어모아서 밥을 사먹었던 곳이다. 그때 먹었던 흰살 생선 구이가 아주 독특해서 기억에 남았기에 혹시 그 맛을 부모님과 함께 느낄 수 있을까 하여 방문했다.




다시 메뉴판을 보니 그때 먹었던 생선구이는 없는 것 같다. 직화로 구운 흰살 생선을 먹으며 이렇게 생선요리를 할 수 있구나 하고 감탄했던 그 맛을 부모님께도 드리고 싶었지만 아쉽게 그러지는 못했다.




먹다 보니 주문한 것과 다른 것 같은 음식이 나와 직원에게 물어보니, 직원이 주문을 잘못 입력했다고 한다. 어차피 크게 상관없으니 맛있게 먹고 나서 계산을 하는데 직원이 잘못 나온 음식의 가격은 받지 않겠다고 한다. 계산을 했는지, 그 말을 따라 하지 않았는지, 그 음식의 가격을 점원에게 주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기꺼이 음식 값을 받지 않겠다고 한 그 직원의 응대가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오슬로 중앙역 상점가에 있던 음식점




깔끔한 음식과 함께 점원의 친절함이 인상깊었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하늘에 예쁜 노을이 펼쳐지고 있다. 하늘에 구름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노을이 더 예쁘다. 오슬로의 오페라 하우스가 그렇게 예쁘다고 하고, 중앙역에서 별로 멀지 않아 가 보기로 한다.




원래는 오페라 하우스의 외부를 구경하려 했는데 자세히 보니 오페라 하우스 위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인다. 알고보니 오페라 하우스는 위쪽까지 언덕으로 길을 내 둔 형태라, 위쪽에 올라가서 주위를 내려다 볼 수가 있다. 예쁜 노을을 보기에 안성맞춤인 형태다. 부모님과 함께 가파르지는 않은 비탈길을 열심히 걸어서 올라간다.




오페라 하우스 상부의 공간은 생각보다 넓어서 사람들이 붐비지 않고 주위를 둘러볼 수 있게 되어있다. 붉게 물드는 하늘 아래 도시의 불빛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화려하진 않아도 소박하고 활기찬 오슬로의 전경에 멋진 노을빛이 어우러진다.




저녁을 먹고 나와보니 하늘에 노을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는 비탈길을 따라 걸어서 옥상으로 갈 수 있다




노을이 구름을 따라 아름답게 물드는 오슬로의 초저녁




운 좋으면 볼 수 있는, 노을빛 물든 분홍색 구름




밤이 찾아오기 직전의 노을은, 주황빛과 분홍빛으로 아름답게 빛났다




움직이는 사람들과 도로의 자동차들, 낮과 밤 경계에 있는 오슬로의 시간. 부모님과 함께 보냈던 오슬로의 저녁은 한가로이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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