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번째 마후문
처음도 네가 먼저였지.
그다음도 네가 먼저였지.
하지만, 지금은 내가 먼저이지.
오래전이라 가물가물하네.
우리 처음 만난 날, 고2의 교실.
우리의 공통점은 아빠가 안 계셨다는 것.
그래서였을까?
그 마음을 서로 잘 알기에 우리는 친구가 되었지.
나의 생일을 물으며,,,
이쁜 속옷을 선물해 주었던 너의 마음.
늘 너는 나에게 무엇이든 아낌없이 주었어.
너는 나보다 한 살 아래였지만,
나에게는 언니 같았던 너.
우리의 시간은 그렇게 쌓여갔고,
세상에서 둘도 없는 Only one의 우정을 나누었지.
그때 기억나?
우리 고3 인가?
어느 날 밤, 네가 나에게 말했지?
"우리, 서울 놀러 갈까?"
우리는 아무 준비 없이 그날,
바로 밤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갔지.
새벽에 도착한 서울에서 우리가 아침을 기다려 간 곳은 롯데월드. 함께 신나게 놀다가 저녁 무렵 다시 기차를 타고 집으로 왔지.
내가 용기를 내어 상경할 수 있었던 것도 네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었어.
너는 늘 나에게 도전이 무엇인지 보여준 친구.
무엇이든 할 수 있게,
그냥 나 자체로 빛나게 해 주었던 친구.
우리 소소한 오해로 이별하였지.
"넌, 늘 착한척해서 싫어.
네가 한 행동들, 답답해."
그렇게 너는 날 떠났어.
내가 결혼을 할 무렵,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사람이 너였어.
너에게 나 결혼한다고 연락을 할까 한참을 망설였어,
하지만 우리 이별했던 그 몇 년의 시간이,
우리의 마지막이 나에게 용기를 주지 않았어.
그렇게 이별 뒤 우리는 10년이 넘는 시간을
남으로 살아갔지.
그리고 어느 날,
엄마에게 결려 온 전화.
네가 나의 연락처를 몰라서
부산의 우리 집으로 전화를 해서
엄마에게 나의 연락처를 물었지.
나는 너의 연락처도 다 잊었는데,
너는 어떻게 나의 고향 집 전화번호를 기억했을까?
이렇게 두 번째도 네가 먼저 나에게 손을 내밀었지.
그렇게 우리는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 다시 만났어.
우리 서로 너무나 신기해했지.
너와 나의 집의 거리가 20분도 채 안 되는 거리였지.
오랜 시간 만나지 못했지만,
결국은 우리는 가까운 공간에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 너무나 신기했어.
그리고 우리 다시 만나고
너는 나의 생일을 기억하며 축하해 주었지.
나의 생일까지도 잊지 않고 있었던 너.
우리 다시 만나지 지금이 몇 년째 이더라,
10년이 다 되어가네.
우리 엄마도 잊은 나의 생일.
매년 너는 나를 축하해 주었지.
생각난다.
아주 오래 전의 나의 생일.
나의 생일이라며 따스하게 생일상을 차려주었던
너의 엄마.
타지에서 혼자 살며 제대로 챙겨 먹지도 못했을 거라며
딸처럼 나를 챙겨 준 너의 엄마.
나는 아직도 그때의 어머니의 밥상이 기억나.
늘 생각했어.
하늘에 계신 우리 아빠가
너를 나에게 보내준 것은 아닐까.
처음도, 그다음의 인연도 말이야.
나는 늘 생각했어.
너의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신 그날 이후부터 말이야.
너의 엄마가 차려주었던 나의 생일상을 떠올리며,
당신 딸, 손 놓지 말고
오래오래 친구로 지내라는 선물이었다고.
나의 생일,
나는 누군가에게
나의 생일이 알려지는 게 너무나 부끄러워,
오랜 지인에게 조차도 알려주지 않았어.
심지어 카톡의 생일날 뜨는 프사 메세지도
지인들이 아는 게 너무 부끄러워,
생일이라고 메세지가 뜨지 않도록 설정해 두었지.
살아내느라 너무나 소중한 큰 딸의 생일도 기억 못 하는
우리 엄마 대신,
너는 매년 나의 생일을 잊지 않고 축하해 주었지.
피를 나누지 않은 인연 중
나의 생일을 아는 이는 너뿐이지.
그래서 너의 축하는 더욱더 나에게 의미가 있어.
살면서 너를 떠올리면,
'도전'이라는 단어가 늘 함께 떠올라.
너의 인생은 늘 도전이었어.
지금도 그러하지.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하던,
어떤 말을 하던
무조건 내 편이 되어 응원해 주는 너.
너와 함께면
나는 어떤 변화도 두렵지 않고,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지.
너는 늘 그래왔으니까.
우리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
나의 존재 자체로
내가 빛난다고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친구
우리 얼굴 못 본 지 몇 년째.
나도 타국으로,
너도 아주 머나먼 타국으로 떠나며,
얼굴을 마주하지 않은지
벌써 3년이 넘었네.
한국으로 돌아와 너는 없지만,
우리는 그 어느 이보다도 늘 함께하지.
늘 내가 먼저 매일 아침 너에게 안부 전화를 걸지.
너는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함께 웃고 울어 주지.
서로 다른 계절을 보내며 살아가느라
언제 다시 얼굴을 다시 마주할까 알 수 없네.
"얼굴 아는 이는 천하에 가득하지만,
마음 아는 이는 몇이나 될까."
명심보감
친구야,
너는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사람이야.
나도 너에게 빛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늘은 너의 딸의 생일,
나의 작은 마음마저도 너무나 고마워하는 너.
살면서 그랬으면 좋겠어.
너의 딸도
네가 가진 너의 그 깊은 마음과
도전의 마음 끌어안고
씩씩하고 아름답게 살아가기를.
멋진 인생의 꽃을 피우기를.
혹여 우리 다시 오해로 이별하여도
그때는 내가 먼저 너에게 다가갈게.
아니, 이별하지 않도록 할게.
소중한 나의 친구.
오늘 하루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서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