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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 Nov 19. 2024

누구나 시절의 곡이 있다.

다섯 번째 마후문


다섯 번째 마후문


"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음악은 시작된다."

E.T.A. Hoffmann



쌀쌀하고 깊은 계절이라 

저에게 특별한 음악이 떠올랐습니다.




고3, 어느 여름밤이었다.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밤 10시가 넘어서 집에 왔다.

책가방을 던져놓고,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의 CD를 넣었다.

노래를 들으면서 어두운 창밖을 바라보며,

그렇게 나는 그 노래와 함께 꿈꾸었다.


누구나 시절의 곡이 있다.


힘든 고3 시절 나에게 위안이 되어준 곡은 

"somewhere over the rainbow"였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는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주디 갈란드가 부른 곡 이외에도 하와이 원주민 출신 뮤지션인 이즈라엘 카마카위올레의 버전, 코니 탤벗이 꼬마 숙녀일 때 불렀던 버전까지 다양하게 커버되었다.


위의 버전도 물론 좋지만,

그 시절 나에게 꿈을 꾸게 해 준 곡은

 "Impellitteri"의 전자 기타 연주곡이었다.

크리스 임펠리테리의 연주는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이 곡을 들으며 상상했다. 

19살을 넘긴 나의 꿈과 20대를 상상하며 

그렇게 그 시절을 보냈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 way up high,

저기 저 높은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

And the dreams that you dare to dream really do come true.

당신이 꿈꾸는 일들이 이루어지는 곳이 있어요.




대학생 새내기 시절. 친구의 친구를 알게 되었다.

어느 날 그 아이가 

내가 아르바이트하던 카페로 찾아왔다.

그러고는 수줍게  CD 한 장을 건네고는 돌아갔다.


그 친구 덕분에 나는 또 하나의 시절의 곡이 생겼다. 


Cleo Laine의 아래 앨범에 수록된

  "How, Where, When"이다.


파헬벨의 캐논 D 장조를 재즈풍으로 편곡하여 

Cleo Laine의 목소리로 재탄생한 곡이다.

깊고 풍부한 그녀만의 독특한 음색이 

나의 감정을 깊게 파고들었다.


이 곡은 나와 20대 시절의

나와의 대화이다. 

어떻게, 어디서, 언제 

나는 다시 나의 20살을 마주할까?


How, Where, When 

···

Oh, how, where, when 

we will touch again? 


P.S. 그 아이와 썸은 없었다. 

일방적으로 그 아이가 나를 좋아한 것이라.^^::

하지만 고맙다. 덕분에 이렇게 아름다운 곡을 

마음에 품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어딘가에서 마음 따뜻한 이와 함께 누군가의 남편으로 아버지로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기를 바라본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는 서울로 올라왔다.

그 시절 알게 된 지금의 내편.

내편 덕분에 나의 20대의 서울에서의 생활이

너무도 따스했다.

그렇게 그 따스한 마음을 담은 또 하나의 시절의 곡이 나에게 왔다.


Steve Barakatt의 "Rainbow Bridge"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곡.

처음 나와 손을 잡은 날, 

감동의 눈물을 흘렸던 내편.


새해 1월 1일, 

누구보다 눈부신 한 해를 보내라며

나에게 선물해 준 다이어리와 꽃 상자.


화이트데이에 

이쁘게 사탕을 장식해서 선물했던 내편.


우리가 처음 만난 날부터 해서 결혼하고서도 3년이 넘도록 함께 한 날을 헤아리던 내편.


그렇게 나는 시절의 곡을 들으며 회상해 본다.

누구보다 눈부셨던 나의 20대를 기억하며.


누구에게나 아름다웠던 시절의 곡이 있다.

그렇게 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음악은 시작되었다.

다섯 번째 마후문

https://youtu.be/fsebbb_xTtQ

https://youtu.be/nkg-SzNIP8M

https://youtu.be/TKCTY_kwN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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