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다시 돌아간다.
전 직장의 마지막 출근 후 81일이 지났고, 퇴사한 지는 46일이 됐네요.
그리고 이제 전전직장으로 복귀를 위한 8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45살의 마지막 날 2018년 12월 31일에 가장 오래 다녔던 회사를 그만 둘 즈음부터 저는 직장 생활의 권태기에 빠져 있었습니다.
직장 생활은 제가 좋아하는 일을 더 열심히 잘할수록 '더 좋은 회사, 더 높은 직급,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성장의 쾌감과 희열을 늘 느끼게 해 줬습니다. 참 운이 좋게도 오래 머물렀던 회사들은 저와 함께 성장을 했고, 그 성장의 일면에 나의 성과와 성취가 함께한다고 생각하니 절로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그런 가운데, 밀어주고 당겨주는 나의 사람들이 있어 고된 직장 생활이 힘들지만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직장 생활에서 얻었던 행복은 '성장(Promotion)'이었습니다.
성장의 가능성이 있으면 그 가능한 부분을 찾아 남들보다 앞서 나가, 성취하고 주변에 인정을 받는.. 그런 생활이 참 즐거웠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이제는 임원 말고는 더 오를 것이 없는 자리에 서게 됐습니다. 그러고는 늘 그렇듯 성장의 가능성을 점쳐보며 내가 여기서 동료 팀장들과 겨뤄 앞서 나가고 언젠가는 실장을 제칠 수 있을까? 이런 어쩌면 너무나 때 이른 시뮬레이션을 하다가 혼자서 42.195km를 수십, 수백 번을 뛴 사람처럼 지쳐버렸던 것 같습니다.
이런 성장지향형의 사람들은 성장할 수 없을 때 쉽게 좌절을 합니다.
주변에 성장지향형의 사람들이 많으면 조직의 규모가 작아도 힘이 납니다. 그러나, 반대로 안정을 추구하고 도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으면 동력을 잃게 됩니다. 제가 딱 그런 상황이었죠.
저의 전전직장에는 그런 성장지향형의 Boss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외 리더들을 그렇지 못했고 저와 갈등이 심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그분들도 저도 그 회사를 다 떠나왔던 터에... 이제 저는 다시 복귀를 합니다.
50살이 넘고 보니 말입니다.
뭐 대단히 나이가 많은 것처럼 얘기하는 저 스스로도 실소가 터져 나오는데,
(사진을 보면서 속으로는 10살은 어려 보이는데....라고 하면서 ㅎㅎ)
쉽게 무언가에 동화되거나 불을 뿜어낼 거 같은 열정이 쉽게 생기지 않습니다.
아닌 것도, 안될 거 같은 것도
맞는 것 같고, 될 거 같은 그런 마음의 불꽃이 쉽게 타오르지가 않더란 말입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마음의 염원(念願)이 타오르지 않습니다.
복귀를 타진하면서 전전직장, 그러니까 이제 곧 나의 직장이 될, 그곳의 사장님, 부사장님과 소주를 한 잔 하며 회사의 경영 상태나 사장님의 마음가짐에 대해서 솔직하게 얘기를 나눴습니다.
이 분 사장님도 완전히 나와 같은 과여서 궁극적인 성장을 지향하는데, 주변에 그런 염원을 나눌 사람이 없었고, 자신의 염원조차도 이제는 사그라 들고 있다는 얘기를 합니다.
사실, 저는 인생 2막을 두고 두 가지 고민을 했습니다.
직장인(경영자)과 강연자(작가) 이 두 가지 커리어 패스 말입니다.
후자는 제가 좋아하고 원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주변에 많은 분들이 권유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문제는 당장의 생계를 유지할 만큼의 퍼포먼스는 아니더란 말입니다. 아직 서사(Narrative)가 부족하고요.
그래서, 우선은 인생 2막으로 넘어가는 중첩의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직장인이란 것 누군가는 예전의 저처럼 성장지향형이거나 열정을 갖고 염원을 품은 사람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마음 한편에는 이런 사람들을 새롭게 만나봤으면... 그리고, 그들과 함께 끝 모를 미래를 가능성 하나만 믿고 한 번 가봤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마도, 복귀를 하면 지금처럼 혼자의 시간을 갖기는 어려울 겁니다.
책 읽는 것도, 글 쓰는 것도 조금은 불편해지겠지요.
그래도 설레는 것은 또 누군가와 만들 이야기가 있을 거란 기대입니다.
그리고, 짬을 내어 읽고 쓰는 것은 또 다른 쾌감과 희열이 되겠죠.
단, 81일간의 시간이었지만,
저는 이제 두 개의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하나는 소프트웨어 전문회사에서 상무라는 직함으로.
하나는 브런치에서 작가라는 직업으로요.
그리고, 무엇보다 작가로 살기로 했다는 제 마음만으로도 뿌듯하고, 가슴 뜁니다.
아마 여러분도 저와 같겠죠.
함께 우리 삶을 윤택하게 나아가봅시다.
그리고, 함께 합시다. 각자의 삶에 염원(念願)을 담아서.
- 까칠한 펜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