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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C장조의 '도'가 아니다.

행복 탐구서

by 까칠한 펜촉

음악에서 기본이 되는 음계의 위치는 어디일까?

가장 보편적으로 C 메이저 스케일(장음계)에 도를 우리는 기본이 되는 음계의 위치라고 한다.

'도'를 기준으로 높은 것은 높은음, 낮은 것은 낮은음이라 한다.


그러나, 이는 보편적 혹은 기본이 되는 음계와 기준음일뿐, 기준으로 하는 음('도'의 위치)의 위치를 어디로 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음계가 존재하고 기준음에 따라 스케일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가령, A 마이너 스케일(A Minor Scale)은 C 메이저 스케일과 같은 음을 사용하지만 '라(A)'를 기준으로 하고, 크로매틱 스케일(Chromatic Scale)은 반음 단위로 올라가는 12 음계이며. 펜타토닉 스케일(Pentatonic Scale) 5개의 음으로 이루어진 음계로, 블루스나 재즈에서 많이 사용된다.


이렇듯 인생을 한 편의 곡으로 압축한다는 음악의 경우에도 곡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감성, 감정, 느낌 등에 따라 음계를 변화하여 다양하게 연주되며 이는 마치 우리 삶의 보통, 보편, 일반성이라는 것이 과연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듯 다이내믹하면서도 조화롭게 변주된다.




앞선 글을 통해 행복의 기본기를 '일(Work), 사랑(Love), 건강(Health)', 이 세 가지로 들었다.

'일(Work)'은 의, 식, 주 해결이 가능한 경제적 수준과 인정과 성장 등의 삶의 지향점 달성의 수준을 기본기로, '사랑(Love)'은 가족 간의 유대, 친구들과 우정, 연인과의 애정, 사회적인 인간관계(연대) 등을 기본기로 들었고 마지막으로 건강(Health)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번식이 가능한 수준을 기본기로 제시하였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와 해석의 차이가 분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는 어디까지나 내가 생각하는 C 메이저 스케일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와 내 주변 사람들에 맞춘 기준음 '도'일뿐이지, 세계관과 삶의 가치관에 따라서는 다양하게 그 기준음이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컨대 비혼주의자에게 육아와 양육이 힘들 긴 하지만 인류의 존속과 번영이라는 가치가 있고 아이들에게 받는 한도, 끝도 없는 행복감이 인생 최고의 행복이라고 설명해 봤자, 자신을 가꾸고 자신의 욕구와 욕망의 실현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입고, 먹고, 마시는 것에 최고의 행복을 느끼는 그들에게는 '당신과는 대화가 안돼'라고 느끼게 할 뿐이다.


또 이런 경우도 있었다. 어떤 TV 프로그램에서는 통상 우리 사회에서 가장의 역할을 하는 남편은 경제 활동을 할 의지가 전혀 없어 그저 집에서 빈둥거리고 육아도 흉내만 낼뿐이다. 반면 아내는 이런 남편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자신의 경제 활동을 통해 가족이 먹고사는 것에 크게 불행하다 느끼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제시했던 행복의 기본기로 바라보면 이 가족은 매우 불행해야 하고 삶에 불안, 스트레스, 분노가 가득해야 하는데 오히려 내가 내 삶에 느끼는 불안이나 스트레스보다 덜해 보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는 개개인의 현실과 기대치라는 행복의 조리개와 셔터 스피드가 사람마다 다름을 의미한다.




어느 날, 외출을 하면서 막내아들과 동행을 한 적이 있다.

아이에게 "J야, 우리 J는 행복해?, 행복하다면 왜 행복한 거 같아?"라고 질문하였더니

"아빠, 당연히 행복하지, 그리고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뭐가 있는데?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 난 행복하지!"라고 대답을 했다. 그와는 반대의 분위기로 그날 밤, 자기 엄마에게 '나 무서워 그리고 불안해' 하면서 칭얼대는 모습을 보인다. 이 아이가 무섭거나 불안해하는 이유는 대부분 엄마의 건강으로 인해서다. 요즘엔 그 걱정에 아빠의 건강도 포함이 된다.


그러니까 이 아이의 평상시는 늘 C 메이저 스케일의 '도' 이상이고, 가끔은 현재의 위협이나 리스크가 아닌 미래의 엄마, 아빠의 상실에 대한 것이 '도' 이하 인 셈이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행복은 현실과 기대치에 대한 차이뿐 아니라, 개개인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에 따라 그것이 명징한 문자로 표현하긴 어렵다고 하더라도 '불안, 스트레스, 분노, 수치, 불쾌감 등'의 부정적인 강점을 느끼는 임계점이 존재하고 그 임계점 역시 행복의 기본 스케일과 기준음처럼 그와 같은 것이 존재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희열, 즐거움, 쾌락, 열광, 환희, 도취'와 같은 행복의 증강 스케일과 '불안, 초조, 수치, 불쾌, 스트레스'의 행복의 전환 스케일이 동시에 존재하고 사람에 따라 증강 스케일을 혹은 전환 스케일을 각각 본인이 추구하는 행복의 가치관으로 선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탐구할수록 재밌고, 흥미롭다. 이 '행복'이라는 것 말이다.



- 까칠한 펜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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