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탐구서
행복 탐구서를 연재한 지 이제 8주, 행복이란 키워드를 탐구한 지도 50여 일이 지났다.
(※ 물론, 관련 서적들을 일주한 것은 훨씬 더 전에 시점이지만...)
행복은 내 인생의 가치관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이자 모토이기에 무작성 그 가치관을 쫓아가기보다는 본질적으로 행복은 무엇이고, 그 저명하다는 학자들은 행복을 무엇으로 정의하고 어떤 가치로 규정하는지 알고 싶었다. 행복 탐구가로서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각자의 형편에 맞는 조언을 하고 싶었던 이유에서다.
지금까지 가장 마음에 와닿는 행복의 정의는 서은국 교수님이 <행복의 기원>에서 말씀하시는 "행복은 좋은 사람들과 밥을 먹는 것"이다. 함축적이지만 그 안에 삶의 모든 의미가 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생존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가 이 문장 안에 모두 등장할 뿐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한 끼의 사소함이야 말로 때론 일상의 염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게다가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니.
지난 50여 일을 되짚어 보면,
다니던 회사에서 큰 어려움을 겪어 퇴사한 후 심리적으로 또 육체적으로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아이들 방학 기간과 겹쳐있던 그 시간 동안 경주와 강화도 가족 여행이 있었고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면서, 아빠의 바로 섬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 나의 행복이라는 믿음이 결코 잘못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책을 꽤 보는 축에 속했던 사람에서 초보 독서가'로 조금은 성장한 것 같고, 도저히 내 주제로는 엄두도 못 냈던 글쓰기를 한 단어, 한 문장 지어가며 출간작가로의 꿈도 키워가고 있다. 이곳 브런치에서 소설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정유정 작가님께 요즘 완전히 매료되어 있다.)
3월부터는 이전에 다니던 직장으로 복귀를 했다. 전전직장으로의 복귀인 셈이다.
말이 임원이지 영업, 마케팅, 제품기획, 경영지원 이런 업무를 다 한다. 그리고, 과연 회사가 회복될 수 있을지 미지수이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완공되는 2027년까지만 버틸 수 있다면 내가 바라던 모습의 회사로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들어왔던 관성과 원심력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관성은 물체가 외부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을 의미하고, 원심력은 회전 운동에서 나타나는 개념으로, 실제 힘이라기보다는 관성에서 비롯된 '가상의 힘'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차가 급커브를 돌 때 몸이 바깥쪽으로 쏠리는 느낌을 받는데, 이는 사실 몸이 관성에 따라 직진하려는 성향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 원리를 행복에 대비하여 보면 인생에서 관성은 '우리가 익숙하고 편안함을 유지하는 궤적(습관, 관계, 직업 등)'이고, 원심력은 '삶의 궤적의 변화 요인과 힘의 크기'인데 몸과 마음이 느끼는 수준에 따라 '벗어나기 어려운 끌림이나 불균형'으로 느껴져 큰 불안과 스트레스로 작용되기도 한다. 그만큼 원심력을 이겨내고 새로운 관성에 적응하려면 의식적인 노력과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행복은 일상의 관성으로 돌아가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과 추진력의 보상의 한 면이 될 것이다.
우리는 변화 없는 삶을 살 수 없다.
우리의 생애주기가 우선 그렇다. 엄마의 자궁으로부터 나와 신체적인 자립을 한 후, 6년, 3년, 3년, 4년의 주기로 교육 환경, 사회적 환경을 바꿔왔으며 그 시간 가운데 우리의 신체적 특징도 변해 왔다. 부모의 따뜻한 온기만으로 충분한 행복을 느꼈던 유년기를 지나 '성장'이라는 변화 과정을 겪는 동안 우리는 불안과 좌절 그리고 스트레스를 겪게 된다. 익숙한 관성에서 새로운 원심력에 의해 다른 궤적으로 삶의 추를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우리에겐 가족과 친구들이 있어 새로운 궤적으로 적응하는데 추진체로서의 조력자 역할을 해줬다. 그러나. 우리가 신체적, 교육적인 '성장'을 멈추고, 경제적, 사회적, 정신적 '성장'을 해야 할 때는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새로운 궤적으로 이적해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 노력의 과정에는 늘 '불안, 초조, 의심, 스트레스 등' 부정적 감정이 뒤따르지만, 그 부정적 감정 역시 새로운 궤적으로 나서는 추진력 중 하나임을 알아야 한다. 고대 철학에서는 이런 부정적 감정을 정말 쓸모없는 것이라 해서 의식적으로 지워나가야 하는 감정의 한 가지라고 했지만 이런 부정적 감정을 느끼지 못하면 긍정적인 상태로의 전환을 위한 노력의 에너지가 어디에서 나오겠는가.
새로운 변화의 궤적이 필요할 때 나는 멈추어 서 '행복'의 가치를 되돌아봤다.
그리고, 행복이란 감정은 결코 변화에 대한 도전과 노력 없이는 주어지지 않는 것이라는 깨달음으로 얻었다. 행복 탐구가로서 다양한 인간의 군상 속에서 행복의 가치와 열망의 크기에 대해 더 큰 궁금증이 생기고 있다. '행복은 생존과 번식의 수단'이라는 명제 속에서 같은 의미로 우리 삶에 영향을 주는 감정과 심리적 요인을 무엇일지도 탐구해 보고 싶다.
아마도 이런 러프한 궁금증에 대한 탐구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이 연재는 마칠 것이고, 본격으로 탐구서가 써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자신의 삶에 충실한 그 순간이 행복한 순간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뭐든 하고 뭐든 생각한다면 우리는 행복한 일상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 까칠한 펜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