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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플랫폼 사업의 기원

시대 단상

by 까칠한 펜촉

초기 검색 포털의 제휴사업


사업의 가장 기본적인 본질은 '재화나 서비스를 팔아서 이익을 남기는 것'이다.

제휴사업 두 개 이상의 기업이나 단체가 상호 이익을 위해 협력하여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동 마케팅, 제품 개발, 유통 협력 등이 이러한데, 계약을 통해 역할과 이익 분배를 명확히 정하는 것을 전제한다. 그러나, 초기 검색 포털의 제휴사업은 상호 수평적인 관계에 의한 제휴, 협력이라기보다는 대형 유통사에 소형 전문몰이 입점하는 형태의 관계이기에 검색 포털의 권력과 지위가 절대적이었다.


대부분 임대매장이나 오픈마켓 같은 계약 관계로 입점을 하였는데 아마도 이런 B2B 계약 관계가 향후 플랫폼 사업의 전형으로 자리 잡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제휴사업의 본질은 제휴하는 각 회사가 상호 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나, 검색 포털의 제휴사업은 플랫폼이 절대적인 이익을 남기고 입점사는 제휴 기간만큼 손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불합리, 불공정한 계약 관계였다.


이런 전횡은 현대의 플랫폼 사업이서도 이어져있다. 플랫폼 사업을 지향하는 어떤 이들은 이것이 파괴적 혁신의 과정일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예전에 이런 일로 내 페이스 북에서 타다 이재웅 대표와 작은 언쟁이 있었다. 나는 택시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다는 그의 의도가 의심되고 기존 택시 라이선스 체계를 무너뜨려 수많은 개인택시 운전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피해를 입히려는 그의 사업적 리스크에 대해 매우 우려했다.


플랫폼 사업은 혁신이 아니라 불공정 계약의 전횡일 뿐이고, 그 사업 모델은 백화점, 시장 등 유통회사의 전형적인 불공정 관계의 답습뿐이다. 플랫폼 사업이 그 자체로 혁신과 진보로서 발돋움하려면 반드시 기술이 그 기반이 되어야 하고 기술은 새로운 현금흐름을 창출하여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이것이 혁신이란 것의 근본이다.) 파이의 증가 없이 막대한 투자 자본으로 시장을 침투하는 건 일종의 시장 교란행위일 뿐이고, 그 투자 자본의 회수의 대가는 늘 힘없는 입점사나 낚인 고객의 돈뿐이다.


이런 손실에도 불구하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이를 마케팅 투자라고 명목하는 것이 이 시대의 제휴사업 방식이었다. 그럼에도 인터넷 시장 초기에는 검색 포털은 불특정 다수의 고객이 운집하여 모이는 곳이기에 입점사는 계산기에 나타나는 손익보다는 점진적으로 브랜딩 되고 대량으로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에 더욱 초점을 맞춰 입점 기회를 얻기 위해 노력하곤 했다.


엠파스는 전형적인 임대매장 형태의 제휴사업을 전개하였다.

금융, 교육, 생활, 오락(엔터테인먼트) 부문에 약 70여 개 서비스를 120여 개 제휴사와 함께 운영했다. 대부분의 매출은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나왔고 한 달에 약 3~4억 원의 매출을 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입점 계약은 고정 입점비, 미니멈 개런티 + 러닝 개런티 등 2~3가지 방식으로 맺었다. 매주, 매월 서비스별 트래픽을 통해 입점비로 환산하기도 했다.


입점사들이 줄 선 가장 핫한 분야는 단연 고객 개인정보(DB) 판매 사업이었다.




땅 짚고 헤엄치기 고객 개인정보(DB) 사업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사업이 바로 고객 개인정보(DB) 사업이다.


인터넷이라는 온라인 매체가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개인정보에 대한 이해와 민감도가 낮았던 1990년대 하반기와 2000년대 초중반에는 한마디로 땅 짚고 헤엄치기보다 쉬운 사업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개인정보(DB) 판매 사업이다. 개인정보의 오남용이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는 아직 누구도 경험한 적이 없었던 때이다. 오프라인에서 아날로그적으로 관리되던 우리 개인의 민감 정보는 거의 관행적으로 신규 웹 사이트에 가입할 때마다 아무런 의문과 이의 제기 없이 신규 가입하는 웹 사이트에 무지성으로 제공하였다. 집 주소, 집 전화번호, 핸드폰 번호, 이메일 주소, 주민등록번호, 결혼기념일, 아이들 출생일, 애인 이름, 애인의 주소와 연락처, 출신학교 등 내 정보뿐 아니라 가정과 지인의 정보까지 모조로 입력했다. 때론, 마케팅 이벤트를 한다고 하여 보다 민감한 정보도 주저 없이 입력하곤 했다.


이 정보를 갖고 무엇을 했을까? 일반 포털에서는 주로 마케팅에 활용을 했지만 작은 기업에서는 이 정보를 그대로 되팔기 하여 다른 방식으로 이익을 남기기도 했다. 주로 보험, 대출/대부업, 구독형 서비스 업체들이 그러했다.


아래는 내가 엠파스를 다니면서 '증권, 보험, 대출/대부 서비스'별로 마케팅 정보 수신 동의를 명목으로 하여 개인정보를 고객이 직접 남기고 이를 카운트하여 사업했던 내용의 정리다.


- 증권사의 홈트레니딩 서비스: 20만원/1인

- 구독형 서비스(웅진 코웨이 등): 5만원/1인

- 원수보험사: 15만원/1인

- 자동차보험: 7만원/1인

- 대출/대출: 9만원/1인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는 2002년부터 2006년간 엠파스라는 포털에서 개인정보에 대한 동의를 받고 실제 사업화 하여 개인 1명의 DB를 팔 때의 거래 금액이다. 그런데, 이들 제휴 입점사가 모두 동일한 조건으로 검색 포털에 입점한 것인 아니었다. 네이버에는 엠파스보다 1.5배에서 2배 가까이 더 준다고 했으니 엠파스 보다 상위에 랭크된 포털의 제휴 사업은 엠파스의 결과와 비교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인터넷 서비스 회사가 1명의 신규 회원을 가입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마케팅 비용이 얼마일까?


한 때 2005년도에 한화증권과 포털에서 증권 트레이딩을 할 수 있는 사업 제휴를 위해 조사했던 결과로는 업종마다 다르지만 증권사의 HTS 계좌 개설을 위한 1인 마케팅 비용을 대략 20만원에서 24만원으로 책정했다고 들었던 것 같다.


2000년대 초기만 해도 CPA(Cost Per Action), CPS(Cost Per Sale)보다 CPM(Cost Per Mile)의 정보 노출량이 마케팅 비용으로 흔히 사용되다 보니 방문자와 페이지 뷰에서 절대적인 위치에 있었던 검색 포털의 사업은 Content, Game, Community, Commuication, Commerce 사업에 비해 더 빠르게 수익화를 실현할 수 있었다. 물론, 검색 광고 비즈니스의 개화도 한 몫했을 테지만. (전 세계 모든 검색 사이트의 수익 모델은 GOTO.COM의 설립자 빌 그로스의 작품임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구글의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빌 그로스의 뒤통수를 어떻게 치고 애드 센스, 애드워즈를 기획했는지 정리해 보겠다.)


이렇게 트래픽과 방문자를 무기로 무소불위의 권세를 부리던 검색 포털의 제휴 사업은 2004년을 기점으로 변화의 바람이 인다. 그런데, 이 변화의 바람이라는 건 불공정이 공정하고, 불합리가 합리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불공정은 더 불공정하게, 불합리는 더 불합리하게 바뀌는 전환점일 뿐이었다.





검색 DB와 기술적 노하우 빼먹은 후 팽시키기


검색 포털의 제휴사업은 영업, 마케팅보다는 서비스 기획과 운영에 가까웠다.

엠파스의 제휴사업도 초기에는 인원별로 담당하는 서비스가 너무 많아 우리 색과 역량에 맞는 기획을 할 여건이 되지 못했지만, 점진적으로 소위 트래픽이 쌓이고 돈이 되는 사업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는 형태로 사업을 전환하였다.


이런 움직임은 역시 네이버, 다음, 야후 등 선두의 3개 포털이 먼저 움직였는데, 여기서도 역시 포털의 전횡은 계속된다.


2000년대 초중반 검색 포털의 제휴서비스 운영 방식은 이러했다.

1. 입점비를 받아 매출을 올린다.

2. 검색 콘텐츠로 쓸만한 서비스는 콘텐츠 DB를 Sync 하여 사용한다. (포털 서버에 담는다.)

3. 검색 콘텐츠의 일부(예를 들어 리뷰 등) 메타데이터가 혼합, 혼용된다. (DB 소유권을 애매하게 한다.)

4. 검색 콘텐츠가 단독 사업화가 가능할 만큼 성장한다. (예를 들어, 부동산, 보험 등)

5. 입점사의 키맨에 접근하여 영입한다. (없으면 말고)

6. 계약 기간 전에 제휴를 끊는다. (포털의 법무팀이 먼저 움직인다.)


이런 식으로 가장 많이 당한 게 소위 Listing 사업이라 하는 부동산, 오픈마켓, 가격비교 사이트이며, 사업 모델뿐 아니라 데이터베이스, 인력, 서비스 운영 노하우 이런 것들을 검색 포털은 쪽쪽 빨아먹었다. 눈뜨고도 당하고 그러고는 한마디 하소연도 못하던 시절이었다.


검색 포털이 너무 한 것 아니냐고? 이런 게 무슨 사업 제휴냐고? 하시는 분들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플랫폼 사업은 다 이런 것이다.

누군가는 부를 쌓고, 누군가는 언젠가는 부를 쌓을 것이라 속으면서 계속해서 손실이 나고, 누군가는 알면서도 마땅히 다른 방법 없이 완전하게 Lock-in 되버린 상태.


26년 간 인터넷 산업에서 전략기획이나 신사업 기획을 하지만 나는 누군가에게 손실을 입히지 않으면서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거의 경험하지 못했다. 특히, 대한민국은 더욱 그러하다.


플랫폼 서비스는 분명 우리에게 편리와 편의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의 편리, 편의의 대가로 좌절하고 절망하는 많은 이들이 있을 것이다.


20대 후반에 30대 초중반에는 이러한 사업 메카니즘에 대해서 별 불편함을 느끼거나 의문을 갖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 50대에 접어들고 보니 이 사회가 갖고 있는 어떤 유행과 트렌드의 반대면에는 아직도 누군가의 희생과 불공정한 구조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이 부분이 못내 불편하다.


엠파스와의 좋은 추억을 상기하려 하면 할 수록 왠지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불편 진실과 사실이 더 떠오른다.


IT, 인터넷, 디지털 그리고 인공지능으로 이어지는 기술의 진보가 대다수 인간에게 행복과 안위, 편의를 주기 위해서 우리 사업자는 어떤 변화를 이끌어야 할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



- 까칠한 펜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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