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거 찾기(1)
고학년을 맡았던 어느 해,
우리 아이가 앞으로 어떤 분야를 공부하면 좋을까요?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하던 한 학부모님의 질문에
나라는 교사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놀 때 뭘 하고 노는지 살펴보시죠.
아니 그러니까, 그렇게 잘 알면서
왜 내가 뭘 하고 놀아야 될지는 모르는데?
대부분의 어른은 '하고 싶은 일' 보다 '해야 할 일'을 우선하고 산다.
어른의 해야 할 일은 보통
최소한의 사람다운 삶을 위해 필요하면서
남들이 절대 대신해주지 않을 것들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출근해서 일하고, 집안일을 하며 가정을 돌보고. 그런 거.
그래서 일하기 싫다 -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고 싶다 - 하는 푸념을 늘어놓기도 하는 것일 테다.
나의 경우 해야 할 일을 우선하며 사는 게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대학 가고 나면, 취업하고 나면, 하고 싶은 일 해야지 - 하는 식으로 나를 다독였고
더 일해서 돈 좀 모으고 나면 - 하면서 넘어가기도 했다.
일이 많을 때는, 일단 일부터 해결해 놓는 게 좋지, 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뭐 하고 싶은 일 왕창 하는 순간도 오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드디어 만나기는 했다.
꼭 해야 할 일은 줄어들고, 적당한 여유가 생긴 이 순간.
근데 뭘 해야 하는데? 뭘 하고 노는데 다들?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는데 나는!
나는 하고 싶은 일이란 게 저절로 생기는 건 줄 알았지!
그러니까, 내가 해야 할 일을 우선하며 사는 게 힘들지 않았던 건
마땅히 하고 싶은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이것저것 많이도 하고 살더라.
나 요즘 테니스 레슨 듣잖아, 얼마 전에 골프 라운딩 갔다 왔는데 너무 좋았어, 하는 운동족
요즘 그림 배워, 악기 연주해하는 예술족
휴가 때 여행 가려고 요즘 계획 세우잖아, 너무 기다려진다! 하던 여행족
넷플릭스 그 드라마 봤어? 나 밤새워 정주행 했잖아 - 하는 미디어족이나
요새 OO공부해, 자격증 준비해- 하는 자기 계발족까지
하다못해 구독하는 유튜브를 챙겨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다들 어찌 그리 취향에 맞는 것들을 하며 사는지 다채롭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그 사람들은 정말 재미있어 보였다
나 요즘 뭐 하고 놀아! 하고 말하는 이들의 눈빛은 참 반짝반짝하고 생기가 넘쳤다
즐겁고 신이 나는 얼굴.
그거 덕분에 요즘 일상이 행복해- 하는 그 풍족함이란.
부러웠다.
반면에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없으니 하릴없이 누워서 쇼츠나 넘기게 되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의미 없는 것들만 후루룩 거리고 있으니
심각한 현타가 찾아왔다.
누워서 곰팡이 피고 있는 기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고 싶어서 이 순간까지 뭔가를 미뤄온 게 아니었나?
그럼 나는 뭐 때문에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 도대체!
갑자기 내 인생- 너무 재미가 없게 느껴지는 거다.
심드렁하고, 이게 뭐야 싶고, 굳이 싶고.
도대체 그동안은 뭐 하고 놀았지, 아 주변사람들이 하자는 거 하고 지냈구나.
어휴, 뭐야. 내가 진짜 일밖에 할 줄 모르는 따분한 인간이라고?
내 인생의 콘텐츠가 이렇게 없단 말이야? 이렇게 취향도 없고 재미도 없는 인간이라고?
노는 것도 못한다고 생각하니 진짜 낙제점을 받은 기분이다.
하고 싶은 일도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는 걸 이만큼이나 나이 먹어서야 깨닫는다.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는 삶에 '해야 할 일' 뿐만 아니라
'하고 싶은 일'도 분명히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동안은 열심히 한쪽만 챙겨 왔으니
이제 다른 쪽을 찾아서 넣어주어야 한다.
앞으로의 길고 긴 삶, 어쩌면 이 '하고 싶은 일'들이 나를 웃게 하고, 기운차게 하고, 누리게 할 것이다.
만약 내가 나의 담임교사라면 학부모 상담에서 이렇게 말했을 테다.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시고, 뭐가 잘 맞는지 생각해 볼 기회를 주세요.
그래서 진짜로 시켜주려고 한다.
좀 의미 없어 보여도 이것저것 끄적거려 보고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면서
새로운 거, 안 하던 거, 하면서 살아보도록.
그러다가 하고 싶은 거, 재밌는 거를 발견해서
내 삶을 풍족하게 가꿀 수 있는 틀을 마련하도록.
하고 싶은 거 찾기 프로젝트.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