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하신가요?
사람을 짜증 나게 할 수 있는 것
1위는 사람, 2위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일하다 만난 짜증 나는 사람이라니요.
한 달도 더 전에 계약해 놓았던 교구비 가격을 올려달라고 한다. 그것도 문자로!
어쩌고저쩌고 말이 많고, 이러쿵저러쿵 사정이 길다.
업무 처리하는 내 입장에서야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아우, 어쩌라고.
처음 조율할 때부터 거슬렸던 게 기억나 더 짜증 난다.
뻔히 정해진 기준대로 지급되는 금액을 작년엔 달랐다며 우겼던 거나
제출하라는 서류를 말도 없이 늦게 보냈던 거.
한 사람이니 밥 정도는 공짜로 먹어도 되죠? 물었던 거까지.
사소하게 불편하게 한다고 생각했는데 쌓아놓고 나니 많다.
그래도 어떡해. 일이 진행되게는 해야지- 하며
짜증을 누르고 업무를 처리하던 내가 억울해진다.
담당자인 나를 가늠하며 위아래로 훑어내리던 얼굴과
만만하다고 판단했는지 점점 과해지던 요구가.
그러면서도 관리자들에겐 코가 땅에 닿도록 머리를 숙이던 이중적인 태도까지 스쳐간다.
어디서 배워오나, 이런 사람들은 다 비슷하네 정말.
와다다다- 매섭게 따지고 들고 싶은 욕망이 치솟았다.
논리적으로 당신이 하는 요구는 말도 안 되고,
당신도 이게 무리인 요구인 줄 알면서 나를 얕보는 게 아니냐 쏘아붙여주고 싶다.
누군 성질이 없고 누군 말 못 하는 줄 아나.
화를 가득 담아서 대꾸해 입도 뻥긋 못하게 해버리고 싶다.
폭발해버리고 싶다.
예전에는 어떻게 했냐고? 꾹 참다가 진짜로 화를 냈다.
자기 일을 '이건 내 담당이 아니' 라며 여기저기 미루는 동료가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내 업무와 그녀의 업무가 맞닿아있었다.
거의 심부름꾼 수준으로 나를 부려먹었는데도
초년생이었던 나는 한마디 말도 못 하고 꾹 참았다.
그러던 어느 날 1층 자기 사무실에서 4층에 있는 나를 불러내리더니
이거 선생님이 가져가서 나눠줘라- 했던 날이 있었는데
그날이 내 직장생활 최초 폭발의 날이었다.
지금 이게 뭐 하시는 거예요 - 로 시작한 나는
따박따박 그동안 쌓였던 내역을 터트려놓았고
논리든 태도든 다 밀렸지만, 절대 자기가 잘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은 그녀는
관리자에게 울며 달려갔다. 어린 내가 자기에게 무시하며 대들었다며.
어떻게 되었냐고?
같이 일하는 사이에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말을 들은 나만 억울했다.
일을 해보니 생각보다 부드럽게 잡음 없이 일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적다.
말 바꾸는 사람, 미루는 사람, 탓하는 사람, 무리한 요구 하는 사람
어떤 한 가지 일이 이루어지기까지 아주 여러 사람들과의 조율과정을 거쳐야 한다.
당연히, 화가 나고 짜증이 날 때도 어이가 없을 때도 많다.
다들 성인이니 우아하게 일할 수 있을 줄 알았지.
일의 과정이 열 살짜리 우리 반 애들 모둠활동 같을 줄은 몰랐지 나도.
대신에 그런 건 좀 배웠다.
사실 그렇다고, 짜증까지 안나진 않지만!
다른 사람과 일하는 내내 이런 짜증은 불쑥불쑥 찾아올 것을 알지만!
그리하여 오늘의 나는 숨을 한번 고른다.
불가능한 부분은 선을 긋고
사실 당신의 입장은 계약 위반에 상응한다 전달한다.
그렇지만 당신의 사정도 있으니 우리가 배려하여 이런 방법은 어떠하냐, 제안해 본다.
마음속 저 아래에서 아직 완전히 식지 않은 용암이 부글부글 하는 게 느껴지지만
터뜨리지는 않기로 결심한다.
좀 어른 같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