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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유 Aug 24. 2024

작고 상처 난 못난이 사과의 경고

엄마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고추를 말리러 간 아빠가 소식이 없더니 사과 한 상자와 함께 돌아왔다.


상자 안에는 작고 새가 쪼았거나 우박을 맞아서 상처  못난이 사과가 들어있다. 사과 과수원을 하는 아빠 친구가 엄마 줄 사과를 따 가라고  상자를 내밀었고 아빠는 상품이  되는 못난이 사과만 따서 가지고 왔다고 했다. 시골이 가까이에 있고, 농사짓는 사람이 주위에 있으면 누릴 수 있는 하나의 재미다.


나는  못난 사과들이 좋다. 작고 상처 나고 못난 사과들이 어쩐지  모습을 보는  아 마음이 간다.


어릴  엄마에게 예쁘다는 말을 자주 해줬는데 그래서 나는 내가 정말 예쁜  알았다. 또 가족들 뿐만 아니라 친척들, 학교 가면 선생님과 친구들, 나가면 이웃들에게도 사랑받는 편이었는데 그것도 내가 엄청 예뻐서 그런  알았다. 그게 아니란  알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키도 또래보다 머리 하나 작았는데 앞으로 나란히 해보는  소원일 정도로 1번을 도맡아 했다. 친척 중에는 나를 두고  똑똑한지는 몰라도 인물 없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부주의하고 예의 없는 어른 있었는데, 그때마다 엄마가 그런 소리를 위해 나에게 예쁘다는 말을 무한 생했다는 걸 나중에 다 크고 알았다. 어쨌든 부지런한 엄마는 나를 향하는 부정적인 말들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거나 방어했고, 어쩌다  귀에 들어와서 상처를 좋은  약을 잔뜩 발라준 덕분에 나에게  내상을 입히지는 않았지만 마음 저편에는 남아있다.


작고 못난 사과 같은 나를 엄마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빛이 나게 만들었다. 엄마의 노력과 사랑 덕분에 자존감훼손하지 않으면서 나다움을 지켜내면서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다.


지금은 엄마가 못난이 사과 같다. 다부지고 건강했던 몸은 한순간에 쪼그라들고 볼품없어졌다. 는 크게 상처 입고 심하게 고장 났다. 그로 인해 몸의 모든 기능이 망가지고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앉혀 놓으면 눈도  뜨고 고개를 떨구고 졸고 있는 모습이 그야말로 병든 닭을 보는 느낌이다. 그렇게 못난이 사과 같은 엄마를 나는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엄마의 마지막 존엄을 지켜야  의무와 책임이 나에게 있는데 과연 그러고 있는가? 자문해 본다. 그런 엄마를 귀하게 생각하고 소중하게 다루고 있는지 말이다. 솔직히 그러지 못할 때가 많다. 엄마가 움직이지 못하고 의사표현을 못한다는 이유로 소외시키고 외면하고 싶을 때가 많다. 피곤해서, 아파서, 속상해서,  마음대로,  편의대로 거칠고 차갑게  때가 많다. 내 마음이 느슨해지고 무기력해지고 못되질 때마다 다양한 방식의 경고장이 날아드는데 오늘은 못난 과가 나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경고장은  접수되었고, 나는 또 반성하고 참회한다. 내일부터 못난 사과 같은 나를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었던 엄마의 마음으로 엄마를 만날 거라고 다짐하며 오늘을 마감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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