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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 Oct 29. 2024

100억짜리 같이 잘 쓰고 싶어서

제천어번케어센터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엄마 간병을 위해 주말마다 고향 집에 내려오면서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앞에 번듯한  건물도 그중 하나였다. 평상시 같았으면 뭐가 새로 생겼나 보네, 하고 무신하게 지나치고 말았겠지만, 건물 외벽에 붙은 ‘케어’라는 단어가   속도 궁금하게 만들었다. 엄마가  회복되어 외출이 가능하면 저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제천어번케어센터


노인들의 어린이집 같은 '데이케어센터'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 후 일부러 시간을 내서 가봤다.


첫인상은 별로였다. 입구부터 진입장벽이 느껴졌다. 길과 같은 레벨에서 바로 진입할  있는 것이 아니고  많은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옛날 건물들이야 그렇다 치고, 최근에 지은 건물인데  실망스러운 시작이었다. 물론 일부러 그런 건 아닐테고 내가 모르는 건축적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들어가 보니 내가 상상하고 기대했던 곳이 아니었다. ‘어번케어  마디로 ‘도시재생 말하는 것이었다. 지난 정권  정책 어젠다였다가 지금은 사라진  알았으나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입구와 이름부터 아쉬웠다.


이미 지어진 건물, 이름 붙여진 이름은   다. 그래서 도대체 하는 건물인데 궁금해서  김에 하나하나 뜯어보았다. 1층에는 한방카페테리아라고 표시되어 있으나 카페테리아는 없이  비어 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카페테리아가 생길 예정이었으나 주변 상인들의 반대로 흔적만 남은 것이었다. 애초 건물을 설계할 때부터 지역주민들과의 소통이 없어서일까? 역시 아쉬웠다. 한방카페테리아는 이름만 남아있고 로비에는 관광안내데스크와   꽂아놓고 테이블과 벤치를 두고 여행자와 지역주민쉼터를 표방하고 있었다. 그리고 2층부터 6층까지도시재생지원센터, 사회적 경제 비즈니스 센터, 지역관광협업센터, 패밀리 돌봄 라운지  이런저런 중간지원기관 사무실과 주민시설이 입주해 있었다. 이쯤되니 건물의 작명을 담당했을 공무원의 고뇌가 느껴졌다.


여러모로 아쉬운 어번케어센터는 어떻게 생기게 되었을까?


궁금해서 검색해 봤다.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시범사업으로 선정되어  96 (국비 42 , 지방비 28 , 협업사업비 26 ) 투입하여 만든 건물이었다.  푼이라도 예산이 아쉬운 지방소도시의 시장과 공무원들이 야근도 하고, 컨설팅이나 자문도 받아가면서 제안서를 썼을 것이고, 선정되었을 때 시장님이나 국회의원은 국비 얼마를 받아왔다고 시내 곳곳에 플래카드도 이고 그랬을 것이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도시재생과 지역주민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앞에 이런 넓고 쾌적한 건물이 있으니 나라도 이용하자.


알게 된 이상 나라도 자주 이용하자는 마음으로 매일 온다. 엄마 간병으로 답답한 마음을 환기하고 싶은 나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공간이다. 좁은 집을 벗어나 넓고 한가한 쉼터에 커피도 사 가지고 와서 멍도 때리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가끔 오가는 사람 구경도 하고 그런다. 아직 생긴지 얼마  돼서 그런지, 홍보가   탓인지, 알쏭달쏭한 이름 때문인지,  애초 주민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하지 않는 탓인지 이용객들이 많이 보이지는 않는다.


이미 만든  어쩔  없고, 이왕 만든 것을 어떻게 하면  쓰면 좋을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때마다 심각하고 진지하게 고민한다. 100억짜리를  혼자 쓰는  아깝고, 많은 사람들이 같이 쓰면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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