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요 Nov 12. 2024

지방으로 갈수록 미국처럼

대중없는 대중교통

버스를 타본 게 언제였더라. 초중고까지 모두 걸어 다녔고, 시내를 나갈 때도 웬만하면 걸어 다녔으니까 여기 살 때도 버스 탈 일이 많지는 않았다. 버스 탄 것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버스를 타지 않고는 방법이 없었던 그날이 생각난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썸 타던 남자 애와 만나기로 한 장소, 시내를 벗어난 의림지로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탔을 것이다. 아무리 잘 걷고 걷는 걸 좋아했어도 미치도록 추운 도시에서 한 겨울에 걷지는 않았을 것이다.


잠깐 방문하는 것이 아닌 엄마 간병으로 무기한으로 내려온 고향에서 머물게 되고 이제는 가족들도 함께 내려와 살 생각도 해보면서 버스를 타 보려고 나갔다. 마침 집 앞에 바로 버스 정류장이 있다. 버스 정류장 안에 사람은 없었지만 제천시 관광지도부터, 시내지도, 버스노선표와 금연, 자살예방과 같은 공공포스터까지 뭐가 많이 붙어 있었고,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이리저리 알뜰하게 뜯어보아도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버스 정류장이 있으니 버스가 다닐 것 같은데, 버스 노선표 상으로는 여기에 버스가 지나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노선표 맨 아래 적혀 있는 운수회사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바로 연결되었다.


여기 버스가 언제 오는지, 아니 다니는지   있나요?


내가 서 있는 곳을 알려줬더니 47번 버스가 1시간 뒤에 도착한다고 했다. 47번이라? 그런 번호는 버스 노선표에는 없는 번호다. 뭐 최근에 새로 생긴 버스라 치고, 미처 노선표에 반영이 안 됐다 치고 그것까지 따져 묻지는 않았다.


47번 버스는 배차 간격이 어떻게 되나요?


많이는 안 다닌다고 한다. 배차 간격과 시간을 알려주셔야 버스를 타고 다닐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자, 아주 귀찮아하면서 불러주었다. 6시, 7시 10분, 8시 25분, 9시 30분, 10시 35분, 11시 50분... 대략 1시간 간격인가요? 물었더니 꼭 그렇지 않고, 이 시간도 그때그때 다르다고 했다.


결론은 지방소도시는 대중교통에 대중이 없다. 그야말로 들쑥날쑥하고 불규칙하다. 수도권처럼 자주 다니고 전광판에 도착 정보를 정확하고 친절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 인구 줄고 있으니 대중교통 환경은 더욱 나빠질 것이다. 지방으로 갈수록 미국처럼 사람 수대로 자동차가 있어야만  수가 있다. 나처럼 운전 싫어하고 웬만하면 걷고 싶은 사람도 차를 사고 운전을 해야한다. 고령자 면허자격 제한 이런 이야기는 지방에서는 말이  되는 소리다. 75세인 아빠에게 운전면허 반납하라고 하면 그건  집에 갇혀 죽으라는 얘기냐? 하면서 펄쩍  것이다. 만약 이곳에서 살게 된다면 대중없는 대중교통이  애로사항이 되지 않을까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