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보이지만 잡을 수 없는 것, 잡을 수 없지만 무언가 내리는 것

by Pink Brown

뭉게구름이 하늘 가득 떠 있다. 솜을 뭉쳐서 하늘 위로 둥실 던져 올린 것 같다. 손을 뻗고 위로 점프하면 왠지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들기도 한다. 솜뭉치 같은 구름을 손으로 조물조물 만들어서 하늘에 하나씩 던져 올리는 상상을 해본다. 스멀스멀 올라가다 어느 구름 끝에 붙는지 눈으로 따라가는 재미있는 상상. 차례차례 던져 올려서 마음에 드는 모양이나 글씨를 만들어 보는 것도 즐거울 것이다. 뭐, 어차피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존재이지만. 그래서 우리는 '뜬 구름 잡는다'라는 말을 사용하곤 한다. 현실성 없는 헛된 이야기를 한다는 의미일 게다. 하지만 때로는 현실성 없는 말들 속에서 거대한 힌트가 툭 튀어나오기도 한다. 역시 구름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다.


오늘은 뭉게구름, 어느 날은 새털구름, 또 어느 날은 양떼구름, 가끔 안개구름, 그리고 눈부시게 쨍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구름은 항상 있지만, 또한 항상 없다. 눈에 보이면 있는 것이고. 안 보이면 없는 것이다. 구름 모양에 띠라 이름도 있다. 하지만 모르면 구름 이름은 없는 것이 된다. 그 사실을 평생 모르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구름에 이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구름 이름을 아는 것이 인생에 도움이 되는 일일까? 생각해 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평생 모르고 살아도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알면 좋지만 몰라도 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꽃이나 나무, 돌도 구름과 같은 운명이다. 눈에 보이면 있고, 안 보이면 없다. 이름을 알면 좋지만, 몰라도 상관없다. 하지만 인지하든, 하지 않든 언제나 그곳에 존재하며, 일상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열심히 수행한다. 그런 의미에서 구름은 반드시 존재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의미에서 구름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비를 내리고, 눈을 뿌리고, 우박을 쏟아내고, 천둥을 연주하고, 낙뢰를 쏘아 내린다. 지구상의 물이 대기 중에서 바람을 타고 이동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다. 구름이 없다면 띵 위의 어느 곳은 육지이지만 영원히 물에 잠겨있고, 어느 곳은 일 년 내내 바싹 말라있게 될 것이다. 만약 신이 있다면 신이 뿌리는 물뿌리개 같은 것 아닐까.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인간이 뿌릴 수 없는 양을, 인간이 돌보지 않는 미지의 곳마저 돌보는 그런 것. 신이 심술을 부리면 인간들은 혼비백산 한바탕 난리가 나지만, 신이 기분이 좋을 때는 적당한 양을 아주 다정하게 뿌려준다. 지금보다 하늘에서 내리는 강수에 그 해 먹고사는 문제가 달려있었던 과거에는 그래서 신을 더욱 믿었는지도 모르겠다. 심술부리지 않고 일 년 내내 온화하게 비를 뿌려주셔야 배불리 먹고살 수 있었을 테니까.


구름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지만, 반드시 존재하고, 또한 중요하다. 자연 속의 모든 존재는 그러하다고 생각하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고,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있는지 모르는 것들도 있고, 그래서 그 의미와 중요성을 남이 몰라주는 경우도 많다. 나 또한 자연 속의 존재이다. 나 또한 구름과 같을 것이다. 입 속에서 구름이라는 단어를 굴려본다. 구름, 구름, 구름, 그룸, 구름, 그룸, 구름.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나의 이름을 되뇌어 주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실재해도 되는 존재 아닐까. 나는 지금까지 어떤 비와 눈과 우박과 낙뢰를 뿌리며 살아왔을까. 나는 그 모든 것들을 적당한 곳에 적절히 내려놓았을까. 뭐, 아무려면 어떠랴. 젖으면 마르고, 맞으면 낫고, 놀라면 진정하는 것이 사람의 삶인 것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