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야외, 휴식, 바람을 쏘인다, 소풍(逍風)

by Pink Brown

오늘은 둘째가 현장체험학습을 가는 날이다. 현장체험학습이란 옛날옛적(?) 소풍이라 불리던 학교 행사이다.

요즘은 단체로 가면 체험학습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적으로 가면 피크닉을 간다고 많이 표현하는 듯하다. 소풍 간다라고 하면 왠지 학교에서 단체로 가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한 것은 내가 그런 세대에서 살아왔기 때문일까? 왠지 가족이나 친지들과 함께 가는 외유는 소풍이라고 하기에는 좀 과하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있다. 게다가 요즘 아이들에게 소풍이라고 하면 잘 못 알아듣는 경우도 많아서 이제는 현장체험학습이라고 하는 것이 입에 자연스럽게 배어들고 말았다.


소풍. 야외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 바람을 쏘인다는 의미. 소위 콧바람 맞으러 가는 것을 뜻하는 것일 게다. 요즘은 어디 간다고 하면 귀찮기 이를 데가 없지만, 어릴 적에는 소풍 가는 날이 그렇게 설레고 기다려졌었다. 엄마가 새벽부터 일어나셔서 싸주신 김밥 도시락에, 보리차가 든 물병을 어깨에 크로스로 메고, 과자, 손수건(이때는 손수건을 들고 다녔었다), 작은 매트 등을 가방에 야무지게 싸서 들고 등교하면, 커다란 버스를 타도 이동한다. 요즘과는 달리 간다고 해봤자 풀밭 있는 넓은 공간이 있는 어딘가 (예를 들면 동구릉이라든가, 한국민속촌이라든가)에서 둥글게 모여 앉아 도시락을 먹고, 수건 돌리기를 하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옆 사람 간지럽히기를 하고, 보물 찾기를 하는 특별할 것 없는 매년 비슷한 행사였지만, 학교 친구들과 학교가 아닌 다른 공간으로 놀러 간다는 사실 자체가 그저 그날과 그 장소를 특별하게 만들었던 듯하다. 조금씩 친구 사귀는데 낯을 가리고, 다가가는데 자신감이 떨어지고, 서서히 관계가 좁아지면서 소풍이라는 행사가 괴로웠던 적도 있지만 (꼭 버스 타는 짝꿍, 같이 줄 서는 짝꿍을 알아서 만들었어야 했다) 그 와중에도 낭만이 있었다. 특히 모두가 다 김밥 도시락이었기 때문에 도시락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었던 듯하다. 엄마가 싸주실 때도 있었고, 가까운 시장 김밥집이 초등학교 소풍 가는 날에는 아침에 일찍 문을 열고 김밥을 팔았다. 그 김밥을 싸가는 아이들도 많았다. 그래서 누가 무얼 싸왔는지 살펴보고 마음속으로 비교하며 괜히 안 해도 될 생각을 하는 일은 없었다. 요즘에는 워낙 화려하게 도시락을 싸 오는 아이들이 있어서, 엄마로서 도시락 싸주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가 많다. 그래서 현장 식당에서 사 먹는 현장체험학습이 제일 마음이 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풍이라는 단어는 추억과 낭만이 잔뜩 깃들어 있는 단어이다. 그래서 소중하고, 그래서 잃고 싶지 않다. 가끔씩 이렇게 몽글몽글하게 떠오르는 날이 앞으로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현장체험학습이 아니라 소풍으로 기억되는 나만의 기억들을 그때마다 꺼내어보게 될 것이다.

keyword
이전 16화차, 탈, 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