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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bbin Chang Oct 08. 2021

유통(Place)

Ep.19: 유통(Place)


한차례의 웃음과 농담이 지나가고, 분위기가 다시 진정되자 김필립은 방금 전에 한 이야기들을 정리했다.


“좋아, 광고 규모는 계산을 해보고 정하고, 일단은 온라인 광고를 중점적으로 생각하면서 다른 광고 채널을 언제 어떻게 가져갈지 전략을 짜야겠네. 온라인에서도 키워드 광고를 할지 배너를 할지도 생각해 봐야겠고.”

“그래. 좋은 디지털 쪽 에이전시가 있어서 다 도와주면 좋겠지만, 처음에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규모도 작으니까 혼자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데 찾아보면 어떻게 광고할 수 있는지 잘 나와 있어. 그 회사들에게는 네가 손님이니까 잘 설명해두었다고.”

“하하, 맞는 말이네. 안 그래도 처음에 누나랑 얘기하기 전에도 찾아봤는데, 키워드 트렌드 같은 것도 있고 하는 방법도 그렇게까지 어렵진 않아서 사진처럼 배우고 난리 치지 않아도 금방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 

“맞아, 구글 트렌드 같은 건 연관검색어 비교도 잘 되게 해 놨으니까 유용하다고. 그리고 내가 소개해준다는 에이전시는 종합 광고 에이전시니까 디지털 광고 쪽도 다 커버해. 모르는 거 있을 때 슬쩍슬쩍 물어보면 잘 가르쳐 줄 거야.”

“응. 고마워. 약간 미안하기도 한데…?”

“에이전시한테? 미안해할 것 없어. 어차피 네 규모가 커지면 더 많은 고객이 필요할 거고 그러면 키워드 전략이라든지, 어떤 SNS를 쓸 건지 등등 복잡한 광고 전략을 생각해야 되니까, 그때가 되면 에이전시랑 일 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그러니까 에이전시 쪽에서 보면 이런저런 간단한 팁을 가르쳐줘서 네 회사가 빨리 커지는게 더 남는 장사야.”

“아하, 그렇게 돌아가는 거구나… 윈윈(Win-win)이네?”

“B2B(Business to business) 사업은 다 윈윈이어야 돌아가는 장사라고. 그러니까 네가 잘 되는 것이 너와 관련 있는 회사들도 다 잘 되게 하는 거야. 자, 나머지는?”

“응, 광고 문구나 내용은 누나가 가르쳐 준 메시지 하우스를 두고 생각하면 될 것 같고, 그 안에 들어가는 사진은 에이전시랑 같이 작업하면 되겠네.”

“좋아. 그러면 다음으로 넘어갈까?”


장아라는 다시 김필립의 노트를 펼치고 마지막 부분을 살펴봤다.


유통 Place / Channel: 

향후 성장을 감안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생각해야 하나? 아니면 온라인만으로 확장이 가능한가?


“음… 아직 유통 채널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구나?”

“어…? 어, 아무래도 그렇다고밖에 할 수 없네… 처음부터 온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파는 것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시작한 거니까.”

“좋아. 그러면 거기서부터 얘기해보자. 왜 온라인에서 파는 건 될 것 같았지?”

“음… 온라인은 아무래도 비용도 덜 들고 아는 사람이 없어도 시작할 수가 있으니까. 오프라인에서 파는 것은 돈이 많이 들 것 같았어. 내가 점포를 내려고 하면 인테리어나 임대료도 그렇고 상당히 돈이 들잖아. 그냥 마트 같은 데 납품하려면 그건 그것대로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할 것 같고…”

“결국 유통 채널을 선택할 때 온라인의 장점을 보고 택한 게 아니라, 오프라인이 안 될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온라인을 고른 꼴이네?”

“사실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뭔가 너무 당연하게 온라인에서 팔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까 엄청 창피한데…?”

“몰랐던 게 창피한 것은 아니야. 모르는데 알려고 하지 않는 게 창피한 거지. 자, 만약 결론이 같더라도 네가 네 선택지의 장점과 단점을 잘 생각해보고 내린 결론과 그냥 생각 없이 그럴 것 같아서 내린 결론은 전략적 가치가 달라.”

“어, 그거… 누나가 처음에 얘기한 가설을 세워서 복기한다든가, 과거로 돌아가면 뭘 바꿀지 물어본다든가 그런 얘기야?”

“정확해. 성공했으면 왜 성공했는지 알아야 되고, 실패했어도 왜 실패했는지를 알아야지 미래로 연결이 되는 것이니까. 잘 기억하고 있는데? 자, 그럼 유통 채널을 잘 생각해 보자고.”


장아라는 웃으면서 태블릿을 꺼내 들고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자, 일단 이렇게 보면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음… 누나, 표는 간단해 보이는데 무슨 소리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하하,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야. 먼저 각각의 유통 채널, 즉 원에 들어있는 것부터 살펴보자. 온라인은 쿠팡 같은 온라인 판매점이나 네가 자체적으로 만든 웹사이트 같은 판매 채널이야. 자사 리테일 매장은 바디샵이나 미샤 같은 화장품샵 같은 것이고, 전문 유통업체는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등을 생각하면 돼.”

“아,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서 ‘누구를 통해서 어디에서 파느냐’라는 이야기인 거지?”

“그렇지. 그러니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점점 네가 감수해야 할 비용이 커진다는 이야기야. 그리고 너는 아마 그것을 염두에 두고 온라인 채널을 선택했겠지.”

“맞아. 당연히 점포를 내는 것도 엄두가 안 나는데, 마트 같은데 납품하거나 입점하는 것은 더 힘들겠네. 그런데 점포 내는 것보다 마트에 납품만 하면 그게 더 싸게 먹히지 않을까?”

“뭐, 경우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특히 처음이라면 엄청나게 싼 가격으로 납품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 네 점포라면 운영비가 들긴 하겠지만 납품 가격을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아하, 그렇네. 그러면 왜 비용이 비싼 유통 채널이 필요한 거지?”

“그래. 그 답이 바로 이 세로축, ‘판매촉진의 부가가치’라는 거야.”

“역시, 뭔가 그럴 것 같았어. 그런데 무슨 소린지는 잘 모르겠는데?”

“말이 어려워서 그렇지, 사실은 너도 이미 감안하고 고려했던 것일 거야.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몇 가지의 핵심적인 일들이 있어. 예를 들면, 물류라든지 하는 것들 말이지. 이런 것들을 각 채널이 얼마나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얘기야.”

“어, 그런 거라면 물론 생각해 봤지! 그래서 내가 웹사이트 만드는 것보다, 그냥 인터넷 쇼핑몰에 입점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어.”

“그렇지, 바로 그런 거야. 그런 핵심적인 일들을 정리해 보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장아라는 태블릿을 돌려, 방금 그린 그림의 밑에 몇 가지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수요 창출: 광고, 판매 매대 등에서의 판촉행위 등

유통 물류: 재고 보관, 상품 운송 등

대금 정산: 크레디트 정산, 각종 결재 수단 관리, 채무 관리 등

판매 후 관리: 애프터서비스, 환불, 교환, 수리 등


“오, 이렇게 보니까 되게 말끔하게 정리가 되는데?”

“그래. 이 모든 것들이 네가 유통 채널에 대해 고려할 때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이야. 중요한 것은 이걸 누가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거지. 어차피 네가 하든 아니면 유통 채널의 누군가가 하든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야. 그러면 그 일을 분담할 때 오는 득실을 잘 따져보고 결정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

“그렇네. 내가 직접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게 되면 말 그대로 저 모든 걸 내가 다 관리해야 되는 거고, 만약 쿠팡이나 네이버 쇼핑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하면 적어도 대금 정산 같은 것은 해준다고 봐야 하나? 아, 요즘은 물류도 알아서 해주는 서비스가 많으니까 그것까지 합치면 물류도 해결되는 거겠네.”

“맞아. 그런 식으로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관련 업무들을 전문 유통 채널 등에게 위탁하는 것이지. 그리고 비용을 분담하는 거고. 네가 이마트나 롯데 백화점 같은 곳과 거래를 한다고 생각하면, 심지어 저 모든 것을 유통 채널에서 알아서 하는 거라고.”

“어…? 그러네? 그런 식으로는 생각을 못 했구나. 납품하고 나면 그 이후에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이마트가 알아서 해주겠네…”

“그래. 거래를 시작하고 납품을 하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한 번 시작하면 엄청난 물량을 받아 주기도 하고, 재고 관리도 알아서 하고, 필요하면 세일 같은 것도 진행해서 상품 회전율을 높이기도 한다고. 그렇다면 너는 브랜드를 만들고 전략을 세우는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겠지.”

“진짜 그렇게 되면 엄청나게 큰 회사가 되는 거겠네. 어느 세월에 그렇게 크려나…”

“하하, 그렇게 엄청나게 큰 회사가 아니라도 필요하다면 납품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그것보다는 그렇게 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맞는 방향인지가 중요한 거지. 장점과 단점을 따져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잖아.”

“그 장점과 단점이라는 것이 잘 떠오르지 않는단 말이지. 누나가 방금 써놓은 이 역할 분담하고 비용 말고 다른 게 또 있을까?”


장아라는 천천히 칵테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각 채널의 장단점은 네가 처한 상황이나 업계의 특성에 따라서도 많이 달라지니까, 네가 전략을 짜면서 이런저런 정보를 알아보고 생각해 봐야 할 거야. 하지만 어떤 채널이 수행할 업무가 많아진다는 것은 네가 점점 너의 비즈니스를 그 특정 채널에 의존하게 된다는 이야기와도 같아. 그렇게 되면 넌 협상을 할 때 더욱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되겠지.”

“어…? 그 말 뭔가 위험한 얘기 같은데?”

“예를 들어, 너의 매출의 90%가 특정 마트 체인에서 온다고 생각해 봐. 그러면 너는 그 마트가 하는 말을 잘 들을 수밖에 없게 된다고. 네가 협상을 할 때 동등한 위치에 서려면 적어도 좋은 대안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안 돼.”

“그렇다면 늘 유통 채널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이야기인 거야?”

“그렇진 않아. 네가 상품을 유통하는 채널들 사이의 이해타산 관계를 잘 파악하고 있을 필요가 있는 것이지. 네가 온라인 채널을 갖고 있으면 당연히 마트에선 같은 물건을 온라인에서 더 싸게 파는 것을 싫어할 거야. 그렇다고 네가 온라인 채널을 포기하는 것은 좋지 않은 선택이겠지? 그렇다면 너는 어떤 대안을 마트에 제시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특정 마트에서만 파는 한정판을 제시하든지, 그 마트가 너의 온라인 채널에 대해 가격 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게 저렴한 납품가를 제시하는 방법 같은 것들이 있겠지.”

“음… 그러니까 유통 채널에 변화를 주려고 할 때, 다른 유통 채널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하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로군.”

“맞아. 그러려면 네가 그 유통 채널에서 진정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이해해야 하겠지. 마트나 백화점 같은 전문 유통업체들은 아까 말했듯이 많은 필수 업무들을 알아서 해 준다는 장점도 있지만, 네가 유통업자를 통해 판촉을 유도하는 푸시(Push) 전략을 쓰는 옵션을 열어주기도 해.”

“어? 푸시면… 미는 전략이라는 거야? 그 푸시?”

“맞아. 크게 보면 판촉 전략에는 소비자가 네 상품을 사게 유혹해서 끌어들이는 풀(Pull) 전략하고 유통업체를 이용해서 물건을 공격적으로 팔게 유도하는 푸시 전략이 있어. 어느 정도 이상 판매량을 달성하면 마트 측에 인센티브를 준다든지, 혹은 특정 기간 동안만 매우 저렴한 납품가에 납품을 한다든지 하면, 마트에서는 당연히 최대한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들의 역량, 그러니까 판매 사원을 집중 배치 하거나 매대를 좋은 곳에 끌어 두는 등 각종 방법을 동원해 너의 상품을 더욱 적극적으로 팔게 될 거라고. 이러한 전략은 네가 직접 운영하는 리테일 샵이나 온라인에서는 쓸 수 없는 전략이지.”

“오호…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전혀 생각 못했는데?”

“좋은 것만 있는 건 아니라고. 마트 같은 유통 채널은 네가 마음대로 물건 진열을 하기도 어렵고 매대 광고물, 예를 들면 포스터 같은 것을 붙이기 어려운 경우도 많아. 만약 네가 브랜드를 알리고 싶고 브랜드의 정체성을 살리고 싶은 경우에는 아주 불리한 조건인 경우가 많지. 직접 리테일 샵을 운영하게 되면 많은 것을 스스로 해야 하는 대신, 브랜드의 느낌을 전달하고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는 아주 유리하다고.”

“어… 그거 뭔가 온라인에서도 그냥 쇼핑몰에 입점하는 거랑 자기가 직접 온라인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는 거랑 비슷한 느낌인데?”

“그렇다고도 볼 수 있지. 이해가 빠르다니까. 아무튼, 유통 채널은 이렇게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너의 다른 전략들과 어떻게 연계되는지를 생각하고 선택하는 거야. 심지어 텔레마케팅 같은 것을 하거나 방문판매를 할 수도 있고, 특정 지역에만 유통시킬 수도 있어. 생각할 거리들은 아주 많아.”

“응. 알겠어. 그냥 ‘온라인 판매’라고 정해놓고 아무 생각도 없으면 안 된다는 거지?”

“그래. 아까 얘기한 상품을 생각하듯이, 지금은 하나뿐일지라도 다음에는 어떻게 할지를 잘 생각해 둬야 하는 거지.”


김필립은 잠깐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Think Big, Start Small, Move Fast. 예전에 장아라가 한 번 얘기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 그래, 작게 시작하더라도 크게 생각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지. 유통에 관해 생각하자 사업의 스케일이라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뭐 해? 갑자기 멍하게.”

“아, 아니. 유통 얘기를 하다 보니까 갑자기 현실감이 확 오길래.”

“그래. 이제 현실이야. 이걸로 장아라 마케팅 교실은 다 끝난 것 같은데?”

“어… 어? 이제 끝이라고?”

“그럼. 마케팅 프레임워크 기억나? 우리 이제 거기에 있는 이야기들을 한 번씩은 다 끝냈어.”

“어… 스왓 하고 4C 하고 4P를 이제 유통까지 얘기했으니까… 다 끝난 거구나!”

“그래. 이제 교과서랑은 안녕이지. 실전이라고. 네가 어떤 생각으로 마케팅 전략을 세울지는 완전히 네 손에 달린 거지. 하하하!”

“어후… 갑자기 부담되게 무슨 소리를… 그래도 누나 덕택에 진짜 많이 배웠네. 뭐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는 확실하게 감이 와. 오늘 얘기한 4P도 그렇고. 이제 집에 가서 고민해 보고 또 어떻게 실제로 일을 벌일지 부딪혀 봐야지.”

“그래. 제일 힘들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그래도 전략을 잘 세우고 나면 일하면서 피곤해도 상쾌할 거야.”

“어, 나 그거 요새 자주 느껴. 바빠도 생각대로 착착 진행되니까 피곤해도 기분 좋은 느낌. 또 혹시 생각대로 안 되면 어떤 걸 조절해서 어떻게 끼워 넣을까 하는 그런 느낌.”

“이제 팀장 후보 정도는 되시는 것 같은데? 어디 얼마나 잘 실행까지 가져오는지 두고 보겠어. 기대 만만인걸?”

“하하하, 기대하시라, 개봉 박두?”

“그렇지. 그런 느낌이야.”


농담을 주고받으며 잠깐 대화가 더 오가고, 김필립이 이것저것 정리를 하면서 몇 가지를 물어보고 난 후 장아라와 김필립은 바를 나섰다. 벌써 자정이 다 되어가는 한여름 밤이었다. 문을 열고 나오자 더운 공기가 훅 밀려왔다.


“와, 이제 완전 여름이네. 누나 어떻게 갈 거야?”

“난 택시 타고 가면 금방이야. 조심해서 들어가고.”

“누나야말로 조심해서 들어가셔. 정리 다 하고 혹시 잘 모르는 거 생기면 또 물어볼게.”

“그래, 이제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일 테니까 필요할 때마다 문자로 쏴.”

“응. 누나, 진짜 고마워.”

“쓸데없는 소리 한다. 성공해서 고기 쏴라. 어, 택시 왔다. 나 간다!”

“어, 잘 가 누나! 연락할게!”


장아라가 택시를 타고 돌아가고, 김필립은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자, 이제 알아야 될 것은 모두 알았어. 반쯤은 자신감, 그리고 반쯤은 불안감이 같이 공존하는 느낌을 받으며 김필립은 집으로 걷기 시작했다.




유통, 유통전략

바로 전 장에서 이야기한 광고와 프로모션이 마케팅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마케팅의 아이돌과 같은 존재라고 할 때, 유통은 거꾸로 그 중요성에 비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어떻게 보면 마케팅에서 가장 대접받지 못하는 마당쇠와 같은 분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유통이 마케팅 전략에서 반드시 생각해야 할 분야라는 이야기조차 매우 생소한 경우가 대부분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비즈니스에 있어서 브랜드나 광고 등 눈에 띄는 화려한 부분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바로 이 유통입니다. 아무리 유명하고 갖고 싶은 상품이어도 고객이 살 수 있는 곳에 있지 않다면 아무 의미가 없지요. 고객의 활동 범위 안에 나의 상품을 존재하게 하는 원초적이면서도 가장 기초적인 활동이 바로 이 유통이라는 것입니다.

일명 FMCG(Fast Moving Consumer Goods)라고 불리는, 마케팅의 정수를 선보이는 소비재 산업을 영위하는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보통 ‘브랜드팀’이라 불리는 마케팅팀과는 별도로 ‘판매전략팀’이라는 유통 채널 전략에 특성화된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통 채널의 특성에 맞는 판매 전략과 더불어, 다양한 유통 채널에서 자사 상품 유통을 가능하게 만드는 영업활동은 물론이고, 장아라가 얘기했던 것처럼 기업과 기업의 거래에서 필수적인 윈윈(Win-win) 전략 제안을 고민하기 위해 특화된 조직이라고 할 수 있지요. 세제나 비누 같은 각종 소비재, 음료, 옷, 신발 등을 아우르는 FMCG업계의 경우, 소비자가 너무도 쉽게 대안품을 찾아내고 거리낌 없이 경쟁상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분들도 치약을 사러 매장에 갔는데 늘 쓰던 것이 없어서 그냥 다른 치약을 산 경험이 있으실 것입니다. 이러한 소비자의 행동방식 때문에 FMCG업계에서는 필요한 곳에 소비자가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형태로 상품을 유통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대규모의 상품 유통이 가능한 유통 채널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겠지요. 물론 지금 막 비즈니스를 일으키는 창업자 분들의 경우, 유통 채널에 대한 고민이나 전략이 당장 중요하지 않거나, 혹은 중요성을 알고 있어도 자본이나 네트워크 등의 다른 제약 사항으로 인하여 유효한 전략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혹은 사업의 특성상 유통 채널이 고정되어 있는 경우도 많이 있지요. 하지만, 어떤 사업이든 상품 혹은 서비스를 어떠한 형태로라도 소비자에게 최종적으로 전달시켜야 하는 것은 불변의 사실입니다. 그것을 직접 이행할 것인지 타사와 협업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바로 유통 전략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방식으로 여러분의 상품 혹은 서비스를 고객에게 전달하시겠습니까. 다른 많은 선택지를 제외하고 특히 그 방식을 택한 전략적인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리의 사업 규모가 크건 작건, 우리는 언제나 고객이 원하는 최적의 유통방식을 선택할 수 있으며, 다른 큰 회사들을 활용하여 우리의 가치 창출에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마당쇠는 언제나 마당에서 여러분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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