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하는 일을 아주 잘하라. 고객들이 또 보고 싶게 만들고 친구들을 데려 오게 만들라. (월트 디즈니)
“그래서, 처음에도 간단하게 설명을 하긴 했지만 이제 결정해야 할 것도 많고 시작 버튼 눌러야 할 것도 많아서, 우리의 전략을 다시 한 번 자세히 얘기하려고 해요.”
“네, 그러고 보니 맨날 알아보러 다니느라 바빠서 첫날에 잠깐 말씀해 주신 것 빼고는 이런 얘기를 제대로 한 적도 없네요.”
“그러게요. 제가 이런 거 잘 챙겼어야 했는데. 미안해요, 수미 씨.”
장아라와 마지막 미팅을 마치고 일주일 가까이 지난 어느 오후, 김필립은 같이 일하고 있는 요가복 디자이너 정수미를 학교 근처의 커피샵에서 만났다. 정수미는 알고 지내던 동생 세희가 소개해준 의상 디자인학과 학생으로, 벌써 두 달 가까이 같이 일하고 있는데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한 일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처음 소개 받은 날, 비즈니스 컨셉을 설명하자 금세 알아들은 정수미는 흥미를 갖고 바로 합류를 결정했다. 그 후, 한두 번 공장을 소개받을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전화나 메시지로만 이야기를 나눠왔던 것이다. 하지만 처음에도 그랬듯 정수미는 김필립의 말을 대부분 쉽게 이해했고,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콕 집어내 질문을 하곤 했다. 덕택에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할 필요 없이 지금까지 계획대로 준비가 잘 진행되었다.
“일단 우리의 가치 제안, 즉 핵심적인 전략은 ‘초보자에게 맞는 디자인의 요가복’으로 계속 가져갈 거예요. 그리고 처음 시도가 시장에서 잘 통하면 이 전략을 업그레이드해서 ‘나의 숙련도에 맞는 적절한 요가복’이라는 전략으로, 기능성을 강조한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려고 해요.”
“네. 아무래도 초보자용 요가복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테니까요. 대표님이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으실 것 같았어요. 그럼 기능성 소재라든지 동작에 맞는 핏을 어떻게 디자인할지 고민해 봐야겠네요.”
“네, 그 부분이 아주 중요할 것 같아요. 우리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믿어야 할 이유’를 받쳐줄 중요한 전략적 강점이 되겠죠.”
“커뮤니케이션 전략 이야기는 처음 하시는 것 같은데요…?”
“아, 참, 이런. 아무것도 말씀 안 드리고 제 생각만 얘기했네요. 이게 제가 생각해 본 우리 회사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이에요.”
김필립은 장아라와 마지막 미팅 후에 정리해 두었던 노트를 꺼내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찾아서 펼쳤다.
“검은색으로 써둔 것이 초기 전략이자, 우리가 런칭할 때 실제로 사용할 커뮤니케이션 구성이에요. 그리고 그게 성공하면 그다음 흐리게 써둔 방향으로 진화시켜 나갈 생각입니다.”
김필립이 적어온 노트를 찬찬히 살펴본 정수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내용은 없네요. 요가 동작을 좀 공부할 필요는 있어 보이지만, 못할 정도로 어려운 것은 없어요. 좋은 커뮤니케이션이 될 것 같은데요?”
“네, 광고 카피 같은 것은 에이전시와 얘기를 해 봐야 할 것 같지만, 일단 어느 정도 밑그림은 그려진 것 같아요.”
“그럼 그쪽은 안심이네요. 상품만 커뮤니케이션대로 나와 주면 좋겠는데… 원가는 어떻게 보고 계세요?”
“아, 안 그래도 그 얘기도 하려고 했어요. 일단 제가 원가를 조사하고 분석을 해 오긴 했는데…”
김필립은 다시 노트의 페이지를 몇 장 넘겨 원가를 분석한 표를 정수미에게 보여줬다.
한동안 표를 들여다보던 정수미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제가 자세한 것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요가복 원가를 포장 포함해서 10,600원 생각하고 계신다는 거죠? 그리고 판매가는 25,000원이고요.”
“네, 잘 보셨네요. 어떤 것 같아요?”
“원가가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빠듯할 정도는 아니에요. 처음 만들 초보자용 옷은 어려운 옷도 아니니 괜찮을 것 같네요.”
“다행이네요. 간단히 설명을 드리면, 말씀하신 대로 25,000원에 판매해 788장을 팔면 우리는 손익분기점을 넘기게 돼요. 이건 수미 씨하고 제 인건비를 250만 원으로 생각했을 때 얘기입니다. 한 달 동안 팔아야 하는 계획이고요, 수익도 남겨야 하니 1,000장을 판매목표로 생각하고 있어요. ”
“지난번에 문자로 얘기하면서 상하의 각 5종씩 총 10종으로 가자고 하셨잖아요? 그러면 각 종류당 100장씩 팔아야 하네요. 될 것 같기도 하고 안 될 것 같기도 한 숫자네요.”
“역시 그런가요? 저도 한 달이라는 시간이 마음에 좀 걸리긴 해요. 물론 한 달동안 다 팔지 못해도 폐기 안 하고 판매를 계속한다든지, 그러면 상품 사진은 필요 없다든지 등등 비용 변동도 있을테니 엄청난 적자가 나진 않을 듯한데…”
“아니에요. 나중에 기능성 제품을 만들려면 샘플 옷도 몇 번 만들어 봐야 하고 소재도 이것저것 시험해 봐야 되니, 그 아끼는 비용이나 수익은 거기에 쓰일 가능성이 높아요. 샘플 옷 제작에는 상당히 비용이 들거든요. 결국 어찌 됐든 이 정도는 판매해야 할 듯해요.”
“아… 샘플 옷이 비싸군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더 팔 수 있을지를 생각해 봐야겠네요. 광고비를 조금 더 들여서 한 달 1,000장 판매에 손익분기점을 맞추더라도 판매를 1,000장까지 늘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볼게요. 에이전시하고 얘기해 보면 재밌는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겠지요.”
“네, 그러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역시 1,000장을 팔려면 조거핏만으로 상품 라인업을 꾸리는 것은 위험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지금 시장의 메이저는 레깅스 쪽이니까요. 베이스 라인업을 갖추는 형태로, 레깅스여도 초보자에 맞는 디자인을 좀 더 생각해 볼게요.”
“부탁드릴게요. 일단 우리의 전략인 ‘초보자용 요가복’이라는 큰 틀을 무너뜨리지만 않으면 상품 포트폴리오는 수미 씨가 맡아서 꾸며주시면 좋겠어요. 혹시 큰 틀을 바꿔야 한다면 미리 얘기해 주시면 좋겠어요. 광고같은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바꿔야 하니까요.”
“아니요, 처음에는 말씀하신 대로 초보자용 요가복에 집중해 볼게요. 어느 정도 만들어 둔 것도 있고, 대표님도 생각해 두신 게 있으실 텐데 지금 큰 줄기를 바꾸면 너무 늦어질 것 같아요.”
“역시 수미 씨는 이해가 빠르세요. 하하.”
“뭘요, 당연한 얘기죠.”
김필립과 정수미는 함께 웃으며 앞에 있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처음에도, 그리고 그 후에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끼긴 했지만, 역시 만나서 제대로 된 전략회의를 하자 서로 호흡이 잘 맞는다는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좋은 비즈니스 팀이 될 것 같아. 확신과 함께 왠지 모를 미소가 김필립의 얼굴에 떠올랐다.
“뭘 그렇게 혼자 싱글싱글 웃고 계세요?”
“아니요, 하하. 자, 계속해 볼까요? 어디까지 얘기했죠?”
“원가랑 판매 목표하고 상품 라인업이요.”
“아, 네. 그렇죠. 그럼 초보자 요가복에 집중하는 라인업을 갖고 있을 때, 우리의 포지셔닝에 대한 얘기는 처음에 잠깐 드렸죠?”
김필립은 그렇게 얘기하며 포지셔닝 맵을 그려둔 페이지를 넘겼다.
“네, 기억나요. 우리가 패션성, 기능성 등으로 나뉜 시장에 ‘초보자용’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서 경쟁자들을 밀어내고 초보자 시장에 안착하는 거였죠?”
“네, 맞아요. 처음에는 그 전략 그대로 가게 되겠지만, 우리가 본격적으로 숙련도에 맞는 기능성 요가복이라는 포지셔닝을 하게 되면 새로운 포지셔닝이 필요하겠죠.”
“그렇겠네요. 그러면 처음의 패션성과 기능성, 그리고 프리미엄이냐 대중적이냐라는 왼쪽 포지셔닝 맵으로 돌아오는 건가요?”
“그렇게 되겠죠. 우리가 ‘숙련도에 맞는 요가복’이라는 것을 강조해도 결국 고객들에게는 ‘기능성이 뛰어나다’라고 받아들여질 테니까요.”
“그렇다면 이 왼쪽 맵으로 돌아가서… 젝키스와 정면으로 경쟁하게 되는 것인가요?”
“그게요, 지금 되게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고 있거든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김필립은 노트를 한 장 넘겼다.
“요즘 젝키스가 생활 패션 운동복들을 대거 내놨어요. 처음 기능성 위주로 요가복과 레깅스를 소개하던 것과는 많이 달라졌죠. 아무래도 ‘애슬레저’가 대세이다 보니 적극적으로 패션성을 강조해 그 방향으로 브랜드를 움직여 가는 듯해요. 그 얘기는 바로…”
“원래 젝키스가 있던 자리가 텅 비어 버린다는 뜻이 되겠네요?”
“바로 그렇죠! 게다가 우리가 확실하게 기능성을 강조하는 요가 브랜드임을 강조하면 할수록, 젝키스를 완벽하게 패션 브랜드로 밀어버릴 수 있게 되겠죠. 그러면 우리는 아무도 없는 기능성 요가복 시장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럴싸한 얘기인데요? 그런데 젝키스가 그런 좋은 자리를 두고 패션 쪽으로 이동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맞아요. 지난번에 보여드렸던 고객 세그먼트 기억나세요?”
“아, 그렇네요. 아무래도 디자인을 중시하는 고객층이 훨씬 컸던 기억이 있네요.”
“정확하게 기억하시네요. 우리가 추측한 바로 기능성을 중시하는 고객은 전체 시장에 10~15% 정도밖에 되지 않을 거예요. 패셔니스타 세그먼트는 그에 비해 최소 30% 많게는 50%까지도 될 만큼 많은 고객들이 있는 시장이죠. 현재 매출 1위인 젝키스가 그 세그먼트에 더욱 집중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일 거예요.”
“역시 이유가 있군요… 하긴 저희는 아직 작으니까, 작은 곳을 착실히 노리는 것도 좋은 전략일 것 같긴 해요.”
“아니에요, 수미 씨. 잘해봐야 시장 전체에 10%만 잡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시작할 수는 없죠.”
“네? 그럼 궁극적으로는 저희도 패션 쪽으로 움직이는 건가요…?”
“아니요, 여기에서 아라 누나가 한 명언이 큰 도움이 됐지요.”
“아라 언니요?”
“Think big, start small, move fast. 아라 누나가 크게 생각하라고 했죠. 우리가 기능성 요가복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정립하게 되면, 바로 해외 시장을 노릴 겁니다. 시장이 작으면 큰 곳으로 가면 되는 거죠.”
“오! 맞네요. 그런 방법이 있네요. 그런데… 그래도 해외 시장인데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요? 문화 차이라는 것도 있고…”
“그럴지도 모르죠. 그런데 맨 처음에 우리의 가치제안이 바뀔 것이라고 얘기했잖아요? 그 얘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고객이라는 것도 바뀐다고 할 수 있어요. 우리가 기능성 요가복을 팔게 되면 그때부터는 요가를 정말 좋아하고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요가 팬들을 상대로 사업을 시작하게 돼요. 4C의 고객이 ‘요가를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에서 ‘요가를 진심으로 대하는 요가 팬’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죠. 우리는 사업을 점점 진행하면서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고객들을 더욱 잘 알게 될 거예요. 그렇다면 제 생각엔 ‘패션센스가 뛰어난 요가 혹은 홈트레이닝을 하는 고객’을 새로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고객들의 성향과 그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다른 국가에 있는 비슷한 고객들을 찾는 것이 스케일로도 효율성으로도 훨씬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어요. 정말 그럴 것 같네요. 게다가 대표님은 영어도 잘하시고 외국에서 살아본 경험도 있으시니…”
“하하하… 꼭 그게 도움이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해 볼 수 있는 것은 일단 다 해 봐야겠죠. 그것보다, 우리가 해외로 진출할 때쯤에는 우리의 브랜드 이미지가 적어도 한국에서는 확고하게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겠네요. 그래야지 해외에서도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곤란을 겪거나 하는 일이 없겠죠. 다른 것들로도 힘들 텐데. 그런데, 그러면…”
“네, 우리가 취급하는 상품 라인업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어야겠지요.”
“노력이 많이 필요하겠네요. 어우, 대표님 압박이 장난 아니시네요.”
“아, 꼭 그런 의미는 아니에요.”
“하하. 아니요, 오히려 저는 요새 좋은 자극을 받게 돼서 너무 신나요. 이제 진짜 소비자한테 제 상품을 파는 거잖아요. 대표님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훌륭한 디자인을 뽑아내겠습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해 주시면 너무 감사해요.”
“아니, 감사하실 것도 없어요. 대표님 사업이기도 하지만, 제 사업이기도 한걸요?”
“아, 맞는 말씀이십니다. 저도 창피하지 않게 열심히 해야겠네요.”
김필립과 정수미는 다시 웃으며 커피를 한 모금씩 마셨다. 이야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더욱 재미있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말이죠,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서 기능성 중시의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만들기 시작하게 되면, 반드시 우리 리테일 샵을 하나 만드려고 해요.”
“리테일 샵이라면, 저희 브랜드명을 달고 있는 점포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맞아요. 우리가 기능성을 강조하는 정통 요가복 브랜드로 자리 잡으려면, 그 브랜드 이미지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우리의 요새가 필요할 것 같아서요. 아라 누나하고 얘기할 때도 한 말이지만, 우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 전에 반드시 리테일 샵을 만들어 봐야 할 것 같아요.”
“정말요? 진짜 저희 브랜드 이름을 단 샵을 만드는 거예요?”
“하하, 갑자기 왜 그렇게 흥분하세요? 다 잘 되고 나서에요, 하하. 물론 그렇게 만들거지만요. 어쨌든 리테일 샵은 우리의 유통 전략 중에 가장 우선순위입니다. 우리가 어떤 브랜드인지 우리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또 고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까요. 그걸 확실하게 해 놓아야 해외 진출이 쉬워질 것 같아요.”
“어후… 가슴이 두근두근 하네요. 디자이너는 자기 샵을 갖는 게 평생의 꿈이거든요. 아, 물론 제 샵은 아니지만…”
“하하, 아니요. 자기 샵이라고 생각하시면 그게 더 기쁘네요. 아라 누나가 얘기하길, 리테일 샵은 브랜드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갖기 위해서 아주 좋은 전략이라고도 했거든요. 저도 사실 우리가 기능성 요가복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전개하려고 한다면, 그 브랜드 이미지를 구체화시키는 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결과물이 저희 브랜드 샵이라는 거네요?”
“그렇죠.”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어요. 그전까지는 적어도 상품 포트폴리오 라든지, 중요한 기능적인 부분들을 정립시켜 놓을 필요가 있겠네요. 라인업도 잘 꾸며야 될 것 같고요. 정말 너무 재미있어질 것 같은데요?”
“수미 씨가 이렇게까지 좋아할 줄은 몰랐네요. 그냥 계획이었는데, 이제 완전히 약속이 되어 버린 것 같은데요?”
“대표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약속이 아닌 게 없는 것 같은데요? 안 되면 되게 해야죠.”
“아… 네. 안 되면 되게 해야죠. 하하하.”
학교 앞 커피샵의 웅성웅성하는 소리를 뚫고 신나는 웃음소리가 퍼졌다. 아직 실현된 것은 없었지만,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분명해진 느낌에 김필립과 정수미는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그동안 흐릿했던 목적지까지의 여정이 선명해지자 속이 시원한 기분이었다. 이제 계획한 대로 달리기만 하면 돼. 김필립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마케팅 전략
Episode 3에서 처음 마케팅 프레임워크들이 소개되고 난 후, 우리는 김필립이 이 글이 끝날 무렵에는 현업 마케터들처럼 마케팅 프레임워크의 도움 없이 마케팅 전략을 짤 수 있을지 궁금해했습니다. 그리고 김필립은 훌륭하게 오늘 정수미와의 대화에서 마케팅 프레임워크를 꺼내 들지 않고도 마케팅 전략에 대한 설명을 깔끔하게 끝냈습니다.
본문을 읽으며 느끼셨을지도 모르지만, 김필립은 자사(협력사), 고객, 경쟁사에 대한 4C 전략을 모두 한 번씩 이야기하였고, 상품, 가격, 판촉, 유통에 대한 4P의 이야기도 막힘없이 술술 풀어냈지요. 하지만 ‘김필립이 마케팅 프레임워크를 쓰고 있구나’라고 느끼지는 못하셨을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마케팅 프레임워크를 쓰지 않더라도 이미 훌륭한 전략이 완성되어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것이 일반적인 마케터들이나 전략을 구상하는 사람들이 현업에서 생각하는 방식입니다. 프레임워크를 그려두고 ‘여기에 뭘 넣어야 하나’ 같은 방식이 아닌, ‘이런 문제가 있는데 이것은 사업의 어떤 부분에 해당하는 문제이며, 다른 어떤 부분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가’를 종합적이고 유기적으로 생각하는 것이지요.
장아라가 첫날 김필립에게 설명하였듯, 마케팅 프레임워크는 마케팅 전략을 생각할 수 있게 도와주는 ‘생각하는 틀’입니다. 여러분이 전략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에 익숙해진다면, 생각하는 틀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겠지요. 여러분이 지금 갖고 있는 사업적인 문제, 혹은 비즈니스 기회는 어떤 것 입니까? 어떤 부분을 움직여 그 이슈를 해결하시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다른 비즈니스 부분에는 어떠한 영향이 있습니까? 이러한 많은 질문들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며, 혹시 빠진 부분이 없는지 혹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은 없는지 돌아볼 때 마케팅 프레임워크를 떠올리신다면 조금은 더 편안하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