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 적응 중입니다.
해외를 다니다 보면, 유독 우리나라가 담배 피는 것에 대해서 엄격하고 피는 것을 금지하는 구역이 많은 듯 하다.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처럼 '담배 없는 거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어딜 가나 사람들이 커피 마시듯 담배를 피워 댄다. 이 곳 말레이시아도 별반 다르지 않다. 돌담 위에 앉아 담배를 피는 사람을 보았다. 아무렇지 않게 그와 등을 맞대고 앉아 있는 사람도 보았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며 담배를 피우는 건 예사다.
어제는 골프장에서 연초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만났다. 그것도 그 골프장의 직원이 그리하고 있었다. 골프장 카트에 앉아 오른손 둘째와 셋째 손가락 사이에 끼운 담배에 시선이 고정됐다. 지금 내 눈이 보고 있는 게 현실이겠지? 담배를 뻐끔대던 직원은 가족사진을 찍어달라는 남편의 부탁에 담배를 땅에 버리며 질끈 밟고서는 웃으며 사진을 찍어 주었다.
한국은 특히 골프장에서 예의와 질서를 중시한다. 그것이 법처럼 모든 사람이 지켜야 하는 것으로 암묵적인 동의가 되어 있다. 4명으로 팀을 맞추어 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뒷 사람들이 기다리지 않도록 빨리 빨리 쳐야 한다. 캐디들은 빠른 회전을 위해 서둘러 치기를 거듭 권한다. 공이 내가 치는 홀 밖으로 나갔다면 그 공은 버린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당연지사이다.
말레이시아는 전혀 딴 판이다. 2명이서 쳐도 되고, 3명이서 쳐도 되고, 4명이서 쳐도 된다. 카트도 2명 전용이다. 뒷 사람이 기다리는 것에 개의치 않고 느긋하고 여유롭게 친다. 페어 웨이에 대해 캐디와 이야기 나누고 바람의 방향을 측정한 후 공을 치는 모습이었다. 마치 프로선수들이 그러는 것처럼. 우리 앞 팀도 그러했고 우리 뒷 팀도 전혀 불편한 기색 없이 기다렸다. 우리가 사진을 찍든 말든, 그린 위에서 아이들이 퍼팅을 하든 말든 말없이 기다렸다. 심지어 웃으며 어디에서 왔냐고도 물어보더라.
열심히 소풍 나온 듯 사진 찍고 놀며 치며 하고 있을 때, 또 한번 어딘가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다른 홀에서 날아온 공이 우리가 치고 있는 길 위에 떨어졌다. 그 사람들은 공이 떨어진 근처까지 카트를 몰고 오더니 유유히 그 공을 쳤다. 볼링으로 치자면 다른 레인에서 자신의 공을 가지고 핀을 쓰러트리려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혀 말리는 사람도 없고, 놀라는 사람도 없고, 다들 그런가 보다 한다.
통상적으로 엄격한 매너가 중시되는 골프장에서까지 말레이시아의 관용과 여유의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하물며 다른 곳에서는 어떻겠는가. 말레이시아 스타벅스에서는 주문 받고 메뉴 준비하고 다시 주문을 받는 시스템이다. 마트에서 과일에 가격표를 붙여오지 않으면 다시 가격표를 붙여오라 한다. 다음 사람은 내가 가격표를 붙여 올 때까지 꼼짝없이 기다리고 있다. 푸드코트에서 직원에게 메뉴를 주문할 때 5분간 생각하고 이야기해도 아무렇지 않다.
이러한 관용과 여유의 문화는 다민족 국가라는 점에서 그 뿌리를 찾을 법 하다. 말레이시아에는 실제로 인구구성이 다양하다. 말레이계 58%, 중국계 22%, 인도계 7% 가 대표적인 말레이시아 인구 구성원이다. 서로 다른 배경과 출신의 사람들이 한 곳에서 모여 사는 곳은 서로의 이해가 필수적일 것이다.
다른 문화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말레이시아에서 배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