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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두 Jul 28. 2024

친절한 국어교과서

 초등학교 국어교과서는 성취기준을 충실히 준하여 만든 교과서이기 때문에 좋은 책이고, 초등 국어교육에 가장 기본이 되는 책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마음먹고 국어 교과서를 면밀히 살펴보고, 이 교과서를 수업에 충실히 사용했다. 그러면서 느끼게 된 국어 교과서의 효용성과 수업에 활용한 후 나타나게 된 학생들의 성장 지점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초등학교, 특히 3학년 국어 교과서의 특징은 방법을 가르치는 내용요소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국어 교과서를 학생들의 글쓰기와 국어 사전을 활용하면서 글을 하나의 주제로 모으는 응집력과 어휘력이 향상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1학기 교과서에서는 2학년 때 배운 문단의 개념에서 조금 더 확장해서 중심문장, 뒷받침 문장에 대해 배운다. 이 개념은 아이들이 글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학생들에게 글쓰기 숙제를 내줄 때 어떤 주제에 대한 글쓰기를 해오라고 하면 아이들이 부담스러워하고,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해 한다. 그럴 때 기준을 제시해주면 비교적 창작의 고뇌를 덜하면서 글을 쓸 수 있다. 기준, 다시 말해 조건에 맞게 글을 몇 문단으로 구성하여, 각각의 문단에는 중심문장과 뒷받침 문장이 들어가게 글을 쓰면 되기 때문이다. 글이 문단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문단에 중심문장과 뒷받침문장이 있다는 개념을 3학년때 배운다는 것은 3학년에 들어서야 비로소 글다운 글을 쓸 수 있는 인지적 발달상태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3~4학년의 국어 성취기준 중 쓰기 영역에서 처음 '글'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학년군별 초등 국어 쓰기 영역 성취기준 

[4국03-01] 중심 문장과 뒷받침 문장을 갖추어 문단을 쓴다. 

[4국03-03]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이 드러나게 글을 쓴다. 


 성취기준은 말 그대로 학생이 그 학년군에 속하게 되면 마땅히 도달해야 하는 학문적 수준의 상태를 명확하게 고시한 것이다. 국어과 쓰기의 성취기준은 1~2학년때 생각이나 느낌을 문장으로 쓰는 정도에서 3학년때 '문단'과 '글'을 쓰는 것으로 대폭 업그레이드 된다. 3~4학년에서 5~6학년의 간극을 살펴봐도 이렇게 큰 지적 수준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글을 쓴다는 성취기준은 3~4학년이나 5~6학년이나 똑같다. 얼마나 완성도 있게 쓰냐가 학년의 차이를 결정할 뿐이다. 이렇게 1~2학년의 성취 기준에서 글쓰기의 개념이 확장되고 수준이 한단계 올라가는 경우는 3학년 아이들에게 인류가 진화하는 것 만큼 세상 진지하고, 크고, 무겁게 다가올 것이다. 2학년때 선생님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문장으로 표현하라 하니 꾸역꾸역 감정과 생각을 쥐어짜냈을 아이들에게 3학년이 되니 갑자기 문단과 글을 쓰라니, 이것은 그들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일 것이다. 


  다행인건 친절한 국어교과서는 아이들이 혼자 글을 쓰도록 방치하고 있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문단의 중심주제, 문단을 구성하는 중심문장과 뒷받침 문장이라는 요소를 배우고, 문단이 여러개 모여 글을 이루게 된다는 개념을 교과서의 많은 글들로 알려준다. 국어교과서는 교사가 자연스럽게 문단의 개념을 활용하여 한 편의 글을 완성할 수 있도록 지도할 발판이 되어 주는 것이다.  


  국어교과서에서 주목할 만한 또다른 점은 국어사전에서 단어를 찾는 방법을 제시한다. 3학년 때에 국어사전을 사는 것을 나는 추천한다. 그리고 내년에 개정교과서의 정확한 방향이 나오지 않아 국어사전에서 단어를 찾는 내용이 나올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쌍둥이들에게 기꺼이 사전 두 권을 사줄 용의가 있다. 우리반 아이가 엄마에게서 "쓸데없이 사전을 왜 사달라 하냐"라는 얘기를 들었다는데, 개인적인 국어사전이 있고 없고는 학교 현장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국어사전이 쓸모가 있다는 점을 알려주기 위해 사회시간에도 국어사전을 활용했다. 앞선 글에서 얘기했듯, 사회 시간에는 그야말로 한자 어휘의 잔치이다. 막연하고 모호하게 느껴지는 한자어들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는 경험을 하게하는 것은 집에서 하기 힘든 소중한 경험이다.  


  기본에 충실하자, 많고 많은 기본 중 교과서를 논한다면 방학 때 큰맘먹고 복습할 가치가 있는 표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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