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얼굴> - 유동성 (1)
'돈의 얼굴'이 정말 궁금했다.
지난 연재에도 이야기했지만, 아이들을 육아하는 현실은 늘 돈이 문제가 되고.
부모의 현실은 늘 쫓기는 "돈"이다.
부모의 리얼한 현실, 바로 쫓기 듯 경제 공부에 매달리고 있는 아줌마,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한 나에게 <돈의 얼굴>이라는 책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특히 너무 좋아하는 ‘염혜란배우님’. 늘 미친 연기력은 감탄을 금치 못한다.
이번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연기도 너무 신선하고 좋았다.
배우님의 얼굴이 책 표지에 ‘딱’ 있어서 교보문고에 갈 때마다 늘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돈이라는 건 자꾸 인간의 심리를 헷갈리게 만드는 것 같다.
돈 때문에 내 생각과 다른 선택들을 하게 된다.
돈 때문에, 돈이 없어서, 돈을 위해서, 그놈의 돈, 원수 같은 돈. 이런 수식어들이 인간들의 선택 앞에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그런 돈의 본질이 뭔지. 그 얼굴이 궁금했다.
"열심히 일해도 늘 부족한 이유, 그 시작은 돈의 구조에 있다. - 돈을 모르명 손해 보는 시대, 지금 알아야 할 최소한의 경제 상식" - <돈의 얼굴> 뒤표지
<돈의 얼굴>의 내용을 연재해 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경제지식이 많은 분들은 이 책이 너무 기본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허술하게 쌓은 내 경제지식의 ‘기본기 다지기‘에 무엇보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돈(화폐)의 탄생부터 현재 이슈인 암호화폐와 마지막의 투자팁까지 연결해서 설명하고 있는 간략하고 체계적인 정리도 흥미로웠다.
1부 / 돈의 탄생, 그리고 흐름
“그렇다. 우리는 돈을 매일 사용하면서도 정작 돈의 진짜 얼굴을 알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돈의 진짜' 얼굴을 마주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내 돈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며, 그 종착점은 어디일까? 당신이 벌기 위해 그렇게나 많은 시간과 애를 쓰는 '돈의 정체에 대해 당신은 얼마나 알고 있는가?” -p23
‘레바논 사태’가 1부에 다루는 핵심 내용이다.
어떤 이유로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는지를 알아가며 돈의 얼굴을 하나씩 파헤쳐보자.
‘레바논 사태’는 결과적으로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붕괴되며 국민들이 은행으로 몰려가 예금을 찾으려 했다. 이게 바로 ‘뱅크런 사태’의 예이다.
"흔히 '뱅크런'이라고 불리는 예금인출사태는 쉽게 말해 은행이 파산해 자신의 돈을 모두 잃을 것을 우려한 예금자들이 대규모로 돈을 인출하는 현상을 말한다.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예금인출사태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세계 대공황' 시기이다. 1920년대 후반, 과잉투자로 인해 미국 경제 가 무너지자 미국은 유럽에 대한 투자를 중단했고, 유럽의 은행들도 자금 부족으로 인해 파산 위기에 처하면서 줄줄이 예금인출사태를 겪었다." -p28
은행들이 달러 지급을 중단하거나 인출을 제한하자.
예금주는 “내 돈을 찾을 수 없다”는 공포에 휩싸였다.
일부 시민은 은행을 무장 강도처럼 습격해 자기 돈을 찾는 극단적 사례까지 발생했다.
이후 2020년~2023년까지 이어진 사태로 레바논 통화는 폭락했다.
한때 1달러 = 1500 LBP였던 환율이 1달러 = 150,000 LBP 이상까지 치솟았다. (가치가 100분의 1로 붕괴된 셈이다.)
리라의 가치가 하락하는 과정은 2006년 이후로 계속되었다.
달러의 가치에 비교해 리라의 가치의 하락은 레바논의 화폐인 ‘리라의 유동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유동성
사미르 하무드 의장은 은행의 유동성이 부족해서 예금인출사태가 일어났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유동성’이란 무엇일까?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 재무학과 교수 대럴 더피는 유동성에 대해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유동성은 돈을 매우 쉽고 빠르며 안전하게 상품과 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p34
“쉽게 말해 유동성은 '내 돈을 언제든 인출할 수 있는 안전함의 정도라 고 할 수 있다. 즉, 유동성이 높다는 것은 내가 원하면 내 돈을 언제든 쉽 게 인출할 수 있다는 것이고, 반대로 유동성이 낮다는 것은 내가 인출하 고 싶어도 마음대로 인출할 수 없다는 얘기다.” -p34
레바논의 사건을 통해 본 뱅크런 사태 역시 이러한 ‘유동성에 문제’가 생겨서 벌어진 일이다.
유동성이란 돈의 흐름이다.
잘 흐르지 못하고 막히면 문제가 발생한다.
“일부 예금자들은 은행에 대해 복수심을 품기 시작했고, 믿었던 돈에게 배신당했다는 감정은 끝내 폭력적인 행동으로 이어졌다. 결국, 고작 얇은 종잇조각에 불과한 돈에 인생이 걸린 것이다.” -p37
이 책에서도 의문을 품고 있지만, 왜 이렇게까지 돈이라는 존재가 인간의 감정을 ‘폭군’에 가깝게 변화시키는 것일까?
“결국 돈이란, 실체보다 사람들의 신뢰와 약속에 의해 작동하는 상징적 존재다. 그 신뢰가 무너졌을 때, 단순한 종이 한 장이 누군가의 삶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두렵게 만든다. 우리는 어쩌다가 이 한낱 종잇조각에 인생을 걸게 되었을까? 이 종잇조각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으며, 이전에는 어떤 형태였을까?” -p38
유동성과 “화폐의 탄생”
물물교환시대에는 유동성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리고 유동성이라는 것이 지금처럼 경제의 흐름에 있어서 그렇게 중요한 개념으로 인식되지 않았다.
물물교환의 시대에 최초로 탄생한 종이 화폐는 태환지폐였다.
철전을 사용하던 당시 무게가 무거워서 가벼운 종이를 사용하는 것이 단순한 태환지폐의 시작이었다.
철전을 사용하는 당시는 철전이 워낙 무거워서 도둑이 훔쳐가지도 않았다고 한다.
중국의 교자는 정부나 은행이 금과 은 또는 그 시대에 가치 있는 실물자산과 교환을 보장하는 태환지폐였다.
이후 지구상 가장 거대한 제국을 이룬 쿠빌라이 칸이 진짜 종이돈을 찍어내기 시작했고 화폐라는 최초의 불환지폐였다.
불환지폐(Fiat money)
태한지폐의 반태말로, 금, 은 등의 귀금속이나 다른 실물 자산으로 교환할 수 없는 지폐.
“즉, 화폐는 명목만으로도 충분했고 실물적 가치를 가질 필요가 없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불환지폐를 가리키는 또 다른 용어인 명목화폐의 정의가 탄생했다.” -p51
명목화폐(Nominal money)
본질적인 가치가 없지만, 법정 통화로서의 지위를 차지는 화폐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화폐가 명목화폐이다.
명목화폐의 탄생은 돈의 ‘유동성’을 만들었다.
명목화폐는 돈이 가벼워졌는데 거기에 계속 찍어낼 수 있는 날개까지 달아준 것이다.
지금부터 돈은 명목만 있는 ‘신뢰’로 찍어낸다.
돈이 명목인 신뢰만으로 찍어내며 날개를 다는 과정을 달러에서 더 확실하게 찾아볼 수 있다.
화폐의 탄생을 설명하는 것에 있어서 기축통화인 달러의 변화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달러에 날개를 달아 준 과정.
‘금본위제’
금본위제(Gold standard)
화폐의 가치를 일정량의 금과 연동하여 보장하는 제도로, 이 제도하에서는 각국의 화폐가 일정량의 금으로 교환될 수 있다.
“금의 가치와 달러의 가치가 등가 관계일 때는 사람들이 달러를 사용했지만,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사람들은 당연히 달러를 금으로 바꾸려 했다. 금이 더 가치 있는 지불 수단이 되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너도 나도 달러를 금으로 교환해 가면서 미국의 금 비축량은 바닥을 드러내게 되었고, 결국 세기의 폭탄선언이 나오기에 이른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더 이상 달러를 금으로 바꾸어 주지 않겠다'라고 선언한 것이다. 이것이 '닉슨 대통령의 금태환 중지 선언'이라 불리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p57
1971년 닉슨 대통령의 금태환 중지 선언은 돈이 금으로부터 영원히 자유로워지는 역사적인 순간이 되었다. 벨파스트퀸즈대학 재무학과 교수 존 터너는 그 순간을 이렇게 표현한다.
"브레턴우즈 체제가 끝나면서 세상이 금으로부터 멀어졌고, 우리는 이제 더 이상 금과 연결되지 않는 돈이 있는 세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p58
금태환 중지 선언 이후 책의 설명처럼 돈은 ‘자유’를 찾았고 그 이후로 돈의 양은 점점 늘어났다.
앞에서 태환지폐에서 명목화폐로의 변화에서 보았 듯이. 달러의 변화는 자유라는 날개를 달았다.
기축통화인 달러에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3부에서 다시 다룬다.
날개를 단 ‘돈’이 늘어나는 양은 점점 기하급수적이 되었고 현재의 경제의 흐름은 그렇게 계속 늘어나는 돈의 양을 늘리고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게 가장 큰 문제가 되었다.
이러한 돈의 흐름을 앞에서 말한 “유동성”이라고 볼 수 있다.
화폐가 자유로워지면서 ‘유동성을 조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졌다.
유동성 조율을 실패하면 앞에서 살펴본 레바논 사건처럼 인간을 폭도로 만들 수 있다.
화폐의 탄생은 거래를 안정적이고 편리하게 만들어 준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화폐의 얼굴’이 두려운 존재로 바뀌었다.
이러한 돈의 유동성의 형태가 나타나는 모습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으로 설명하면 이해가 쉽다.
“2019년부터 시작된 팬데믹 시기에 세계 각국은 역사장 유례없는 많은 돈을 시장에 쏟아 냈다. 지폐의 과도한 발행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했는데,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p65
돈의 흐름인 ‘유동성’을 조율하는 것에 있어 핵심인 ‘금리와 인플레이션’에 관하여 다음 연재에서 살펴보겠다.
『돈의 얼굴』 1부가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큰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은 돈을 믿는가?" 이 물음은 단지 지폐나 숫자로 존재하는 화폐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구축해 온 금융 시스템, 국가 제도, 중앙은행의 권위,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공동체에 대한 믿음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물가와 금리 같은 수치뿐 아니라,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 최상엽) -p70
돈의 흐름(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 이 영상에서 본 레바논 사태처럼 인간은 폭도가 된다.
레바논의 사건에서 얻은 교훈처럼, 신뢰 없는 돈은 단지 종잇조각일 뿐이다.
레바논의 위기는 신뢰의 붕괴였다.
정부를 믿지 못했고, 은행을 믿지 못했고, 결국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었다.
신뢰가 사라진 사회에서는 어떤 경제도 작동하지 않는다.
레바논의 이야기는 먼 나라의 뉴스 같지만,
사실은 모든 사회가 품고 있는 두려움이다.
우리가 은행에, 제도에, 혹은 사회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면 그다음은 삶 자체의 붕괴가 찾아올 수 있다.
신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것이 무너질 때 세상은 얼마나 쉽게 부서질 수 있는지를 레바논 사태가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EBS 영상자료를 첨부한다.
https://youtu.be/VleN8IpK2xA?si=CIY15fgy51cbjnrE
https://youtu.be/cp_ooH9Us3Q?si=C5zbKdVdPyoZ8H3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