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얼굴> - 금리 (2)
돈은 시간이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계속해서 돈을 찍어내고, 돈의 규모를 늘리고 있다. 그렇게 돈을 찍어내는 과정을 지난주에 “유동성”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해 봤다.
'유동성'은 돈이 막히지 않고 잘 흐르게 하기 위해 돈의 규모를 키우며 돈의 얼굴을 다양하게 바꾸고 있었다.
'그렇다면 유동성을 어떻게, 어떠한 방법으로 바뀌어 가는 가?'
돈의 얼굴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금리”이다.
다시 말해, 금리의 변화를 알아야 '돈의 얼굴'을 알 수 있다.
“금리 - 은행의 탄생과 구조”
EBS <돈의 얼굴> 영상은 금리를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하고 있다.
영상은 "금리란 시간의 가치이다."라는 염혜란 님의 대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금리를 이해하는 것을 '은행'을 이해하는 것으로 쉽게 설명한다.
빈한 엘리프 일마즈 (이스탄불 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금리는 생산의 요소 중 하나인 자본의 수익입니다. 어떻게 보면 '돈의 임대세'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대출자는 돈이 필요하므로 일정 기간 돈을 빌리는 것에 대해 비용을 지급하는 것을 수용합니다."
덧붙여 돈에 대한 수요가 없었다면 금리가 생겨나지 않았을 거라고 설명하고 있다.
"금리" 돈의 값입니다. (염혜란 님 대사)
은행은 돈을 보관해 주고 다시 그 돈을 빌려주는 역할을 한다. 그 과정에 생기는 이자로 운용한다.
은행은 돈에 ‘이자’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돈의 양을 늘리며 유동성을 조율하고 있다.
“당시 이탈리아는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무역의 중 심지로 번성했고, 다양한 나라의 상인들이 몰려들면서 서로 다른 화폐를 교환하고 금융 서비스를 중개해 줄 '환전상'이 자연스레 등장했다. 이탈리 아 환전상들은 주로 ('방카(Banca, 탁자)에서 업무를 보았는데, 이 단어가 오늘날 '뱅크(Bank)'의 어원이 되었다.” -p83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서 고대문명 이자에 관련된 기록을 살펴본다.
이십 진법을 쓰는 바빌로니아는 20%, 십진법을 쓰는 그리스는 10%, 12진법을 쓰는 로마는 8.33%의 이자가 있었다.
그리고 더 오랜 옛날 돈이 없었던 시기 씨앗이나 동물을 빌려가면 이자를 쳐서 주었다.
시간이 지나 소가 새끼를 치면 이자가 발생한다.
이자의 '자'도 새끼를 의미한다. 그래서 이자는 보통 새끼와 관련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보통 이자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자(금리)는 시간의 가치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자'에 대한 생각, 도덕적 찬반이 생겨나며 '부정적인 개념'으로 변하기도 한다.
튀르키에
튀르키에의 ‘저금리 정책’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종교를 알아야 한다.
대통령이 저금리 정책을 시행할 때 종교의 교리를 내세웠다.
"믿는 자 들아, 이자를 거듭 삼키지 말라. 그리고 하나님을 두려워하라! 그러면 너희가 번성하리라."
하이다르 카야(은퇴한 이슬람 사제)
"우리 종교에 따르면 어떠한 음식이 할랄(허용된 것)이 되기 위해선 그 음식이 땀과 지혜와 노동으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돈으로 돈을 번다는 것은 착취이고 다른 사람의 권리를 앗아가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우리 종교에선 이것을 금지하고 모든 이들이 자신의 노동으로 살아가길 명합니다."
“그렇다면 이자는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과거에는 이자를 금기시하는 문화가 지배적이었다. 대표적으로 이슬람 문화에서는 이자를 대가 없이 벌어들이는 돈이라 보고, 노동의 가치가 폄하된다고 여겨 하람(Ha-ram), 즉 종교적으로 금기된 행위로 규정했다.” -p79
종교의 가르침은 그러하고, 튀리키예 국민들의 실생활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튀리키예의 화폐 '리라'가 안정되지 않아서 사람들은 돈 대신 금을 모으고 있다.
튀리키예의 금 보유량은 512톤이다.
튀리키예는 다른 나라들이 금리를 올리 때 다섯 차례나 금리를 내렸다.
이슬람 메미쉬 (경제 전문가)
"대통령은 금리를 올리면 성장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금리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고 생각했죠."
튀르키예는 대통령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억지로 낮춘 금리는 오히려 물가를 올렸다.
결국 금리를 다시 올릴 수밖에 없었고 여덟 번 금리를 올리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필요에 따라 이자를 활용해 왔다. '돈이 돈을 벌게 하는 구조’에 도덕적 찬반은 존재했지만, 현실의 경제에서는 이자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자를 얼마나 지불해야 공정하다고 볼 수 있을까? 이러한 기준을 수치로 나타낸 것이 바로 ‘금리'이다." -p80
"이자가 없다면 누가 돈을 빌려줄까요? 이자가 없다면 누가 저축을 할까요? 금리는 돈을 필요로 하는 채무자와 돈을 빌려주는 채권자의 합의입니다. 두 사람은 선택에 따른 대가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시간의 가치, 오늘 쓸까요? 내일로 미룰까요?" - 염혜란 님 대사
미래의 시간을 당겨서 쓰면 이자를 지불하고 미래의 가치를 기다리면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돈이 돈을 벌게하는 구조' - 바로 은행을 운용하는 방식이다.
존 테너 - 벨파스트퀸즈대학교 경영대학 재무학과 교수
"예금자에게 돈을 빌려서 더 높은 이자로 사업가들에게 빌려주는 거죠. 이렇게 은행이 돈을 버는 겁니다."
은행이 돈을 버는 구조는 <돈의 얼굴> 4부 에서 더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4부에서 다루겠지만, 우리는 "금리, 이자, 대출 등"을 알아야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흐름에 휘둘리지 않고 제법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다.
일본
일본의 경우 극단적인 ‘거품경제’와 그 후에 온 오랫동안의 ‘저금리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장기간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한 나라도 있다.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약 30년 간 고도성장을 이루며 세계 경제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고도성장의 주는 단점은 그 성장의 끝을 모른다는 것이다.
"당시 일본은 6~10%에 이르는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이 호황을 이루며 엄청난 경제 황금기를 누렸다. 기업들은 앞다투어 자금을 빌려 사업을 확장했고, 개인들은 자산 증식을 위해 공격적인 재테크에 나섰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며 일본 경제는 과열 양상을 보였고, 이는 결국 '거품경제'로 이어졌다.” -p93
20년 동안 금리를 내리며 결국 일본은 2016년부터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다.
와타나베 츠토무 도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1995년 정도부터 디플레이션 현상이 시작되었는데 가장 아쉬운 부분은 처음에는 디플레이션이 그만큼 나쁜 것이라는 걸 일본 은행도 정부도 깨닫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10년 넘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 버린 것입니다."
저성장시대에 태어나 자란 26세 청년 이주인 히로키 씨는 취업이 어려워 대학원 진학을 하게 된다.
이토 모토시게 도쿄대학교 명예교수
"그러니까 체온이 아주 낮은 건 바람직한 상황이 아닌 겁니다. 금리가 낮은 게 나쁜 게 아니라 경제가 나빠서 금리가 낮은 거죠."
2023년까지 물가가 동결되었다.
체온이 낮은 건 좋지 않다. 돈도 그렇다.
돈에 시간의 가치가 없어졌다는 의미이다.
2023년 일본은 멈춰있던 물가가 갑자기 오르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금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리와 물가의 상관관계”
금리는 계속 낮아지고 오랫동안 마이너스였기 때문에 금리 같은 건 모르고 살았던 일본인들에게 금리가 움직이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했다.
이렇게 갑자기 오른 물가는 준코 씨의 노후를 앗아가 버렸다.
임금이 오르지 않는 데 물가가 폭등하면서 특히 연금 생활자들이 어려워졌다.
“명목금리와 실질금리”
우리가 두려워하는 물가. 물가는 사람들의 삶과 직결되기 때문에 두렵다.
물가는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아 복잡하게 움직인다.
특히 금리의 영향을 받는 물가.
금리와 물가의 상관관계를 알아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금리가 물가와 연결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영상은 그런 의문을 제기한다.
“물가상승률이 2%라면 실질금리는 1.5%가 된다. 이때, 물가를 반영하여 실제 취하게 되는 이율을 실질금리, 내가 은행과 약정한 이율을 명목금리라고 부른다.” -p105
* 실질금리(Real interest rate)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여 계산된 금리를 의미한다. 이는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차감한 값으로, 실제 구매력 변화와 경제적 이익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지표로 사용된다.
* 명목금리(Nominal interest rate) 물가상승률과 같은 요인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명시적으로 표시된 금리를 의미한다. 즉, 대출, 저축, 채권 등에서 공시된 금리로, 실질적인 구매력 변화는 반영되지 않는다.
“실제로 <돈의 얼굴> 제작진이 만난 시민들 역시 명목금리와 실질금리의 차이를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실질금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섣불리 돈을 빌리게 되면, 나중에 예상치 못한 경제적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다.”-106
앤드루 래빈 교수 다트머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전) 한국은행 자문위원
"실질금리라고 부르는 게 조금 웃기긴 해요. 사람들이 '모든 금리는 다 진짜야'라고 말할 테니까요. 하지만 경제학자가 실질금리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는요. 생활비의 변화에 대한 금리 수준을 의미합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실질금리'라는 용어는 '생활비'와 연결된다.
명목금리와 실질금리에 관련된 이해는 우리가 실제로 체감하는 '물가'이다.
'물가'에 관련된 부분은 3부 '인플레이션'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어보겠다.
“저금리의 함정”
“전 세계적인 저금리 시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역시 저금리가 불러온 결과였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미국은 저금리 정책을 실시했고 그 결과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이 급증했다. 특히 신용등급이 낮은 이들에게까지 대출해 주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로 확산됐다. 2008년 금융위기가 심화되며 금리는 더 하락했고, 이후 경제가 다시 안정되던 2010년에 와서야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p107
금리를 인하하면 경기가 좋아진다.
하지만 막대하게 풀린 돈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급등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다시 금리를 인상하는 극단적인 처방을 해야 한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이후 금리 인상과 비교해서, 코로나19 이후 부동산 사기 사건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대한민국
“2019년 12월 발생한 코로나 팬데믹에 전 세계가 휘청이자, 세계 각국은 금리를 내린다. 심각하게 얼어붙은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시중에 돈을 풀어 야만 했었고, 심지어 미국은 2020년 3월, 금리를 0%로 인하하기에 이른다. 그 시기, 우리나라는 금리를 인하했을 뿐만 아니라 3개월간 '유동성 무제한 공급'을 선언했다.” -p88
코로나 이후의 상황은 대부분 기억할 것이다. 한국은행은 이례적인 팬데믹사태에 “유동성 무제한 공급‘을 선언했고 이 선언은 '금융시장 안정을 꾀하고 정부의 민생•금융 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당시 상황은 전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사태인 건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일반 서민들은 그로 인한 파급효과에 정신을 잃었다.
무섭게 오르는 집값과 주식, 코인 등 “영끌, 빚투”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대출을 끌어안으며 투자에 뛰어들었다.
끝을 모르고 오르는 부동산과 주식 시장에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고 정신없이 올라탄 것이다.
영끌을 하면서 부동산과 주식에 올라탄 사람들은 그 이후 올 ‘금리 인상정책’에 관한 대책을 세우기도 전에 급격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특히 <돈의 얼굴> 영상에서는 최근 화제가 되었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최근 코로나 이후 부동산 버블을 이용한 사기사건으로 연결시켜 이해할 수 있다.
금리의 인상과 인하 정책은 계속해서 유동성을 만들기 위해 시행되고 그를 이용하려는 투기 세력은 언제나 기회를 잡기 위해 나타난다.
결국 금리 인상 전에 잘 빠져나오면 기회가 되고 해결하지 못하고 묶기면, 사기꾼이 되거나 거대한 빚더미에 앉게 된다.
이번 코로나 시국에도 기회를 잡으려는 꾼들은 낮은 이자를 이용해 부실 채무를 부풀려 부동산에 몰렸다.
<돈의 얼굴> 영상에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전세사기 사건의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모든 사례가 말해 주는 바는 명확하다. 금리는 단지 경제 지표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무게 중심을 옮기는 보이지 않는 지렛대다. 따라서 ‘이자를 내는 사람'과 ' 받는 사람'이 공정한 게임을 하기 위해선, 모두가 금리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중략- 이 책은 단지 이자와 금리의 구조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숫자와 수식 뒤에 숨어 있는 인간의 삶과 감정을 끌어낸다. 이자는 누군가에게는 축적의 수단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파산의 문턱이 된다." 최상엽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 -p114
“돈아... 넌 왜 이 세상의 주인이 됐니?" 한 전세사기 피해자의 이야기 중 -p115
우리가 두려워하는 물가.
물가가 오르는 것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금리를 움직이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인플레이션”이다.
금리를 공부한 것과 연결시켜 3부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쉽고 재밌게 설명하고 있다.
<돈의 얼굴 3부 - 인플레이션>은 다음 연재에 다루려 한다.
https://youtu.be/fN7FuVOkrNY?si=HHWHTRpw5RHBEV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