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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벽운 Jul 30. 2024

11. 버들잎에 담은 뜻은, 유일한 박사

그 이름도 조국을 위하여, OSS훈련도 조국을 위하여

  나는 유한양행 유일한 선생에 대하여 연구하여 사회적책임경영에 대한 논문을 적었었다. 선생은 기업을 자신의 소유가 아닌 사회적 자산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철저하게 준법경영을 하고 종업원지주제를 도입하여 상생경영을 하였다. 그의 유언을 살펴보면 그러한 정신이 녹아들어 후세에 많은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다. 그가 남긴 유훈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나는 유일한 선생이 남긴 유훈이 재미있기도 의미심장하기도 하여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의 유언장을 차례로 적어보고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한다.    

   

 첫째, “손녀에게 대학졸업 때까지 학자금 1만 달러를 준다.” 손녀가 앞으로 성장하여 대학에 가면 등록금이 필요할 테니 1만 달러를 주겠다는 것은 부를 세습하지 않고 기대심리를 사전에 차단하여 자립의지를 심어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자신의 재산을 무기로 하여 자녀들에게 효도를 강요하거나 타인들에게 자랑을 일삼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면 자손들은 선대의 부를 믿고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는 꿈을 저버리거나 약해져서 훌륭하게 성장할 수 없는 것이다. 제일 값어치 있는 유산은 교육이기에 최소한 그것을 보장해 주겠다는 것으로 이것마저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둘째, “딸에게는 유한공고의 묘소와 주변땅 5,000평을 준다. 그 땅을 유한동산이라고 하여 학생들이 마음껏 드나들게 하라.” 딸에게도 손녀에게 말한 것과 같은 뜻의 유언이다. 특이한 것은 그 땅마저도 소유하지 말고 학생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하라는 냉엄한 유언이다. 지금의 세태를 보면 그런 땅이 있으면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개발하라고 할 것이며 주변의 땅을 더 사들여 가문의 선산이자 본거지로 활용하라고 할 것이 뻔하다. 부동산 투기는 고사하고 있는 땅도 사회공헌하려는 굳은 신념이 숨겨져 있다.     


 셋째, “내 명의 주식은 전부 ‘한국사회 및 교육신탁기금’에 전액 기증한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 전부를 사회복지 및 교육기금에 기증하라는 유언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은 자신을 낳아준 조국과 자신을 키워준 부모의 은혜로 훌륭하게 성장하였기에 여한이 없다기에 가져갈 자신의 몫 또한 없다고 천명하는 것이다. 그는 기독교인이지만 불교의 무소유의 정신과 통하고 있으니 현자는 종교를 떠나 같은 생각을 갖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넷째, “아내는 딸이 노후를 잘 돌봐 주기를 바란다.” 아내는 자신의 반려자이자이며 고난을 같이한 동지이기도 하지만 딸에게 의탁하여 노후를 안심시켜주려 하는 유언이다. 만약 돈의 힘을 빌려 봉양하라고 하면 사랑보다 돈을 귀하게 여긴다는 메시지를 주어 진정한 효심이 발동하지 않을 수 있기에 인간 본연의 효성에 맡기는 명언이다. 이 간단한 한마디가 아주 큰 울림을 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진리이기 때문이다. 후일 딸 유재라 여사는 어머니를 잘 모셨고 자신이 가진 전재산을 한국의 유한재단에게 기부하고 세상을 떠났으니 그 아버지에 그 자식이라고 할만하다.      


 다섯째, “아들은 대학까지 졸업시켰으니 자립하여 살아가거라.” 정말 평범하면서 당연한 말이기도, 한편 냉정하고 희화스런 유언이다. 가문의 대를 이어갈

아들에게 내리는 유언치고는 퍽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자신의 삶은 자신이 개척하라는 엄한 경구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장남은 집안의 기둥으로 조상의 제례를 치르고 가족과 친지들을 돌보는 관습 때문에 상속을 많이 받는다. 유일한 선생은 자신의 부친이 그랬듯이 아들에게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였다. 최소한의 교육만으로도 자립의 기반을 마련해 주었으니 나머지는 스스로 개척하라는 자율성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재벌들의 부의 세습과정에서 오는 아름답지 못한 행태에 경종을 울려주는 유언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섯째, “아무에게 돈 얼마를 받을 것이 있으니 얼마는 감해주고 나머지는 꼭 받아서 재단기금에 보태라.” 이는 어려운 사람에게 빌려준 돈이기에 상환능력을 감안하여 일부를 탕감해 주고 일부는 받아라는 뜻이다. 만약 채무자가 전액을 상환하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만 채무자의 특성상 상환능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상환능력에 따라 받아내게 하여 채무자의 고통을 분담해 주고 또한 도덕적 해이를 막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상환받은 돈은 모두 재단에 출연하라고 하여 상대방도 후일 성공하면 탕감받은 돈을 사회에 기부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도록 함이니 미래지향적인 의미가 새겨져 있는 유언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유일한 선생이 남긴 대표적인 어록을 소개한다.   

  

    “‘정직이것이 유한의 전통이 되어야 한다.”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이다. 단지 그 관리를 개인이 할 뿐,

    나라 사랑을 위해서는 목숨을 바칠 것을 서약하여야 한다.

    사람은 죽으면서 돈을 남기고 또 명성을 남기기도 하지만,

    그러나 가장 값진 것은 사회를 위해서 남기는 그 무엇이다."


 여기에 선생의 유한양행 경영의 방침과 철학이 내포되어 있다. 우선 기업활동은 정직하고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유한양행을 경영하면서 정직하게 세금을 납부하였다. 세무당국에서 유한양행의 비위를 찾으려고 세무조사를 하였는데 워낙 정확하고 투명하게 회계처리를 하여 세무조사 담당자들이 감동을 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이와 같이 유한양행도 정직이라는 창업주의 경영철학을 따라 지금까지 존경받는 기업으로 존속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의 어록은 기업의 주인은 사회이다고 주장한다. 기업을 키워준 고객이 속하는 사회가 바로 기업의 주인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사상이며 어찌 보면 기업의 성장을 스스로 저해하는 자충수처럼 들릴 수가 있다. 그는 기업의 목표는 경제적으로는 이윤의 창출이 맞지만 축적된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 유한양행에 최초로 종업원지주제를 도입하였고, 경영권을 세습하지 않고 전문경영인에게 맡겨왔던 것이다. 유한양행은 몇 안 되는 독립운동을 도운 기업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기업이며 광복 후 기업의 사회적책임경영을 다한 모범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유한양행을 비롯한 교보문고, 동화약품, LG, GS, 효성 등 독립운동가 출신 기업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친일을 하거나 기회에 편승하여 급성장한 많은 재벌그룹이 있다. 이윤창출의 경제원리에 따르는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일에 방관적인 태도는 정의로운 기업이미지를 표방할 수 없는 약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궁극적인 지향가치는 주주이익의 극대화인데 주주인 국민들에게 정의롭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낙인처럼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유한양행은 이러한 가치를 넘어 구국의 대장정까지 하였으니 존경받아 마땅하다.


 언젠가 TV방송에서 방영한 인도 타타그룹의 '기업 부, 사회 환원'을 보고 우리나라 현실과 비교하여 너무나 큰 문화적 괴리감에 허탈해 한 적이 있었다. 타타그룹은 IT, 철강, 자동차 등의 기업을 거느린 굴지의 재벌그룹이며, 창업주는 정치적으로는 ‘간디’, 경제적으로는 ‘타타’로 불릴 정도로 존경받는 분이다. 타타그룹은 가혹한 카스트신분제도를 숙명적으로 받아들이며 경제적 절대빈곤에 허덕이는 대다수 인도국민을 위하여 기업이익의 60%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으며 "사회에서 얻은 것은 사회로"라는 회사 경영이념이 말해주듯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감동적인 기업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로 들어가 보면 어떠한가. 한때 금융위기로 심각한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석유화학업계에 대한 '사상 최대의 흑자와 담합에 대한 세무조사 실시'라는 낯 뜨거운 기사를 접하고 어찌도 이렇게 타타그룹과 대비되는가 하는 생각을 하며 한탄한 적이 있다. 진정 기업의 최종 목표는 아름다운 부의 사회 환원인가, 아니면 무차별적 부의 축적인가라는 근원적인 의문과 함께 기업의 사회적책임경영이 왜 필요하며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경제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책임경영은 결과적으로 기업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상생경영개념이라고 말하고 싶다. 기업은 생명력이 있는 유기체로서 지속가능경영을 지향하고 생존해 나가야 한다. 그러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이 왜 필요하고 또한 중요한 것인가.  

    

 첫째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은 지속가능 경영이 가능해져 생명력이 무한하고, 직원들의 금전적 보상 외에 정신적 긍지로 내부역량이 강화되어 기업의 체질이 튼튼해져 어떠한 위험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직원은 기업이 존경받으면 자신도 존경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고객의 신뢰를 수반한 자발적 구매증가로 매출이 증가하는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이다. 번 돈을 지속적으로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쓰는 기업을 챙기는 게 순리인가, 아니면 한정된 돈을 독점하여 돈의 흐름을 경색시키고 부의 세습을 일삼으며 영세소상인의 영역인 재래시장까지 파탄시키는 비윤리적, 비사회적 기업에 가는 게 옳은 것인가. 답은 뻔하다. 소비자들의 믿음이 쌓여 제품이 많이 팔리고 창출된 부는 다시 사회에 환원되는 선순환구조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셋째로, 시장질서의 선진화로 글로벌 이미지가 상승되어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기업가치가 올라간다는 점이다. 지금껏 우리 기업사회는 혼탁한 시장질서와 투명성 결여로 외국투자자에게 외면받아 왔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기업이미지 쇄신으로 투자가 증가하고 많은 신생 창업기업이 뿌리내릴 수 있는 건전한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 사회적책임 경영은 알찬 비료 역할을 하게 된다.     


 기업의 사회적책임경영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존경받는 기업에 대한 사회적 대우가 중요하며 비사회적 기업은 외면하는 경제적 모럴의 정착이 중요하다고 본다. 유한양행의 기업이미지가 아직도 사회. 교육적으로 확산되고 존경받는 기업의 모델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점, 조선말기 경주 최부자의 적선미덕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존경받는 기업은 소비자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일 년에 한 번씩 국민여론조사를 통해서 존경받는 기업에 대한 평가지수를 공시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한 경제적 약자에 해당하는 절대다수의 국내 중소기업을 선의적으로 보호하는 의식을 가져야 하며, 국제적으로는 획기적인 기술 혁신 및 생산성 향상으로 ‘챔피언벨트’를 쟁취하는 열의를 가져야 한다. 사회적 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위해 병원, 유아원, 요양원 등 복지시설에 대한 투자와 장학육영재단의 설립 등이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갑부인 ‘빌 게이츠’나 주식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경쟁적인 사회환원 기부활동은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다. "가지려 하지 말라, 베풀라, 행복을 위하여." 록펠러가 불치병 치료를 위해 설립한 병원의 간판에 새겨진 문구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을 단적으로 표현한 명문이 아닌가.      


 나는 유일한 박사의 애국심과 경영철학을 보고 느낀 소감을 한 수 시조로 적어본다.     


         버들잎에 담은 뜻은   

  

내 것이 있는 건가 하늘이 주신 것을

모든 걸 다 바쳐도 그 은혜 못 갚는 걸

버들잎 담긴 그 뜻을 이제서야 알겠네    


나를 나은 나의 조국 나를 키운 어버이

그 은혜 갚을 길은 나라를 되찾는 일

이 한 몸 다 바쳐서 이루고야 말리라  

   

기업을 운영한 건 평화시대 대비한 것

지금은 전장이라 목숨 걸고 싸우리라

노구에 특공대 훈련 눈물겨운 애국심 

         

  나는 말해 본다. 유일한 선생은 버들잎처럼 만병을 고치는 민생의 의사이며, 조국을 자기 이름처럼 사랑한 애국자이다. 만인이 갖기를 원하는 재산을 소유하지 않고 그대로 흐르는 물처럼 밑으로 흘려보낸 무소유의 보살이다.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노구를 조국의 독립투쟁에 몸을 던지려 한 용기와 정의의 사도이다. 가족에게 재산보다는 선행이 앞선다는 것을 재미있는 유훈으로 남긴 해학이 넘치는 로맨티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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