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재를 넘으며 추억에 잠겨본다
하늘재와 제천댁
그는 어느 해 봄날 월악산 안에 있는 미륵사를 가기 위해 하늘재를 넘어갔다. 그가 처음 미륵사를 들렸을 때 잔잔한 미소를 품고 있는 미륵불을 보고 무슨 인연인지 끌리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세파에 지친 심신을 달래주기도 알 수 없는 그리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아마 전생에 관음리에서 등짐을 지고 미륵리를 거쳐 송계나루까지 오가던 짐꾼이던지, 관음사에서 미륵사를 오가던 스님인지 알 수는 없다. 그는 관음리에서 하늘재를 오르다가 배낭을 벗고 대미산이 바라보이는 한적한 자리에서 잠시 쉬어갔다. 우람한 포암산과 어깨를 맞닿아 있는 대미산은 이름 그대로 미인의 얼굴처럼 부드럽고 우아하여 내면에 잠자고 있는 그리움을 불러일으키곤 하였다. 그 산에 포근하게 안겨서 잠들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니 그리운 산이 분명하였다. 그때 잠시잠깐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그가 과거로 돌아가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니, 스님께서 자주 이곳 관음사를 들리시군요. 이곳은 비구니스님들이 계시는 절인지라 조금 조심을 하셔야 됩니다. 아무래도 불가에서도 속가처럼 남녀유별을 따르지 않던가요.”하고 얼굴이 살짝 얽은 공양주보살이 괜스레 시비조로 말했다.
“아이구, 보살님께서 별 걱정을 다하십니다. 소승은 저 아래 문경골에서 탁발을 갔다 오다가 목이 말라 물 한 바가지 마시려고 들렀는데 왜 그러십니까. 여기 관음사의 약수가 좋다고 소문이 나지 않나요. 그런 이유로 시주객도 자주 들리고 하는데 말입니다.”
“아이구 참, 물을 마시려면 절 입구에도 샘물이 있는데 꼭 경내로 들어오셔야 하신단 말입니까. 저가 볼 적에도 좀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보입니다. 일 년에 한두 번도 아니고 한 달에 꼭 몇 번을 들리니 의심을 해 볼만하지요.”
“뭐시라꼬요. 불순한 의도라고 의심한다는 뜻이 무엇인가요. 지나가는 탁발승이 시주를 받으러 온 것도 아니고 물 한 모금 마시고 대웅전에 참배를 하려는 게 무슨 잘못이 되나요.”하고 그는 좀 당혹스러워 정색을 하면서 말했다.
그가 수행하고 있는 절은 하늘재 넘어 있는 미륵사이고, 그래도 물산이 풍부한 문경 쪽이 탁발하기가 나으니 한 달에 꼭 몇 번은 문경으로 가서 다시 되돌아오곤 하는 것이다. 우연한 일인지 모르지만 포암산 아래 자리 잡은 관음사가 포근하여 좀 쉬었다 가고 싶은 곳이기에 목마름도 해결할 겸 갈 때마다 들리는 것이 맞았다. 그런데 공양주보살로부터 좀 민망한 말을 들으니 수행승으로서의 처신에 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물맛이 좋고 대웅전에 참배하는 것도 좋지만 괜한 의혹을 받지 않기 위해 그 후 출입을 삼갔다.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매지 말라고 하지를 않았던가. 출가한 비구와 비구니가 똑같은 출가자로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 청정수행을 해야 하는데 무슨 비구니스님을 보려고 들렸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서로 입장이 난처해지는 것이었다. 그는 말은 안 하지만 관음사에서 수행하고 있는 어느 비구니스님이 인상이 좋다는 것을 느꼈고, 한 번씩 대웅전에서 참배를 하려다가 마주치면 그에게 온화하게 미소를 지어주지 않았던가. 그 미소가 속가에서라면 애정의 표현으로 비칠 수가 있지만 불가에서는 미소는 무재칠시중에 하나로서 미덕으로 여기지 않던가. 다시 생각해 보면 세속과 달리 출가승은 세속의 애정처럼 남녀 간의 사모하는 정을 표출해서는 안되기에 그 미소가 오해의 소지를 남길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지금까지 자연스러운 발걸음을 멈추고 의도적으로 관음사를 피해 갔다.
어느 봄날 문경골에서 탁발을 하고 오다가 목이 말라 관음사를 지나가다가 안에는 들리지 않고 절 입구에 있는 샘물에서 바가지도 없이 손으로 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여자 음성이 들리는 것이 아닌가.
“스님, 목이 마르신 모양이신데 절 안에 가면 표주박도 있어 맑은 물을 떠 자실 수 있는데 어찌 손으로 떠서 마시는가요. 아무래도 여기 샘물은 절 안의 약수와 비교가 안되지요. 절 안으로 들어오셔서 잠깐 쉬시고 대웅전에 참배도 하고 가시지요.”하고 비구니스님이 진정성 있게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예, 스님. 저는 가는 길이 좀 바빠 그냥 이곳에서 목만 축이고 갈까 합니다. 말씀은 고마우나 절 안에 들어가면 참배도 해야 하니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시면 다음번에 지나가실 때 절 안으로 들어오셔서 약수를 드십시오. 이모두가 부처님께서 사부대중을 위하여 물공양을 하시는 것이니 거리낌 없이 들어오시지요.”
“예, 스님 말씀이나 따나 감사합니다. 성불하십시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하고 그와 비구니스님과 잠깐동안의 대화가 마무리되었다.
그는 바랑을 다시 짊어지고 하늘재를 오르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 비구니스님은 처음 보는 순간에 가슴을 찡하게 울렸고, 말할 수 없는 그리움을 안겨주었다. 출가승으로서 생각해서는 안되지만 그 하얀 피부에다가 갸름한 얼굴이며 약간의 수심이 깃든 눈동자이며 모두가 그의 마음을 떨리게 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관음사를 자주 들런 것도 목마름을 해결하는 것도 있었지만 대웅전을 참배한다는 명분으로 은근히 그 비구니스님의 얼굴을 보는 기대도 함께 했었다. 그렇지만 얼마 전 공양주보살이 말했듯이 일 년에 한두 번씩 들리는 것도 아니고 한 달에도 몇 번씩 들리는 것을 예사롭지 않게 느꼈던 모양이었다. 어찌 보면 공양주보살에게 그의 마음을 들켜버렸는지도 모른다. 그 이후에는 관음사를 스쳐 지나가더라도 절안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 비구니스님이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였지만 그의 마음은 들어가고 싶었지만 들어갈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그는 다시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고 오해 아닌 오해도 받지 않고 또 자신의 속마음을 굳이 외면하면서 관음사 안으로의 출입은 일절 하지 않았다.
어느 해 가을날 아침에 문경골로 탁발공양을 나가는데 관음리를 스쳐 지나갈 때 바로 아래에서 웬 비구니스님이 밀짚모자를 쓰고 올라오지 않는가. 그는 스쳐 지나갈 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합장만 하였다. 그 비구니스님의 얼굴도 보지 않았기에 누구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때 그 비구니스님이 그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는가.
“스님, 오늘도 문경골로 탁발을 나가시는 모양이시지요. 요 일 년간 저의 절에 들러시지도 않았기에 다른 절로 옮겨가신 줄 알았답니다. 나중에 탁발을 마치고 지나가실 적에 절 안으로 들어오셔서 물도 마시고 참배도 하십시요. 저가 특별히 만들어 놓은 감주도 한잔 드릴께요.”
“아이구, 스님. 말씀이나 따나 고맙습니다. 저가 관음사를 들리고는 싶은데 저의 주지스님이 다른데 들러지 말고 곧장 오라고 말씀하시기에 지체할 수가 없는 점을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스님의 말씀이 그러하니 이미 물 한 바가지와 감주 한잔은 마신 셈으로 치겠습니다.”하고 그는 다소 민망한 듯이 말을 하였다.
그가 비구니스님의 얼굴을 안 보려고 했는데 살짝 엿보았다. 변함없는 미소와 그윽한 자태이며 우수에 찬 눈동자는 그대로 이었다. 그는 비록 관음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여 대면하여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지만 지나가다가도 얼굴이라도 한 번씩 보는 것이 설레는 기쁨이었다. 그렇지만 공양주보살로부터 모멸감을 느끼게 한 말을 듣고 절안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냥 관음사를 지날 때면 걸음을 천천히 하며 길가에서나마 그 비구니스님을 보기를 바랐다. 비구니스님이 먼저 말을 걸어왔기에 그는 깊은 망상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혹시 세속에서 처럼 그 비구니스님이 그에게 연정을 품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도 하였다. 그 자신도 처음 그 비구니스님이 웃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설레고 황홀한 느낌을 받지를 않았던가. 어느 한쪽은 착각을 하는 것인가 아니면 둘 다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고 싶어 하는 것인가. 그것은 하늘만이 알 것이며 설령 안다고 해도 알으켜 줄수도 없는 것이었다. 그가 관음사를 안 들어간 지 근 일 년이나 되었다.
어느 날 관음사의 공양주 보살과 비구니스님이 나눈 이야기가 있었다.
“보살님, 요새 미륵사의 그 스님이 통 안보이시네요. 다른 데로 수행처를 옮겼는지 문경 쪽으로 탁발을 안 나가는 다른 소임을 맡았는지 알 수가 없네요. 예전에는 길 가다가 꼭 들러서 약수 한 바가지를 마시고 갔는데 말입니다.”
“수진스님, 말하기 좀 그렇지만 저가 비구니 사찰에 자주 들러는 것이 남 보기에 민망하다고 한 말을 하기는 했는데요. 그렇다고 발길을 아주 끊어버렸는가 좀 걱정이 되긴 합니다. 수행승의 처신에 대해 그냥 한마디 한 것이 마음에 걸리네요.”
“아이구, 김보살님께서 어찌하여 그런 말씀을 해버렸다는 말입니까. 그런 말을 듣고도 찾아온다면 이상한 게지요. 아마도 어떤 이유가 있기는 할 것이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그랬군요. 근 일 년 전에 관음리에서 지나가다가 길가에서 인사를 하긴 했는데 그때 표정이 썩 밝지가 못하더라구요.”
“수진스님, 저가 좀 경솔한 것 같았습니다. 스님이 말하기가 좀 그렇다고 여겨 저가 한번 나서 본다는 것이 쫓아 버린 셈이 되는구만요. 그냥 좋게 생각하시지요. 그것을 계기로 좀 수행자세가 좋아지겠지요. 그 스님이 좀 눈치가 없는 편이긴 하더라구요.”
“아이구, 김보살님도 참 딱하기도 하십니다. 수행자는 스스로 알아서 마음을 다스리는데 어찌 간섭을 하신단 말입니까. 세상사 인연이라는 게 있는데 혹시 우리 절에 서운한 응어리가 지지 않기를 바랍니다.”하고 수진스님과 공양주 보살 간에 나눈 대화이었다.
그다음 해 겨울 미륵사에 49재가 열렸다. 망자는 수안보에서 꽤 이름난 집안의 어른으로 미륵사의 신도이었으며, 그의 아내는 미륵사는 물론이고 하늘재 너머 관음사에도 자주 드나드는 보살이었다. 그 49재의 막재가 되니 친지들은 물론 관음사에서 비구니스님들도 제법 참석하였다. 그는 49재에서 목탁독경을 하는 소임을 맡았고 지금껏 입재부터 계속하여 그렇게 해왔다. 망자의 천도를 비는 간절한 목탁독경으로 상주들은 물론이고 주지스님으로부터도 칭찬을 들었었다. 마지막재가 시작되기 전에 대웅전 안에 앞면이 있는 비구니스님이 보이는 게 아닌가. 그의 가슴은 고동쳤고 순간적으로 낭패감인지 두려움인지 모를 기분을 느꼈다. 모두가 좌정하여 재를 올리는데 동참을 하자 주지스님의 법문에 이어 천도를 위한 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는 목탁을 두드리며 독경을 하고 어느 순간에는 대중들이 절을 올리도록 목탁으로 이끌었다. 그날따라 목탁도 떨리고 독경도 떨렸고 그의 마음도 함께 떨렸다. 아마 무엇을 의식하고 있지 않는 한 평소와 다르게 목탁 독경이 흔들릴 일이 없는데 말이었다. 그렇게 하여 그런대로 마지막재는 무난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그는 재가 끝나자 대웅전 안을 슬며시 겹눈으로 두리번거려 보았다. 그때 안쪽 모서리에 관음사의 그 비구니스님이 좌정하고 있지 않은가. 그와 찰나의 순간에 번갯불 같은 눈길이 마주쳤다. 여전히 비구니스님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눈길을 주고 있었다. 그렇다고 49재를 올리는 마당에서 대놓고 아는 체도 말을 하기도 그랬다. 그냥 눈인사만 하고 대웅전을 나왔고 관음사에서 온 비구니스님들은 공양간으로 들어갔다. 그때 주지스님이 그를 잠깐 방으로 들어오라고 불렀다.
“이봐라, 원해야. 오늘 마지막재를 올리는데 목탁독경이 예전 같지 못하더라. 일반 대중들이야 그런 차이를 알까마는 나는 대번에 느꼈단 말이다. 오늘따라 마음이 심란한 이유라도 있더냐. 내가 볼 때에는 분명 심경의 변화가 있다고 보아진다.”
“큰스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목탁도 독경도 그날의 기분에 따라 좀 달라지겠지만 큰 차이가 있겠습니까. 괜스런 염려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
“어허, 아니래도. 내가 너의 일거수일투족을 지금껏 다 보아왔는데 내가 보는 눈은 정확하단다. 혹시 오늘 여자 신도나 비구니스님들을 보고 마음이 흔들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분명히 목탁도 떨리고 독경도 떨리고 하더라.”하고 주지 스님이 그를 불러놓고 한 말이었다.
그의 주지스님은 원해와 오랫동안 절살림을 같이 해왔기에 서로의 마음을 잘 읽었다. 어찌 그날 그의 목탁독경이 흔들린다는 것을 알아차렸단 말인가. 일반 대중이나 비구니스님들도 알아차릴 수 없는 미세한 흔들림을 간파하였다니 큰 스님 앞에서는 마음을 속일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어느 해 문경마을로 탁발을 다녀오다가 조금 지체하였는데 크게 나무라시던 일이 떠올랐다. 수행자는 앞만 보고 가야지 겹눈질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이다. 그때 그는 관음사에 들러 약수를 마시고 대웅전에 참배까지 하고 온다고 늦은 것이 아니던가. 그런 사실을 이야기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질책하는 것은 깊은 뜻이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긴 했었다. 아마 큰스님은 49재에서 관음사의 비구니스님들을 보고 원해의 마음이 크게 흔들린 것이라고 확신을 하였던 모양이었다.
사실 그는 좀처럼 그 비구니스님이 자꾸 눈에 떠올라 수행은커녕 기본적인 목탁독경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그 마음을 누구에게도 내보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느 날 큰스님이 그를 선방으로 부르면서 한 이야기가 있었다.
“원해야, 지금 너는 무슨 집착에 빠져서 허우적거린단 말이고. 한 번씩 계절이 바뀌면 마음이 산란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지금 너는 그런 상태를 넘어서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큰스님 저도 승려 이전에 사람인데 어찌 번뇌망상이 없겠습니까. 그렇다고 저가 세속이 그리워 환속을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말 못 할 그 무엇이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를 않습니다.”
“그래, 내가 무슨 뜻인지 다 안다. 나도 젊은 시절에 너와 같은 고뇌와 집착에 빠져보았기에 그것을 알아차린 것이야.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들어라. 우리가 출가를 한 것은 모든 게 허망하다는 것을 깨달아 열반에 이르기 위한 것이 아니더냐. 세속에서 남녀 간의 애정은 결혼으로 이어져 가정을 꾸리는 것이지만 우리 같은 도반은 그것을 버리고 영원한 안식을 주는 피안에 도달하기 위해 큰길로 들어선 게 아니더냐. 그러니 애욕은 끊기는 힘들지만 그것의 무상함을 알아차리면 조금씩 해결이 될 것이야.”
“예, 큰스님. 저가 그런 뜻을 알고는 있지만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마음의 동요를 진정시키기에는 힘들군요. 별 탈 없이 잘 수행해 왔는데 어찌 그렇게 되었는지 참 알 수가 없네요.”
“그래, 무슨 말인지 잘 알겠다. 어떤 상황에서도 너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면 벌써 견성을 한 것이지만 쉽게 되지가 않는단다. 아마 여러 생을 거쳐오면서 쌓은 연분이라는 게 있어 너를 방황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나도 그런 상황을 맞아 오랫동안 힘들어했기에 너의 마음을 바로 알아버린 것이야.”
“예에, 큰 스님께서도 저와 같은 마음의 병을 앓으셨다는 말씀이신가요. 지금 하시는 말씀은 경책이지만 어떤 점에서는 저의 마음을 이해해 주신다는 것도 되겠네요.”
“그래, 왜 내가 너의 마음을 모르겠느냐. 그런 마음의 병을 앓아 보았기에 너에게 도움이 될까 봐하는 소리야. 모든 것은 멀리서 볼 때는 그립고 아름답지만 가까이 다가가 손을 대고 소유하는 순간 아지랑이처럼 날아가 버린다는 뜻을 깊이 음미해 보려뭐나.”하고 큰스님과 원해스님과의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그는 큰스님이 자기의 마음을 알아보고 정확한 원인을 진단한 것에 대해 놀라워했다. 어떻게 보일락 말락 찾으려고 해도 보이지 않는 그 마음을 알아버렸다는 말인가. 그것도 비구니스님과의 연모의 정을 넌지시 말하면서 핵심을 짚어버렸으니 참으로 신통한 일이 아니겠는가. 큰스님이 말한 내용은 틀림없는 진리이며 그 자신이 가야 할 길이 맞는 것이었다. 그가 출가한 것은 실연의 아픔도 있었고 또 남녀 간의 애정은 변화하면서 나중에는 원망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그 첫 만남에서 얼마나 서로는 떨리면서 사모하였던가. 그러나 그 여인을 사랑하기에는 그의 집안이 너무 어려웠고 자신 또한 보잘것없다는 열등의식에 사로잡혀 감히 그네를 좋아하면서도 고백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어정쩡한 그의 태도를 보고 그네는 좋은 집안에 시집을 가버리고 말았다. 그 길로 사랑하는 사람을 다른 남자에게 넘겨준 자신이 한심스러웠고 자신이 지켜줄 수도 없었던 현실이 원망스럽기도 하여 출가를 하였던 게 아니던가. 그런 애정관계의 무상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다시 그에게 각인을 시켜준 큰 스님이 고맙게 여겨졌다. 그때 산 위에서 부는 바람이 귓전을 스치면서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말하듯 얼굴을 찰싹 때렸다. 그는 잠시동안 꿈을 꾸었고 그 짧은 시간에 그 옛날로 여행하여 다녀왔던 것이었다.
그는 이제 일어서서 하늘재를 넘어 미륵리로 향했다. 내려가는 길은 완만하였고 그 길은 자주 다녀본 듯한 앞면이 있고 편안한 길이었다. 한 반시간을 내려가니 미륵사가 옆에서 나타난다. 절 입구에 서니 멀리서 미륵불이 미소를 안고 반겨주었다. 오층석탑과 석등을 지나서 미륵불에 참배를 하고 잠깐동안 좌정을 하고 일어섰다. 이제 긴 시간 동안 걸어왔고 미륵사도 보았으니 그간 나타나지 않았던 배고픔이 밀려왔다. 그는 미륵리 마을로 들어서서 점심을 먹을 음식점을 찾았다. 저 멀리 월악산 영봉이 바라보이는 전망 좋은 음식점에 자리를 잡았다. 산채비빔밥에다 막걸리 한 되를 시켜서 안주삼아 마시기 시작했다. 술이 들어가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다시 기분이 황홀해져 왔다. 이곳 미륵리는 그가 십여 년 전에 처음 들러서 미륵사를 보지 않았던가. 따스한 봄날에 월악산을 바라보면서 마시는 술은 어느 순간 그를 과거로 돌아가게 하였다. 그가 직장을 충주로 발령을 받아 객지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다. 어느 날 지인과 함께 찾은 한정식집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조사장님, 이곳 한정식집은 충주에서도 유명한 집이지요. 특히 육류 반찬도 좋지만 버섯전골은 순전히 이 집의 자랑입니다. 앞으로 자주 들러셔서 객고를 푸시기 바랍니다.”
“아, 그렇군요. 우선 음식이 정갈하고 정성이 듬뿍 들어간 것처럼 보입니다. 임사장님이 이런 좋은 곳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야 음식점에서 풀 객고가 있던가요.”
“하하, 주인아주머니가 제천 출신인데 마음씨도 곱고 얼굴도 훤하잖아요. 앞으로 저와 함께가 아니더라도 혼자서라도 들려 저녁 식사를 하고 가시기에 맞을 것 같습니다. 주인아주머니가 말이 없어 새침하게 보이지만 속정은 깊으신 분입니다.”하고 지인과 나눈 이야기이었다.
그날 처음 들런 집이기에 음식 맛이 어떻고 유명하다는데 별로 관심이 가지 않고 오직 그 주인아주머니에 대한 생각밖에 남는 게 없었다. 그는 수많은 음식점을 다녔지만 음식 맛에는 별로 신경을 안 쓰고 오직 그 집의 분위기에 빠져드는 습성을 지녔다. 그 분위기라는 것도 시끌벅적하는 게 아닌 혼자서 조용히 추상할 수 있는 소박한 것이었다. 처음 본 주인아주머니는 얼굴이 곱고 말이 별로 없으면서 약간 부끄러움을 타는 듯 보였다. 그는 어디선가 한번 만난 적이 있는 것 같은 강렬한 끌림이 있었으나 그 만난 때와 장소를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냥 어디서 한번 보았던지 스쳐 지나갔던지 하는 막연한 경우가 있을 수도 있었다. 그는 제천집에 혼자서는 갈 용기가 없었지만 그래도 혼자서 가고는 싶었다. 그는 무엇인가를 의식하고 있는 게 분명하였다. 그의 기질상 음식점이나 주점에 혼자서 당당히 들어가서 여자 사장하고 독대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던가. 그렇지만 그 제천집에는 이상하게 발길은 가지만 안으로 들어가기가 망설여지는 게 아니던가. 어느 날 그가 음식점 입구에서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는데 우연인지 모르지만 주인아주머니가 문을 스스로 열고 나오는 게 아닌가. 그는 말은 못 하고 눈인사만 하였다. 그러자 주인아주머니가 그에게 말을 건네어 왔다.
“아이구, 손님께서 어서 안 들어오시고 망설이고 계시는지요. 얼마 전 우리 집에 임사장님하고 함께 들러셨던 분이 아니신가요. 오늘은 혼자이신가 보지요.”
“아, 예. 오늘은 혼자라서 들어가기가 민망하여 망설이고 있는 중입니다. 다음에 임사장하고 같이 오기로 하고 오늘은 다른 데서 간단하게 저녁만 먹고 갈려고 합니다.”하고 그 주인아주머니와 잠깐 대화를 나누고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그는 스스로의 마음을 속이고 있는 것이 분명하고 들어가고 싶지만 들어가지 못하는 이상한 상황에 빠져들었다. 왜 그를 그토록 망설이게 하는 것이 무엇이란 말이던가. 좀처럼 대하기가 어렵기도 한 주인아주머니가 지닌 풍모에 끌려 부끄러움을 타게 되었다. 그 뽀얀 피부에 우수에 젖은 눈동자며 한 번씩 살짝 짓는 미소는 그를 사로잡고 말았다. 그 옛날 첫사랑을 보는 순간 떨려서 말은 못 하는 순정 같은 것도 있었다. 그는 며칠간을 좀 방황하였고 억지로라도 그 집을 잊어버릴까 생각하기도 하였다. 어느 날 지인인 임사장으로부터 저녁식사를 하자는 연락이 왔다. 그는 어김없이 전번에 만난 제천집으로 안내했다.
“조사장님, 전번에 저하고 들런 이후로 몇 번이나 다녀가셨는지요. 저가 좀 외로우실 것 같아 이 집을 소개해드렸는데 말입니다. 주인아주머니하고 한 번씩 대화도 주고받고 하시는걸 바라기도 하였고요.”
“하이참, 임사장님도 저가 어찌 혼자서 민망하게 들어갈 수 있겠는가요. 여기는 음식도 맛있고 친절하기도 하여 들러고는 싶었지만 그냥 혼자 오기가 그렇더라구요.”
“허허, 천하의 조사장님이 부끄러움을 타신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런데 다른 음식점이나 주점에는 혼자서 잘 가시던데 앞뒤가 좀 안 맞는 것 같습니다. 보아하니 주인아주머니에 대해 무슨 감정을 느끼시는 게 분명한 것 같습니다.”
“아이구, 임사장님이 점쟁이도 관상가도 아니면서 남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계시네요. 맞는 말이기도 틀린 말이기도 합니다. 저는 막 대하는 사람이기도 또 부끄러움을 타는 사람이기도 하니까 말입니다.”하고 임사장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때 임사장이 일부러 주인아주머니를 잠깐 불러 옆에 앉히는 게 아닌가. 잠깐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서빙을 부탁하니 거절할 수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때 임사장이 주인아주머니에게 한 말이었다.
“보이소 제천댁요. 이 분은 부산에서 멀리 이곳으로 발령받아 객지생활을 하고 계시는 조사장님입니다. 나 없이도 이곳을 몇 번 들렀는 줄 알았는데 안 그랬던 모양이네요. 앞으로 오면 잘 대해 주이소.”
“안 그래도 저번에 지나가시다가 우리 집 앞에서 망설이기에 들어오시라고 했었는데 다음에 들러겠다고 하시더구만요. 그래서 오늘 임사장님하고 같이 오신 모양이네요.”하고 임사장이 주인아주머니에게 부탁 비슷하게 말을 하였다.
그런 이후에 그는 용기를 내어 혼자서 손님이 뜸한 늦은 시간에 들렀다. 음식점 문을 열고 들어서니 기다렸다는 듯이 제천댁이 반색을 하는 게 아닌가.
“아이구, 사장님 오늘은 혼자서 오셨군요. 그래도 전번처럼 망설이지 않고 들러셨네요. 보기보다는 낯을 많이 가리시는 것 같습니다. 그냥 편안하게 대하면 되는데 무얼 그렇게 어려워하시는가요.”
“하하, 그런 게 아니고 저가 본래 사람에 따라 대하는 태도가 좀 다르기도 합니다. 주인아주머니를 보니 좀 마음이 떨리고 말이 잘 나오지를 않네요. 아무튼 반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장님은 이곳 충주가 처음이신가 보시지요. 말씀을 들어보니 경상도 분이 신 것 같기도 하네요. 저는 제천이 고향이고 이곳에서 자리를 잡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곳 충주는 탄금대라던가 남산산성이라던가 하여 유명한 곳이 많습니다.”
“저는 고향이 부산이고 이곳은 오래전에 단양에서 충주호를 따라 유람선을 타고 내려서 하룻밤을 보낸 적은 있습니다. 인근에 있는 문경새재와 수안보는 등산을 한다고 몇 번 거쳐간 적은 있고요.”
“그러고 보니 사장님께서 산을 좋아하시는가 보군요. 저도 월악산 아래 있는 제천 한수골에서 태어났기에 인근에 있는 신륵사도 자주 들러곤 하였지요. 이곳 월악산 자락에는 미륵사라는 유명한 절이 있답니다. 마의태자가 세운 절이라는 전설도 있고요.”하고 제천댁 하고 마주 앉아 제법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었었다.
그는 제천댁의 인생살이를 꼬지꼬지 묻지를 못하겠고 그냥 추측만 해 보았다. 그가 충주에서 객지생활을 하는 동안 제천집을 몇 번 들렀고 제천댁과도 정이 들었다. 그렇다고 제천댁의 외모에 끌려간 것도 있었지만 그냥 보면 편안하고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딱히 하나, 어느 날 반주를 한잔 한 김에 손금을 보아준다는 핑계로 손을 잠깐 잡아본 적은 있었고, 짧은 순간이었지만 손목으로 전해오는 야릇한 온기와 맥박처럼 떨리는 희열을 느껴보았었다. 두 볼에 홍조를 띠고 수줍음을 타던 그 모습을 충주사과처럼 달콤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는 제천댁의 애환을 묻지는 않았지만 짐작만 하고 말았다. 남녀 간에 만나면 마음이 뜨거워지지만 좋은 추억을 깨끗하게 유지해 나가기 위해 꽃을 꺾고 싶지는 않았다. 다시 봄바람이 그를 살며시 깨웠다.
그는 이제 부산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시간이 되었다. 충주로 가서 열차를 타야 하니 수안보로 나가는 버스를 먼저 타야만 했다. 그는 충주로 발령받아 와서 많은 곳을 탐방하였고, 이곳 월악산도 한번 등정하고 또 문경새재도 몇 번 넘어보았기 때문에 그곳의 경유지인 수안보는 자주 지나쳤던 곳이었다. 그는 시내버스가 닷돈재를 넘어갈 적에는 항상 긴장하였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잠재의식 속에 무언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일 게다. 닷돈재는 옛날 산적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닷돈을 내어야만 통과시켜 주었다고 붙여진 이름이었다. 이윽고 버스는 달래강변을 따라가다가 충주역에 도착하였다. 그가 일 년 동안 부산으로 열차로 오갈 때 이용하였기에 정이 들었고, 바로 앞에 보이는 남산산성도 올랐기에 그곳을 거쳐가니 감회가 새로웠다. 무엇 보다도 충주시절을 자신의 보금자리가 되어주기도 한 제천집이 인근에 있었기 때문에 그 정은 남다르다고 할 수가 있었다. 그때 그 시절의 제천집은 아파트촌으로 없어져 버렸고 제천댁은 어디로 가고 말았는지 찾을 길이 없었다. 그는 대전행 무궁화 열차 간에서 캔맥주를 따서 마시면서 그 시절의 추억에 잠겨 보았다. 그리고 열차가 음성역을 지나갈 때쯤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 잠 속에 빠져들었다. 그때 아주 다정하고 감미로운 말소리가 들려왔다.
“사장님하고는 전생에서 한번 만나적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보는 순간에 그 옛날 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을까요. 처음에 저는 부끄러워 얼굴을 잘 내밀기도 어렵더라구요. 차츰 익숙해지니까 말문을 열었지만서도요.”
“아, 그래요. 안 그래도 저가 처음 보았을 때도 어디서 한번 만난 적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었지요. 인상이 부드럽고 편안하고 설레게 하여 마음이 찡하고 전율이 오고 크게 흔들렸었지요. 처음에는 새침대기처럼 얼굴을 많이 가리시데요.”
“오늘은 어디로 갔다가 이곳 충주를 지나시는지요. 예전에도 월악산 송계계곡을 자주 가신다고 하시더니만 혹시 그곳을 다녀오신 게 아니신가요. 그곳에는 미륵사라는 절이 있지요. 그 넘어서는 관음사라는 암자도 있고요.”
“아이구, 사장님께서 오늘 저의 일정을 훤히 꿰뚫어 보고 계시네요. 저가 문경에서 버스를 타고 관음리에서 내려 하늘재를 넘어서 미륵사까지 갔다 왔습니다.”
“그러면 올라가다가 관음사를 지나쳤겠는데요. 그 관음사는 내가 자주 끌려 일 년에 한 번씩은 꼭 다녀오곤 하지요. ”
“아, 정말로 그러셨어요. 저는 미륵사를 처음 보았을 때 왠지 모르게 끌리고 한번 그 절에 살았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매년 사월초파일이면 어김없이 그곳을 다녀온답니다.”하고 그 옛날 제천댁이 나타나서 꿈속에서 나눈 대화이었다.
아마 꿈속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니 그의 망상이 만들어낸 꿈인지, 아니면 깊은 무의식 속에 잠복해 있던 먼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난 것인지 둘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될 것이었다. 처음 제천댁을 보았을 적에 그의 마음이 고동치고 떨리지 않았던가. 무슨 말을 끄집어내려고 하다가도 말문이 막혀 한참 동안 벙어리처럼 우두커니 있지를 않았던가. 혹시 결례를 하여 첫인상이 나쁘게 보일까 봐 전전긍긍하지를 않았던가. 객지생활을 하는 그에게 안심을 주기 위해 하늘이 일시 보내준 천사라고 여기고 소중하게 대하여야 하겠다고 다짐을 하지 않았던가. 다른 손님들에게는 찬얼음처럼 대하면서도 그에게는 난로 같은 따뜻한 마음을 보여 주지 않았던가.
무궁화열차는 대전역에서 멈추고 그는 부산으로 가는 KTX열차에 환승하였다. 그의 옆자리에는 또 어디서 본듯한 중년 여인이 앉아 있었다. 그 여인은 눈을 감고 잠을 자고 있었으며 좌석 안쪽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살짝 눈을 떠 보였다. 분명히 어디서 본 여인이 맞는데 먼저 말을 걸 수가 없었기에 그냥 눈을 붙였다. 그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그는 버스나 열차에 앉으면 바로 잠이 드는 편안한 습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남들이 부러워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한 번씩 고개를 옆으로 떨어뜨리기에 옆사람 얼굴에 부딪히기도 하여 실례를 하기도 하였다. 그 여인의 얼굴에서 배여 나오는 분 냄새가 야릇하게 후각을 자극하였다. 아마 그도 모르는 사이에 잠결에 몇 번이나 얼굴을 부딪힌 모양이었지만 짜증을 내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열차는 동대구역에서 정차하고 그 여인도 내렸다. 좌석에는 황토염색을 한 순수건이 한 장 깔려있었고 아마 모르고 그냥 두고 내린 모양이었다. 그 손수건에는 반야심경 몇 구절이 적혀있었다. 아마 그 여인은 절에 나가는 보살이 맞는 것 같았다. 정면으로 얼굴을 대하지 않았지만 어디서 인연이 닿은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었다.
그는 하늘재를 처음 넘어보고 나서 그 길이 그 어느 산길하고 비교할 수 없이 편안하였기에 매년 그곳을 찾고 있었다. 그 하늘재를 오르던 중 관음사를 지나가면서 이상한 끌림 현상도 있고 해서 그 길을 지나가기만 하면 이상한 그리움이 밀려오곤 하였다. 하늘재를 넘기 전에 쉬어가는 전망 좋은 터에서 바라보이는 대미산은 그를 끌어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던가. 관음사 경내에는 관세음보살의 석상이 있으니, 그 포암산과 대미산 사이의 어느 곳에 관세음보살의 성전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