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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심판

단종애사를 부른 세조, 한명회, 신숙주, 김질의 심판

by 벽운

심판

단종이 관풍헌에서 비명에 간 후 세월이 흘렀다. 먼저 세조가 세상을 떠났고, 다음으로는 한명회가 좋은 세월을 마음껏 누리고 죽었다. 다시 세월이 흐른 후에 신숙주가 죽고, 다음에는 김질이 저승으로 갔다. 이네명의 인물은 단종애사를 일으키고 수많은 충신과 양민들을 죽게 하였으니 저승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어느 때부터 천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 천상이라면 극락이나 천당이라고 여기지만 이 사바세계가 아닌 사후의 세계이다. 한명회가 아우성을 지르면서 한 말이었다.


“살려주시오. 뜨거운 열기에다가 꼼짝조차 할 수 없는 감방에서 풀어주시오. 몸이 지글지글 녹고 움직이려고 해도 한 뼘의 여유도 안 되는 감방이오이다. 거기에다가 눈앞에는 불꽃만 보이고 천지가 캄캄하오이다.”

“어허, 그만한 걸 못 참는다는 말이요. 그대가 군기감 연병장에서 사육신들을 어떻게 대했소. 뜨거운 인두로 지지고 다리에 주리를 틀고 한 그런 고통보다 더하기야 하겠소. 지금 벌을 가하고 있는 게 아니고 그대가 헛것을 보고 겁을 내고 있는 것이오.”


“아니, 내가 지금 받고 있는 벌이 안보이시는지요. 뜨거운 불길도 있고 지금 몸을 좌우로 움직일 수 조차 없단 말이오이다. 숨이나 바로 쉬게 좀 불길을 치워주시고 몸도 한 번씩 움직이도록 좀 해주시오.”

“어허, 그게 바로 무간지옥이라고 하는 것이오. 남의 눈에는 보이 지를 않고 자기의 눈에만 보이는 지옥말이오. 내 눈에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겠소. 자신의 죄업에 따라 눈에 그렇게 보이고 감각으로 느끼는 것이지요.”

“어이구, 그렇게 해주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여주시오. 죽음 보다 더 고통스러운 상황을 참을 수가 없다오. 도대체 죽으면 그뿐인 줄 알았는데 죽어서도 이렇게 욕을 보고 있네요.”하고 한명회가 지옥을 지키는 간수와 나눈 이야기이었다.


한명회는 이승을 떠나고 나서 얼마 후에 천상에서 재판을 받기 전에 지옥에 있는 구치소에서 대기 중이었다. 워낙 큰 죄업을 지었기에 곧장 판결을 내리지 않고 그 죄상을 하나하나 심문하면서 재판을 받을 차례였다. 천상은 극락도 있지만 미결수들이 대기하는 지옥 같은 수용소도 있다. 각자의 죄인들은 그들이 지은 죄업의 크기에 따라 지옥불의 열기도 다르고 갇혀있는 공간의 넓이도 다르다. 무간지옥이라고 하는 것은 뜨거운 열기를 품어내고 움직이려고 해도 몸조차 돌릴 수 없는 간격이 없는 감옥이다. 일반 살인자는 그래도 조금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천륜을 거스런 중죄인에게는 한치의 공간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 틈새의 정도는 스스로 느끼는 것이지 그렇게 만들어 준 것은 아니니까 불쌍하지만 간수도 어찌해줄 도리가 없는 것이었다. 천상의 재판소에는 단종애사에 대한 죄를 심문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사람은 세조와 한명회가 있고, 다음 순번에는 신숙주와 김질이 있었다. 먼저 심문을 받는 자가 한명회이니 판관들로 구성된 재판정에 출두하여 심문에 응해야 한다. 먼저 판관이 한명회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이하여 단종을 몰아내고 수양대군을 앉히려 했소. 선왕의 유지를 받들지는 못할망정, 어찌 그리 무리를 지어 배반을 하였단 말이오. 그대가 수양대군을 부추겨서 비극을 만들었으니 그대가 주범이라고 보오.”

“아이구, 판관 나으리.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시오이까. 저는 일개 신하로서 왕권을 굳건하게 하기 위해 조언을 한 것 밖에는 없다오. 내가 주범이라고 하니 잘못 아시는 게 아니신지요. 저는 일개 신하이었지 왕이 아니었잖습니까.”


“허허, 그대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오. 수양대군을 부추기지 않았다면 찬탈이 안 일어났을 것 아니오. 그대가 출세를 하려고 수양대군을 이용했으니 사람을 부추긴 죄가 얼마나 중한지 모르는 것 같소이다.”

“아이구, 나라를 걱정해서 단종을 이용하여 권력을 챙기려는 간신들을 처단하기 위한 것이지 나의 이익을 위해서 그런 것은 아니오이다. 세조임금이 등극하시고 난 후 치세를 누렸다는 것을 모르신다는 말씀인가요. 그런데 어찌 그 시절의 일들을 소상히 알고 계신단 말씀인가요. 혹시 조선에서 태어났던 게 맞는지요.”


“허허, 그대 하고는 이야기가 더 이상 되지를 않으니 다시 구치소로 돌아가서 기다리시오. 다음번 세조와 신숙주하고 김질의 신문이 끝나고 나서 다시 불러올리리다. 자꾸 거짓말을 하면 무간지옥은 점점 좁아지고 참회를 하면 넓어진다는 것만 아시오. 그리고 어찌 판관보고 출신이 어디니 묻는 결례를 하단 말이오.”

“아이구, 판관 나으리. 나도 그 불길을 활활 타오르는 그 무간지옥을 다시 가고 싶지 않소이다. 지금 나를 죽여주시오.”

“지금 그대는 이미 죽은 사자이오. 다시 죽는다고 하더라도 변할 게 없다는 것만 아시오.”하고 한명회와 판관과의 심문에서 오간 이야기였다.


이렇게 하여 한명회는 세조의 공신 중 첫 번째로 심문을 받았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구치소에서는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간수들이 일체의 체벌을 내리지도 않았고, 판관 역시 죄수를 모독하거나 겁박하지도 않았다. 앞서 판관이 이야기한 것처럼 죄업에 대한 고통은 스스로 느낄 뿐이지 관여하는 게 아니라는 게 맞는 것 같다. 어찌 보면 공명정대한 재판을 위한 심문이 이루어지고 거짓말을 하면 자동적으로 죄상에 가중되니 참회하지 않는 자는 죄업이 무거워지는 것이었다. 천상에서 벌어지는 심문에서는 일체의 조작도 없이 오직 공정하게 이루어지니 양심의 판단에 따라 자동적으로 고통의 강도가 정해지는 것이었다.


첫 심문에서 한명회가 핑계를 대고 책임을 전가하는 바람에 죄업은 더욱 무거워진 것이었다. 천상에서의 판결은 조정하는 절차가 필요가 없는 게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양심이라는 척도가 스스로 결정하니 속일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진심도 아니면서 참회하는 척하는 것도 자동적으로 들통이 나는 것이다. 다음번 순서는 세조의 차례였다. 전담 판관이 나서서 세조에게 심문을 하였다.


“왕께서는 어찌하여 어린 조카이자 왕인 단종을 강등하고 사사하였는가요. 선왕께서 잘 보필하라고 한 유지를 잊었다는 말씀이오. 스스로 한 것인가요, 아니면 누구의 부추김으로 한 것인가요.”

“판관 나으리, 지금은 저의 잘못을 참회하고 있습니다. 그 왕권을 한번 잡아 강한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야심이 있었습니다. 단종을 사사한 것은 중신들이 또 다른 역모를 방지하기 위한 방책이라고 해서 그렇게 한 것입니다.”


“왕께서는 좀 솔직하시군요. 그러면 어째서 왕권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였소. 말은 양위이지만 찬탈이 아니던가요.”

“저가 밑에 아우에 대해서 좀 열등의식이 있었습니다. 동생인 안평이 시화에 능하여 내가 따라갈 수가 없었고, 부왕인 세종임금께서 칭찬을 하는 것을 보고 견디기가 힘들었습니다. 다 모든 게 나 자신의 자격지심이 불러일으킨 잘못이라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허허, 왕께서는 앞에서 심문한 한명회 대감과는 영 딴판이네요. 핑계를 댈 만도 한데 그렇지를 안고 솔직하네요. 열등의식이 무서운 것이지요. 그것이 사람을 죽이는 광기로 변하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저가 죽기 전에 참회를 하고 불교에 귀의하여 부처님께 진정으로 빌었었지요. 용서를 바라는 것이 아닌 잘못을 있는 그대로 시인하고 무슨 죄도 달갑게 받겠다고 마음을 먹었지요.”


“우리가 천상에서 들은 바로는 사육신이 죽고 형제인 대군들이 죽고 그마저 어린 조카인 단종도 죽였으니 그 죄는 무엇에다 비하기나 하겠는가요. 이제 돌이켜 보아도 도리가 없으니 그대의 마음이 어떤지 솔직히 말해보시오.”

“판관 나으리, 저는 더 이상 나 자신을 변호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의 죄업으로 세자가 죽었는데 그것을 모르고 분노하여 형수이기도 문종비이기도 한 현덕왕후의 묘를 파헤치는 패륜도 저질렀지요. 이 모두 다 저의 열등의식에 따른 시기심이 만든 결과라고 인정합니다.”하고 세조와 판관과의 이야기였다.


이렇게 하여 세조에 대한 심문이 이루어졌고, 판관은 거짓말이 아닌 진정한 참회라고 인정해 주었다. 진심인지 거짓인지는 재판정의 벽에 붙어있는 전광판에서 판별해 주니 증거를 내놓아라고 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거짓말이면 빨간불이 진심이면 파란불이 들어오는데 죄인의 눈에는 나타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세조는 한명회 보다는 좀 간격이 있는 무간지옥에 수감되어 있었고 이번 심문으로 좀 더 틈새가 넓어지게 되었다. 그 무간지옥의 간격을 조정하는 것은 간수가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조정되는 것이다. 진정한 참회를 하면 넓어지고 거짓이나 핑계를 대면 좁아지는 것이다.


지금 한명회는 심문 중 거짓말로 인해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의 감옥에서 고통받고 있다. 또 하나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와 살이 익을 것 같은 지옥도 있으니 그것이 화탕지옥이다. 한명회는 무간지옥과 화탕지옥에 갇혀 고통을 받고 있었다. 정도는 다르지만 세조도 그 양대 지옥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 다음번 순서로 신숙주가 등장하였다.


“그대는 어이하여 자신에게 벼슬을 내린 단종을 몰아내었는가요. 한번 크게 출세해 보려는 이기심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던가요.”

“판관 나으리, 저는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한 충정이었지 이기심은 결코 아닙니다.”

“어허, 내가 보기에는 출세하려는 이기심은 말할 것도 없고 열등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이는데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오.”

“저가 무엇이 부족하여 열등의식을 갖고 있겠습니까. 제발 무간지옥의 간격을 넓혀주시옵소서.”

“아직도 참회를 안 하고 거짓말을 하고 있군요. 지금 그대에게는 안 보이지만 우리 판관들은 그대의 마음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소. 참으로 안되었소. 또 무간지옥의 간격이 좁혀지겠구만요. 허허.”하고 판관과 신숙주간에 나눈 대화였다.


신숙주도 역시 한명회처럼 진솔하지 않고 핑계를 대어 죄가 더 누적되어 지옥의 간격이 더 좁혀졌다. 그가 세조와 다른 점은 참회를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판관이 지적한 대로 세조처럼 열등의식에 사로 잡혀 보복의 길로 가게 된 것이 맞았다. 신숙주는 성삼문과 같이 집현전에서 동문수학하였지만 실력이 달렸던지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항상 밀렸다. 그런 열등의식이 잠복되어 수양대군이라는 잠재적인 대권후보자에게 들어붙어 단종을 폐위하고 사사하도록 만들었던 것이었다. 그가 수령으로 있었던 영월을 단종의 유배지로 추천하여 절해고도에 옛 임금을 떨어뜨린 비정한 인물이기도 하였다. 그런 점으로 인해 김시습으로부터 모멸을 당하고 선비들로부터 신의를 못 지키고 쉽게 변하는 변절자로 낙인도 받았었다. 다음 차례로 대기하고 있던 김질이 재판정에 섰다.


“그대는 어찌하여 신의를 저버리고 거사계획을 밀고하였소. 거사가 잘못될 것 같으니까 어찌 혼자 살려고 동지들을 배신하였다는 말인가요. 그대는 아주 고약한 죄를 지었소. 직접 살인한 것과 비교가 되지 않은 피바람을 몰고 오는 밀고를 하였다는 말이오.”

“아이구 판관나으리, 저에게 어찌 배신이라고 말씀하시는가요. 저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보니 거사가 올바른 길이 아니라는 걸 알아챘기 때문이오이다. 단종의 주변에 세력을 형성하여 어린 임금을 마구 주무르는 듯한 걸 나라를 위하여 막아보려는 깊은 뜻을 헤아려 주시지 않아 무척 서운합니다.”

“어허, 무슨 그런 궤변을 늘어놓고 계신가요. 그러면 처음부터 가담하지 말아야지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니까 비겁하게 빠져나온 게 아니요. 자꾸 그러면 지옥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이오”

“아이구 나으리, 제발 숨 막히는 무간지옥에서 좀 나오게 해 주시오. 저가 지금 가진 게 없지만 풀어만 주신다면 크게 보답을 하겠습니다.”하고 김질의 심문 장면이었다.


김질은 단종복위거사가 돌연 연기되자 불안하여 전전긍긍하다가 장인인 정창손을 찾아가 고변하였다. 그야말로 피바람을 몰고 오게 한 주역이기도 고귀한 언약을 저버린 배신자이기도 하였다. 한명회와 신숙주는 이미 수양대군의 편에 있었기 때문에 변절자는 아니고 찬탈을 주도한 세력이지만 김질은 자기편과 고귀한 뜻을 팔아넘긴 매의노(賣義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거사가 무기한 연기되자 슬며시 불안감이 밀려오다가 급기야는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처음부터 죽음을 불사하고 거사에 가담한 게 아니고 잘되면 크게 한자리를 해보려는 이기적인 기회주의가 숨어있었던 것이었다. 특히 판관에게 잘 보이려고 지옥에서도 뇌물로 회유하려는 못된 심성이 여전하였기에 지옥의 간격은 더 좁아질게 뻔한 것이었다. 심문 중에 특이한 것은 한명회나 신숙주와 김질에게는 준엄하게 꾸짖었지만 세조에게는 왕이라고 호칭하고 예우를 해주는 것이 의아하였다.


이렇게 하여 1차 심문은 마무리되고 얼마 후에 2차 심문이 진행되었다. 한명회의 심문조서에는 좋지 못한 내용이 수두룩하였고, 세조의 그것은 다소 정상 참작을 한 내용이 들어 있었다. 한명회는 감옥으로 되돌아와 보니 처음 보다 더 간격이 더 좁혀졌어 꼼짝달싹을 못하는 빈대떡 신세가 되었다. 간수에게 하소연하였지만 소리를 못 들었는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는 간수가 그가 느끼고 있는 것을 못 본다는 것을 알고 있지 못한 것이었다. 지옥은 스스로 느끼는 것이지 남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반면 세조는 왕의 품위를 잃지 않고 순순히 죄상을 자백하였고 참회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지옥의 간격은 다소 헐렁해졌다. 그가 판관으로부터 평가를 좋게 받은 것은 자신의 공적을 자랑하지 않았다는 것이 컸다.


사실 세조는 죄업을 참회하여 원각사를 중창하고 상원사를 원찰로 하여 안동도호부 문루에 걸려 있던 범종을 오대산으로 옮겨 온 불심도 크게 작용하였다. 그 동종을 죽령을 넘어서 멀고 험난한 길을 옮겨온 공덕은 크다고 할 수 있었다. 반면 한명회는 대대손손 가문의 영화를 누리기 위해 자기의 딸을 세조의 후궁으로 또 세자비로 보낸 것을 볼 때 인륜을 크게 그르쳤으니 정상을 참작할 사유가 없었던 것이었다. 다시 2차 심문은 시작되었고 한명회가 죽을상이 되어 출두하였다.


“어허, 그대는 어찌하여 얼굴이 그렇게 초췌하단 말인가요. 간밤에 잠을 잘 못 주무신 것 같소이다. 그냥 편하게 자면 될 것을 왜 그랬단 말씀이오.”

“아이구 판관나으리, 어찌 한순간도 숨이 막히는 화탕이 있는 무간지옥에서 잠을 잘 수가 있겠는가요. 한번 그 무간지옥을 경험이나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어허, 그대는 자꾸 요상한 말만 하고 있소이다. 어찌 남들도 자신처럼 지옥을 경험해 보았느냐고 말씀을 하시오이까. 아직도 자신처럼 남도 못된 행실을 하고 있다고 자신의 눈에 보이는 모양이오. 오늘 심문을 해보나 마나 나아질 게 없을 것 같소이다.”

“아이구, 나으리. 지금부터는 바른말을 할 테니 심문을 해보시지요. 저가 이곳 물정을 몰라 실수를 한 모양입니다.”


“그러면 딱 한 가지만 묻겠소. 솔직하게 답해야 하오. 그대는 어찌하여 실력이 아닌 음서로 들어와서 벼락출세를 위해 수양대군을 부추겼다는 말인가요.”

“아이구, 저가 조실부모 하고 조부모 밑에서 자라다 보니 남들보다 공부를 옳게 못하여 과거에 수없이 낙방을 한 것이 가슴에 응어리져 있었답니다.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기질이 세고 왕의 풍모를 지닌 수양대군을 권람이라는 친구를 통해서 소개받게 되었었지요.”


“허허, 이제야 실토를 하는군요. 그렇다고 그것이 정상참작이 되는 것이 아니고 진정으로 잘못된 길을 갔다는 것을 느껴야 한단 말이오이다. 기록에 보면 음서로 등용되어 경덕궁을 지키는 직책을 맡았구만요. 과거 급제자는 승승장구하는데 자신의 처지가 처량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게 맞지 않은가요.”

“아이구, 판관나으리. 그 경덕궁지기가 어떤지 알고나 하시는 말씀이신지요. 다른 친구들은 집현전에 들어가서 임금과 얼굴을 맞대고 경학을 하는데 하루 종일 지킬 것도 없는 궁을 지키는 게 한심하게 느껴지더이다. 또 내 보고 칠삭둥이라고 놀리는 자들에게 앙심도 품은 게 사실입니다.”하고 한명회의 2차 심문이 마무리되었다.


이렇게 하여 한명회는 판관이 자신의 행적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더 이상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자신이 고아로 불우한 성장기를 보냈고 음서로 등용되어 경덕궁지기라는 직책을 맡은데 대한 자격지심이 있었다는 것을 실토하였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스스로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인지 판관의 유도심문에 넘어간 것인지 아니면 재판정의 흐름을 간파하고 꾀를 낸 것인지는 오직 그의 마음속에 있었다. 한명회는 지옥으로 돌아오자 느낌상으로 간격이 약간 헐거워져 좀 나아진 감을 느꼈다. 아마 일정 부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런 길을 가게 된 원인을 들어내니 판관들의 동정을 산 부분도 일부 있을 것이었다. 다음 순서는 세조가 기다리고 있었다.


“왕께서는 전번 보다 얼굴 표정이 좀 나은 것 같소이다. 감옥에 적응을 잘한 것인지 아니면 체념을 한 것인지 알 수는 없구려.”

“어찌 된 건지 모르지만 지옥의 틈새가 좀 벌어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면 한 가지만 더 묻겠소. 지금은 반성을 하신다니까 다행입니다만 어찌하여 후일 한명회 같은 인물을 내치지 않고 승상의 자리에 올렸단 말이오이까.”

“말씀드리기 민망하오나 저에게는 믿을 수 있는 신하가 별로 없었고, 미우나 고우나 저를 왕위에 오르게 한 공신인데 인정상 내치기가 힘들었답니다.”


“왕께서 그렇게 한 심정은 이해가 되나 단종을 사사하도록 한 건의를 왜 뿌리치지 못했단 말인가요.”

“내가 이미 공신들에게 포위되다시피 하여 그런 건의를 수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답니다. 참으로 첫 단추를 잘못 꿴 게 후회가 되지만 지금 와서 어쩔 도리가 있겠는가요.”

“맞소, 왕께서 그들을 몰아내기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보이오마는 남을 죽였듯이 죽을 각오로 하였다면 못할 것도 없지 않겠소이까.”

“그 점이 저를 괴롭히고 있고 이 모든 게 저라는 우매한 중생이 아상을 버리지 못하고 집착한 것 때문이라고 봅니다.”하고 세조의 2차 심문은 마무리가 되었다.


세조는 단종을 사사하고 난 후 내적인 가책과 외적으로는 극심한 피부병에 고통을 겪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세자가 의문도 모른 채 횡사하였기에 안심을 구하고자 불교에 귀의하였다. 원각사를 중창하고 상원사에 범종을 운종도감까지 만들면서 안동에서 옮겼다. 그런 외적인 불사가 무거운 죄업을 씻겨주지 못하겠지만 절실하게 참회를 하였었다. 그 열등의식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것의 사슬에 끌려다녔으니 내면에 숨 쉬고 있는 무의식은 무서운 것이었다. 국방을 튼튼히 하고 내정을 잘 통치하였지만 그가 저지른 반인륜을 상쇄할 수가 없었다. 어찌 보면 겉으로는 광폭하게 보였지만 내면은 여리었다고 볼 수 있었다. 다음 순번은 신숙주에게 다가왔다. 심문이 죄를 가볍게 해주는 기회이기도 또 가중시키기도 하는 양날의 칼과 같은 것이었다.


“그대는 어찌 잘 적응을 하고 있소이까. 전번에 지옥의 간격을 늘여달라고 하였는데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아이구 나으리, 갈수록 더 좁아지는 것 같아 견디기가 힘듭니다. 내가 지은 죄가 어떠하기에 이렇게 괴롭단 말인가요.”

“허허, 기록을 보니까 단종을 영월로 유배 보내는데 앞장섰는데, 그곳에 아무도 기댈 수 없는 외로움이라던가 절망감이 얼마나 컸겠는지 다른 사람의 처지도 헤아려 보아야지요.”


“아이구, 그것은 역모를 못 꾸미도록 멀리 보낸 것이고요. 다들 내 의견이 탁월하다고 칭찬까지 받았는데 많이 억울하네요.”

“쯧쯧, 그런 생각을 하니까 죄가 무거워질 수밖에요.”하고 판관의 심문이 끝났다.

신숙주는 심문을 하면서 자기의 행위를 합리화하였기에 또 점수를 까먹었다. 판관이 지적한 대로 남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아 아픔에 대한 공감능력이 없었기에 좋은 평가는커녕 판관들을 분노케 하였다. 마지막으로 김질에 대한 신문이 이루어졌다.


“그대는 지내기가 어떠하신가요. 전번 심문에서는 궤변을 늘어놓고 뇌물을 쓰려는 의도를 갖고 있어서 그것은 가중처벌 대상이었네요.”

“아이구, 판관 나으리. 어찌 좋은 것으로 안 보시고 나쁜 것으로만 생각하시는지요. 제발 무간지옥의 간격을 늘여주시옵소서.”

“그것은 우리 판관들이 정하는 게 아니고 자동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부여된 양심이라는 잣대에 의한 것이니 어찌해줄 도리가 없다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편할 수가 있을까요. 내 안의 양심이 어떻단 말인가요. 이해가 되지를 않습니다.”하고 판관의 심문이 마무리되었다.


김질은 전번에도 야단을 맞고도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었다. 얼렁뚱땅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가주길 바라지만 자동적인 판정이니 어떻게 해줄 도리가 없었다. 근본적으로 자신의 죄를 진실로 참회하여야 풀리는 것을 아직도 그런 마음이 안 드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하여 네 명의 중죄인에 대한 2차 심문이 끝나고 최종심이 남아있었다. 그 최종심은 판결이 아닌 죄인들이 자기가 저지른 죄상을 알아차리는 기회를 주는 절차이기도 하였다. 또 무간지옥에 있더라도 본인의 참회와 피해자의 영혼에 대한 자비심을 가지도록 일깨워주는 일이기도 하였다. 드디어 최종심이 열리는데 네 명 모두를 한꺼번에 모아서 하는 합동심문이기도 하였다. 피고들은 먼 발취에서 서로 간에 눈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먼저 세조가 피고석에 섰다.


“왕께서는 지내기가 좀 수월한 듯이 보이오. 아마 참회도 하고 피해자들에 대해서 연민의 정을 느끼고 있는 듯 보입니다. 계속하여 선업을 쌓으시고 후손들도 그대를 위해서 타인에게 자비를 베풀도록 발원기도를 하시면 점점 좋아질 것입니다.”

“판관 나으리께서 이 중죄인에 대해서 많은 배려를 해주시는군요. 나 자신도 계속 참회하고 어리석어서 그간 못 본 죄업을 발견하여 풀어나가겠습니다. 지금 후손들도 단종이나 사육신 등 충신들을 잘 기리고 있는 듯합니다.”하고 세조가 심문이 끝나고 자리에 앉았다. 특이한 것은 판결문이 없고 죄를 선고하는 절차도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굳이 판결을 내리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공정하게 죄가 적용되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었다. 판관이 네 명의 피고인들이 보고 듣는 가운데서 본인 스스로의 참회와 측은지심을 강조한 것이 그들을 무간지옥의 틈을 늘여주는 것과 같다는 뜻이었다. 또 본인의 참회와 더불어 후손들도 피해자 가문에 대해서 조상의 용서를 구하고 자비심을 베푸는 것이 특효가 있다고 참고적으로 언급하였다. 다음번 순서로 한명회가 심문대에 섰다.


“그대는 지금 표정이 전번 보다 좀 좋아진 것 같소이다. 아마 전번 심문에서 불우한 환경과 열등의식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죄를 시인한 것이 영향을 준 것 같소이다. 계속해서 참회하여 무간지옥으로부터 벗어나길 바라오이다. 또 그대가 죽고 난 후 부관참시를 당했다는 것도 정상 참작이 된 걸로 보이오이다. 그리고 그대의 조부인 한상질 대감은 내가 잘 아는 분이기도 하오이다.”

“아이구 나으리, 그렇게 보이시는가요. 전번에 말씀하신 피해자와 친인척들이 당한 고통을 생각해 보라는데서 많은 것을 깨달았답니다. 후손들에게도 피해자 가문에게 용서를 구하라고 마음으로 전하고 있기도 합니다. 어찌 저의 조부님의 함자를 알고 계신지요.”하고 한명회의 심문이 끝났다. 한명회도 죄상은 무겁지만 그의 열등의식에서 비롯된 행위를 솔직히 인정하였기에 정상이 참작된 모양이었다. 또 그가 죽고 난 뒤에는 사화에 휘말려 부관참시를 당한 기구한 운명이 아니던가. 다음번 순서는 신숙주였다.


“그대는 아직도 전번처럼 얼굴색이 좋지가 못하군요. 전번처럼 변명은 하든말든 이제는 스스로의 마음에 달려있다오.”

“아이구 나으리, 제가 죽을 죄를 지었구만요. 지금 생각해 보니 내 열등의식이 그렇게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줄은 몰랐었지요. 어찌하던가 무간지옥의 틈이 좀 벌어졌으면 합니다.”하고 신숙주는 참회인지 동정을 받으려는 위선인지 구분이 안 되는 말을 하였다. 판관들은 듣고 있다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걸 보니 부정적인 모양이었다. 한명회와 달리 신숙주는 집안이 선대로부터 높은 벼슬을 한 권문세가가 아니던가. 그는 이기심이 강하고 시샘을 부리는 옹졸한 성격이었고 색을 밝히는지 모르지만 감히 단종비인 정순왕후를 자기의 노비로 달라고 하는 천인공노할 요구를 하지 않았던가. 형제간에도 어찌 그리 다른지 동생인 신말주는 세태에 불만을 품고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여 귀래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은둔을 하지 않았던가. 마지막으로 남은 김질의 차례가 다가왔다.


“그대도 보아하니 얼굴이 영 안 좋고 불만이 가득한 모습이오. 어찌 참회는 안 하고 또 무슨 특혜를 바라는 듯한 행태를 보인다 말인가요. 변절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몰고 온다는 것을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오. 살인은 한 사람일수도 있지만 변절은 수많은 사람을 죽인다는 걸 모르시오. 또 양심을 저버린 반인륜이기도 하고요.”

“아이구, 나으리. 저가 변절을 한 것은 사직을 구하기 위함이지 나의 영달을 위해서는 아니옵니다. 그런데 금성대군의 단종복위계획을 밀고한 김효흡은 보이지 않는데 좀 불공평하다고 여겨집니다. 그리고 심문 중에 세조임금에게는 너무 관대하게 대하시고 유독 저에게만 냉혹하시네요. 혹시 조선에서 태어나서 이씨 왕조의 은덕을 입었던 게 아닌지 의혹이 갑니다.”


“어허, 또 남을 걸고넘어지는 나쁜 버릇을 보이오.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그대는 그대가 아니오. 김효흡은 아마도 그대들처럼 대신이 아니기에 아마 다른 시기에 심문을 받았을 것이오. 내가 그대들의 잘잘못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나 있으시오.”하고 판관이 김질을 꾸짖으면서 심문은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판결을 내리지 않고 종결이 되는 게 아니던가. 그래서 따지기를 좋아하는 신숙주가 한마디를 하였다.

“판관 나으리, 어찌 심문을 마쳤는데 판결을 내리지를 않는가요. 죽던 살던 지옥이 좁아지건 넓어지건 형량을 정해주어야 하지 않는가요. 저는 극형도 좋으니 어서 빨리 형을 내려주시옵소서. 그리고 세조임금과 한명회 대감에게는 눈에 보이게 관대하네요.”


“허허, 전번에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도 아직도 말귀를 알아듣지를 못했다니 한심하오. 이곳에서 벌어지는 심문은 스스로가 참회하여 고통을 벗어나도록 일깨워주는 기회의 장소인걸 어찌 모른단 말이오. 그리고 판관인 내가 무엇이 공평하지 못했단 말인가요. 조선의 역사에서 내가 한 판결을 한번 찾아보시오. 또 판관에게도 인지상정이 있기도 하다오.”

“아이구, 나으리. 지금 하루이틀도 아니고 끝없이 타오르는 화탕옆에 있는 지옥에서 견뎌내기가 죽음보다 더 괴롭습니다. 어서 합당한 조치를 내려주시옵소서. 살다 살다 이런 고통은 정말 처음입니다. 저도 세조임금이나 한명회 대감처럼 좀 배려를 좀 해주십시오.”


“하여튼 그대는 머리는 좋은지는 모르지만 상황판단을 잘못하는 것 같소이다. 그대 같은 사람들 때문에 극심한 고통을 받은 단종과 정순왕후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수많은 선비들의 한을 어찌 헤아리지 못한단 말이오. 또 그대는 이미 죽어서 심판을 받고 있기에 다시 또 죽을 수도 없다는 걸 아시오. 오직 그대의 마음이 얼마나 반성하고 억울한 사람들의 심정을 헤아릴 수가 있는가에 달려있다는 것을 아시오.”하고 판관이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불만을 늘어놓고 있는 신숙주에게 준엄하게 꾸짖었다.


그 장면을 보고 있던 세조와 한명회는 두 눈을 감고 조용히 생각에 잠기는데, 또 김질 만은 아직도 사람을 차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도 가지고 무슨 불만이 있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분명 그 판관이 조선의 왕조로부터 큰 은덕을 입은 사람이 분명하다고 확신하는 눈치였다. 그 조선출신 판관은 누구였을까? 중국인이었다면 판관 포청천이 맞았을 텐데 출신나라가 다르다. 분명 스스로 판결을 잘 내린다고 하였으니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아마 세조는 그 사람을 알아보았기에 결코 거짓말과 핑계를 대어서는 안 된다고 미리 알아챘을 수가 있었다. 그 판관은 어쩌면 세종시절에 높은 벼슬을 하였고 죽어서는 세종의 유지를 어기고 찬탈을 한 불순분자들을 응징하기 위해 발령받은 인물인 것 같았다.


천상에서 벌어진 세조와 중신들의 심문은 마무리되었고 그들이 받는 고통은 각자마다 다를 것이었다. 세조는 이미 모든 것을 자기의 잘못이라고 모든 책임을 다 안고 벌을 받겠다고 여기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마음이 편해지니 겉으로 느끼는 화탕지옥의 열기와 무간지옥의 답답함도 못 느끼는 무아의 경지에 들어선 것이었다. 그는 불가에 입문하면서 모든 것은 무상하고 실체가 없으며 자기라는 것도 없다는 것을 어느 정도 깨달은 상태이었다. 그러니 자기가 없으니 고유한 몸도 없고 지금 처해진 무간지옥도 없는 것이었다. 그는 끊임없이 아미타불을 염송하고 참회의 기도를 하였기에 화탕지옥도 무간지옥도 자기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기에 고통마저 느낄 수도 없었던 것이었다. 혜가가 달마대사 앞에서 한 말이었다.


“스님, 저의 마음이 편하지를 않으니 이 마음을 편하게 해 주십시오.”

“그러면 너의 편하지 않은 마음을 가져오너라.”

“스님, 그 마음을 찾으래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그 마음을 찾을 수가 없다고 하니 이미 너의 고통도 없어졌느니라.”하는 선문답인지 대화인지가 알려져 있지 않던가. 또 혜가대사에게 문둥병을 앓고 있던 승찬이 찾아와서 묻는 말이 있었다.

“스님, 저가 문둥병에 걸렸으니, 청하옵건대 스님께서 저의 죄를 씻어주시옵소서.”

“그러면 그 죄를 가져오너라. 그러면 참회하게 해 주리라.”

“그런데 그 죄를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찾을 수 없는 죄를 왜 찾느냐. 찾을 수가 없다고 하니 이미 참회가 되었느니라.”하고 혜가대사와 승찬이 나눈 대화이었다.


천상에서 벌어진 단종애사의 주역들의 심문에서 세조는 모든 게 마음의 작용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죄를 지어서는 안 되지만 어차피 지었다면 자신의 내부에 장착된 양심에 따라 가책을 느끼고 참회를 하여야 하는 것이었다. 열등의식이라는 실체 없는 마음이며, 분노하는 마음이며, 나중에 참회하는 마음을 다 보여주었기에 그는 고통을 고통으로 느끼지 않고 무상의 도로서 극복해 나갔다. 반면 신숙주와 김질은 그런 진리를 모르고 끝까지 무명의 틀에 갇혀 지옥의 고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지금 그들은 어떻게 지낼지가 궁금한데 오직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 내는 허상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그 고통은 끝없이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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