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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아들과 나, 그리고 아들의 냄새

22년 차 맞벌이, 20년 차 워킹맘

by 조여사

스무 살. 이제는 법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어른이라 불리는 나이입니다. 하지만 스무 살이 되었다고 해서 마음까지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이미 어른이 된 저는 알고 있습니다. 다만 어디까지 부모의 역할을 해야 하는지 판단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이제 스무 살 된 아들을 키우며 그 사실을 새삼스럽게 다시 느끼게 됩니다.


대학생이 된 아들의 얼굴을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제가 잠이 들기 전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고 제가 출근하기 전에는 일어나지 않으니, 저는 그저 침대에 누워있는 잠든 얼굴만을 보는게 다죠. 며칠 전, 아들의 방에서 쿰쿰한 냄새가 새어 나왔습니다. 매일 닫혀있는 문 안의 방은 너무 지저분했고, 옷더미에서 스며 나온 냄새가 거실까지 번져왔습니다. 저는 마음을 다독이며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방에서 냄새가 나니까, 옷이라도 좀 빨자." 이불도 함께 빨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아들은 버럭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좀 나가요."


그 순간, 저는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화를 참으며 왜 그렇게 말하는거냐고 물었더니 "저한테 냄새 난다고 하니까 기분 나쁘잖아요!" 라더군요. 저는 아들한테서 냄새가 난다고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방에서 나는 냄새였고, 그건 아들도 알고 있었지요. 본인도 그 냄새가 싫어서 룸 스프레이를 찾아 뿌렸던 것을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아들은 제 말을 비난으로 들었고, 서운함과 화를 동시에 쏟아냈습니다. 저도 그 순간 서글프고 속이 상했습니다.


아들에게 너에게 냄새가 난다고 한 것이 아니고 방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온 가족이 힘드니 치우자는 것을 왜 개인적인 감정으로 받아들이냐고 이야기하자 아들은 이불을 뒤집어 썼습니다.


사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닙니다. 고3이라는 이유로 가족 모두가 아들의 비위를 맞춰주었고, 입시가 끝나고 한학기가 지난 후엔 반수를 한다며 작년 한 해를 보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아들은 가족의 배려를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스무 살이 되었건만, 여전히 가족이 자신의 감정을 맞춰주길 기대하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저도 먼저 손을 내밀고 싶지 않았습니다.


며칠 뒤, 보험 관련 일로 아들과 통화할 일이 있었습니다. 통화를 마치며 저는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엄마한테 할 말 없니?"

잠시 머뭇거리던 아들은 억지로나마 작은 목소리로

"죄송해요"

라고 말했습니다. 그 한마디에 마음 한켠이 조금은 풀리는 듯했습니다.


이런 마음이 드는 지금, 저는 생각합니다. 아이는 어른이 되어가는 그 길목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이겠지요. 부모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저 또한 감정이 없는 사람이 아니기에 그저 웃으며 넘어가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작은 다툼이 우리 사이의 골로 남는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서로 감정을 내려놓고, 조용히 어제의 일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우리에게는 필요합니다.


스무 살 아들과 저. 우리는 지금, 어른과 어른이 되어가는 이 사이에서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며, 미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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