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여사 Aug 27. 2024

무미건조함에 더해지는 달콤한 맛

<매일 글쓰기>

저는 신 과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맛은 무맛이랄까요. 그릭요거트라던지 무화과라던지 무미건조한 것 같지만 약간의 맛이 느껴지는 것들을 좋아합니다. 



지난주 남편이 커다란 자두 한 박스를 사 왔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자두는 셔서 좋아하지 않지만 남편은 이런 커다랗고 조금은 억센 느낌의 자두를 좋아합니다. 아이들은 조그맣고 말랑하고 진한 색깔의 단 자두를 좋아하고요. 한 박스나 사 와서 자두를 얼른 소비해야 하는데 비가 온 다음이라 그런지 자두가 생각보다 맛있지 않아 먹는 속도가 더딥니다. 


자두 한 박스를 사 온 지 일주일. 더딘 속도에 남편이 아이들에게 매일 자두를 먹으라고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을 준비하며 아이들 몫으로 자두를 닦아놓지만 그렇게 닦아놓은 자두는 저녁에 퇴근한 남편이 먹고 있습니다. 열심히 먹는 사람은 이런 자두를 사 온 남편 밖에 없습니다. 


일주일 내내 자두를 먹으라는 잔소리를 듣기 싫어 자두잼을 만들어보기로 합니다. 잼을 만드는 건 오랜만이네요. 약간 무맛의 자두라서 어떨지 몰라 우선 10개만 잘라봅니다. 그래도 냄비에 한가득.


잼을 만들려면 자두와 설탕 1:1 동량으로 넣어야 한다지만 너무 단 것은 별로라서 설탕은 대충. 레몬즙 대신 만들어둔 레몬청을 조금 넣고 바글바글 끓입니다. 중간에 옆에서 알짱거리던 딸아이가 맛을 보더니 탄산수에 넣어먹으면 맛있겠다고 하여 중간에 자두에이드용 청으로 한 병 담아놓고 다시 보글보글. 



냄비 가득 차 있던 자두가 1/3로 줄어들고 자두잼이 완성됐습니다. 완성된 것은 3병. 그중 하나는 이렇게 꼬마병입니다.


새콤달콤하니 맛은 합격. 비싼 자두로 잼을 만든다고, 더운데 오랫동안 불을 쓴다고 투덜대던 남편도, 신 자두라서 먹기 싫다던 아이들도, 잼을 먹어보더니 맛있다고 잘 먹네요. 밋밋한 일상에도 이렇게 새콤달콤한 작은 일상을 더하며 살아봅니다. 아직도 냉장고에는 자두가 많이 남았는데 이번주에도 자두잼을 더 만들어보아야겠습니다. 





이전 24화 40대에 꿈꾸는 50대의 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